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는 무조건 NO?" 전세난에도 매입임대 청약 미달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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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6.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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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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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빌라 밀집지역 전경.


서울 전역이 역대급 전세대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매입임대주택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빌라라는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적은 예산으로 인한 좁은 면적과 비선호 입지 등이 미달 이유로 지목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세공급책 대부분이 매입임대 물량인 만큼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혼부부 매입임대 절반 이상 청약 미달


25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공고된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Ⅰ' 신규세대 입주자 모집공고 청약 결과,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했다. 총 277가구 공급에 276명이 청약해 모집가구수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Ⅰ은 SH공사가 매입한 주택을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하는 주택으로 대부분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빌라로 구성된다. 신혼부부,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족,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혼인가구가 입주 대상이며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맞벌이 90%) 이하다.

이번 공급은 강동·구로·금천·노원·동대문·서대문·양천·은평구 8개 지역에서 총 16개 단지, 25개 주택형으로 구성됐다. 25개 주택형 가운데 절반 이상인 16개 주택형이 미달됐으며 신청건수가 1건도 없는 주택형도 있었다.

/사진=SH공사 홈페이지 캡처
SH공사에 따르면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모집은 올해 처음으로 시작됐으며 이번이 3번째다. 지난 2월 공급 당시 경쟁률은 4.6대 1을 기록했으나 7월 공급 때는 1.29대 1로 낮아졌고 이번에는 1대1에도 못미치면서 경쟁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신혼부부 매입임대 수요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빌라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빌라는 주차시설, 상가 등 생활인프라가 아파트와 비교해 부족한 탓에 주거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민원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빌라보다는 아파트 선호도가 확연히 높다"며 "매입임대에 당첨돼 계약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입주자격이 비슷한 국민임대, 행복주택의 예비입주자여서 자리가 나면 옮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호당 매입단가 낮아 좁고 입지여건도 한계



그나마 면적이 크거나 지하철역이 가까운 주택형의 경우, 경쟁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방이 3개로 구성된 C타입의 신청건수가 방이 2개인 B타입보다 많았다. 강동구 도원휴먼빌의 경우, B타입은 19가구 모집에 1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지만 C타입은 8가구 모집에 24명이 신청했다. 1호선 신이문역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위치한 동대문구 삼화에코빌 C타입은 7가구 모집에 22명이 신청해 전체 주택형 중 가장 높은 경쟁률(3.14 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호당 매입단가가 낮아 좋은 컨디션의 주택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SH측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호당 매입단가가 빌라는 4억5000만원, 아파트는 5억원인데 이 안에서 최소 면적 기준인 전용 36㎡ 이상을 충족하는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입지 좋은 곳을 사들이기에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급된 물량을 직접 둘러봤다는 한 수요자는 "양천구 두곳에 직접 열람을 가봤는데 빌라 밀집지역이라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좁았고 도로가 좁아 일방통행인 경우도 있었다"며 "새 집인데도 햇빛이 안들어서 많이 어두웠다"고 후기를 전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매입임대주택 매입 절차는 민간건축주의 책임 하에 준공까지 진행한 후 SH공사가 사들이는 형태인데, 최소 면적 기준(전용 36㎡)만 충족되면 매입 거부를 할 수 없게 돼있다. 면적이 넓은 주택형의 비중을 높이고 싶어도 민간 건축주가 좁은 면적 위주로 구성하면 SH공사 입장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최소 면적 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을 공급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국토위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서울 신혼부부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약 80%가 최저 주거기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입주자를 모집하는 매입임대주택 204가구 중 157가구가 전용 36㎡(3인가구 최저주거기준)보다 좁았고 이 중 24가구는 전용 26㎡(2인가구 최저주거기준)에도 못미쳤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최근 매입임대 공급책을 위주로 한 전세대책을 내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11·19 대책에서 앞으로 2년 간 전국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임대주택 규모 11만4000가구 중 6만2000가구가 매입임대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다가구·다세대주택 위주의 매입임대주택이 아파트 전세 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호당 단가를 평균 6억원 수준으로 상향조정 할 예정이어서 주택 상태가 지금보다 다소 개선될 여지는 있다.

국토부는 매입임대 청약 미달은 일부 유형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며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혼부부 매입임대가 아닌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고 일반 매입임대는 현재 3~4배수가 대기 중인 상황이라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의 특성상, 조건에 맞춰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기보다는 본인들이 선호하는 주택을 골라가는 경향이 높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소득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높고 특히 신혼부부들은 맞벌이가 많기 때문에 도시근로자 평균 이하인 소득 조건을 맞추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유형별 격차를 없애기 위해 국토부는 다음달 매입임대 공가에 한해 일반·신혼·청년 등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공실인 점을 고려해 소득·자산 기준도 배제하기로 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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