[단독] '무연고실' 방치된 영웅들…국가 대신 나선 후손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 중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무연고자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을 찾아내 예우하는 것, 나라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일 텐데요. 나라가 나서지 않자, 나라도 나서야겠다며 독립유공자 후손이 직접 무연고 유공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을 조해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철제 보관함 속 나무 상자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듭니다.
국가유공자 고 김정호 씨의 유해는 국립묘지로 가지 못한 채 이 작은 상자에 담겨 있었습니다.
열 일곱살 때부터 군생활을 시작해 월남전만 두 번 다녀온 김 씨는 고엽제 후유증을 앓다 2019년 가을,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충원으로 갔어야 할 김 씨는 무연고실에 남겨졌습니다.
코로나로 현충원서 유해를 받지 않은데다,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잊혀졌습니다.
[인천 동구청 관계자 : 코로나 이후 현충원에서 (유해를) 안 받는다는 얘기를 (보훈 지청에서) 들었거든요. 담당자가 바뀌면서 아직도 그렇게 계신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국립대전현충원 (지난 6월 23일) : 고인에 대하여 경례!]
또 다른 유공자 윤한복씨 유해는 2012년부터 무연고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무공훈장까지 받은 유공자인데, 안치 기간 10년 채운 다음 달, 그대로 뒷산에 뿌려질 뻔 했습니다.
2018년, 무연고 사망자가 유공자인지 확인하는 법이 생기기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담당 기관이 잊은 이들을 찾아낸 건, 독립유공자 후손 강영환씨와 장례업을 하는. 김성식 씨 입니다.
[강영환 씨 : 무연고 사망자는 화장 뒤 뿌려진다. 그중에 유공자가 있더라. 그렇다면 전국적으로 뒤지면 많이 나올 것이다, 생각을 한 거예요.]
인천 지역 무연고 사망자 1600명 명단을 입수해, 보훈처를 찾아다니며 유공자인지 직접 확인했습니다.
[김성식 씨 : 남들은 시간을 들여서 왜 하냐고 묻지만 이건 개인이 할 일이 아니잖아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움직일 때까지 할 겁니다. 계속할 겁니다.]
국가보훈처는 앞으로, 2018년 법이 생기기 이전의 무연고 사망자 명단도 확보해서 유공자를 찾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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