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부동산 예능’ 논란…“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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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8.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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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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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일럿 프로그램에
“방송까지 시장 교란 가세”
‘투기 조장’ 비판 쏟아져
[경향신문]

지상파 방송 MBC가 지난 11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부동산 정보쇼 <돈벌래>의 웹페이지 상단 사진. 홈페이지 캡처


“정보력 없는 소비자 위해
신뢰할 정보 체계 갖춰야”

최근 부동산을 주제로 방송을 하던 유튜버들이 불법 부동산 거래 혐의 등으로 대거 적발된 와중에 한 지상파 방송이 부동산 정보 제공을 주제로 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 제공’ 명목으로 확산되는 부동산 방송이 오히려 정보를 왜곡하고 투기를 조장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들은 MBC가 지난 11일 선보인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돈벌래> 측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정작 방송에선 개발구역과 시세차익이 점쳐지는 지역 등 투기성 정보가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전망이라는 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데 ‘상승한다’ ‘호재다’ 등 투기를 조장하는 정보를 유통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며 “예능의 형식을 빌렸다 해도 지상파에서까지 ‘투기 방송’을 하게 된 현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대학원 교수는 “집을 사는 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무리해서 사게끔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며 “과거와 달리 30대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등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부터 사자’는 투기 심리가 다수 시민들 생각에 자리 잡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를 통한 투기 정보가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기 행위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스타강사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고, 직접적인 투기 행위로 이어진다”며 “부동산 시장의 투기를 조장하고 실천하는 완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독자가 많은 유명 유튜버들은 시행사와 결탁해 특정 매물 ‘띄우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강사나 투자고수 등이 부동산 영상을 쏟아내고, 이들이 만든 단체대화방과 온라인 카페에서 매물을 홍보해 품귀·가격 상승 현상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 부소장은 “대다수 부동산 유튜버들은 투기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 근거 등 미디어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정보만 제공하는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프레임을 자주 접할수록 소비자들은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에는 유튜버로 활동하며 갭투자를 유도하고 중개수수료 수입을 누락한 부동산 중개업자 11명이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통해 부동산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단속에 나서자 슬그머니 방송을 접은 유튜버들도 있다.

소비자들이 부동산 방송에 기대 투기에 나서지 않게 하려면 시장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가격 등에 대한 국가 공식 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자료만 해도 시세 급등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소장은 “양도소득세 등 정부 정책이 너무 복잡하게 바뀌다보니 정보를 얻으려는 시민들이 투기성 방송을 찾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사회에서 부동산을 바라볼 때)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면서 누구나 필요한 공유자원이란 관점이 필요하다”며 “집을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대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커뮤니티를 구성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벌래> 제작진 측은 "시청자들에게 부동산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전망과 정보를 제공하고, 부동산의 공공재적 성격과 투자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다루고자 한 프로그램"이라며 "2회에서는 부동산의 공공재적 측면에 대한 정보를 더욱 강화해 방송하려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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