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이 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외식업 중심의 주요 상권도 ‘방문 고객→배달(포장) 고객’ 중심으로 달라진 영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의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이용 비중은 2017년 6.2%에서 지난해 29.5%로 뛰었다. 월 매출이 100만원이라면 배달 앱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6만2000원에서 29만5000원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치킨(85.7%)이나 피자(69%)뿐 아니라 일식(55.4%), 서양식(52.3%)도 배달 앱 이용 비중이 커졌다.
대표적인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 거래액은 2016년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15조7000억으로, 6년 새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월 배민 이용 음식점주의 월매출은 2년 전보다 30%, 주문건수는 20% 이상 늘었다.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전의 아르바이트생을 통한 전단지·책자 배포 같은 주먹구구식 광고가 아니라 배달 앱을 통한 효율적 관리도 모객이나 변동 비용 감소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상권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상가시장에서 로열층은 단연 1층이었다. 눈에 잘 띄고 드나들기 편해 고객의 발길을 끌기 좋아서다. 그만큼 임대료도 비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모임이나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방문 고객이 확 줄고 배달 고객 비중이 커지자 1층의 가시성이나 유동성 매력이 떨어졌다.
선호하는 매장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방문 고객이 줄어들면서 굳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중대형 상가 월세 하락세가 소규모 상가보다 가파르다. 소규모 상가의 전국 평균 월세는 2019년 ㎡당 2만400원에서 지난 1분기 1만9400원으로 떨어졌다. 2년간 4% 감소했다. 반면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이상이거나 3층 이상) 월세는 같은 기간 2만8000원에서 2만5500원으로, 8% 하락했다.
아예 방문 고객을 위한 공간을 없애고 배달 고객만을 위한 매장도 늘었다. 빕스는 2019년 배달 전용 매장이 한 곳도 없었지만, 현재 27곳이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도 2019년 4곳에 불과했던 배달 전용 매장이 지난해 40곳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매장의 51%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유 주방(Shared Kitchen)까지 생겼다. 하나의 주방에 여러 음식점이 입점하는 형태다. 이곳에선 배달 음식만 만든다. 외식업계에선 국내 공유주방 시장 규모가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타코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이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역세권이나 1층을 찾았는데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 좁은 골목이어도 오토바이만 들어올 수 있으면 매출에 큰 상관 없다”며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메뉴를 고를 때 음식 맛뿐 아니라 조리시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달 고객의 경우 주문 후 맛을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배달을 고려해 매장 인테리어만큼 음식 사진이나 포장에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누구도 코로나19의 종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방문 고객보다 배달 고객 서비스에 집중한 업체의 고객 감소율이 낮은 만큼 정부와 민간이 다각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