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말 미술관 찾은 조국, '나꼼수' 주진우와 저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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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8.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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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정경심 황제조사' 다음날, 조국은…

한국화 전시회 20분쯤 둘러본뒤 주진우·미술관 대표와 함께 식사… 휴일 사적 모임에 관용차 논란
법무부 "공적 일정도 있었다" 무슨 공적 일정인지는 답 안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일요일인 6일 오후 5시 15분쯤 서울 방배동 자택(아파트) 1층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와이셔츠에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곧바로 검정 제네시스 차량이 현관 바로 앞에 정차했다. 법무부 관용 차량이었다. 검정 양복을 입은 남성이 차에서 뛰어나와 오른쪽 뒷좌석 문을 열며 조 장관에게 인사했다. 기자가 다가가자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나온 경찰들이 "물러나라"며 제지했다. 조 장관은 바로 차에 올라탔고, 법무부 직원이 조 장관을 수행했다.

조 장관이 탄 차량은 30분쯤 뒤 서울 중구 정동의 옛 구세군 중앙회관 앞에 나타났다. 이 건물은 최근 리모델링됐다. 지난 4일 '정동1928 아트센터'가 이곳에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요즘 '필의산수(筆意山水) 근대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한국화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조 장관은 이 전시회를 관람하러 왔다.

조 장관이 차에서 내리자 시사인 기자 출신인 주진우씨가 미술관 앞에서 조 장관을 맞았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그는 현 정권 들어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에서 새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조국, 미술관 대표와 전시회 관람 - 6일 오후 조국 법무장관이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미술 전시회를 찾아 회화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 수행비서 2명을 대동해 법무부 관용차를 타고 미술관에 도착한 조 장관은 이 미술관 대표인 윤훈열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과 함께 작품 관람 후 시사인 기자 출신 주진우씨 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임규민 기자


조 장관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미술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오후 6시쯤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이 미술관은 오후 7시까지 운영을 하지만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조 장관이 작품 관람을 시작했을 때 미술관 안에 다른 관람객은 없었다. 미술관 측에서 미리 관람객을 내보낸 것인지 원래 관람객이 없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 장관 옆에 이 미술관 대표 윤훈열씨가 붙어 작품 해설을 해줬다. 윤 대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실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2014년부터 3년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신(前身)인 새정치민주연합 몫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작품을 보면서 "우와!" "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윤 대표는 본지에 "조 장관은 제 오랜 지인"이라며 "조 장관이 얼굴이 많이 팔려 주말에 (전시회에) 오신다고 해서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주진우씨도 제 후배"라고 했다.

조 장관은 20분 정도 관람을 한 뒤 미술관 2층의 별도 방에서 윤 대표와 주씨 두 사람과 함께 저녁을 들었다. 미술관 측에서 초밥과 포도·자두 등을 저녁으로 제공했다. 미술관 측은 "1인당 1만원 이상의 비용은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저녁 7시 20분쯤 미술관에서 나왔다. 그는 윤 대표에게 "초대해 주셔서 고맙다. (마음에) 위로가 된다"고 했다. 주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술관 방문 목적을 묻자 조 장관은 "사적인 모임"이라면서 타고 온 차량에 올랐다.

조 장관의 미술 작품 관람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가 밝힌 대로 휴일의 '사적인 모임'에 법무부 장관의 관용 차량과 수행비서 2명을 동원한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정부의 공용 차량 관리 규정에 따르면 '각급 행정기관의 차량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이날 (장관의) 공적인 일정도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공적인 일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무직인 장관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일이다"라고만 했다.

더구나 이날은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가 2차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이었다. 정씨가 2차 조사에서 15시간 검찰에 머물렀지만 조서(調書) 열람에 시간을 거의 다 쓰고 실제 조사는 2시간 40분만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이 휴일에 관용차를 이용해 사적인 '나 홀로 관람'을 한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한 원로 변호사는 "본인 문제로 나라가 두 동강 난 시점에 수행 비서를 대동해 휴일 미술 작품 관람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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