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동네사람이네? 당신과 나의 ‘소확행’ 공약한 7명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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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07. 오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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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 _동네정치가 찾는 ‘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 동네 후보로 나선 이웃들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동네 정치의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다. ‘나와 내 이웃’의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위해 이들은 기초·광역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초의원(시·군·구의회)과 광역의원(특별시·광역시의회, 도의회)들은 이번에 뽑는 지역 일꾼들 가운데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우리 동네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제안하고 관련 예산을 감시하는 이들이다. 시청·구청·군청 등이 한 해 예산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더 시급한 곳에 써야 하는 건 아닌지, 주민을 대신해 심사한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시청·구청 등의 1년 예산을 들여다본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친환경 급식 조례’뿐 아니라, 미세먼지 예방, 공공주택 층간소음 방지 지원에 관한 조례 등 우리 생활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 조례들도 이들이 만든다. 동네 정치를 위해 제7회 지방선거에서 나선 7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대구 남구 구의원 다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연우 후보(왼쪽)가 가 선거구에 출마한 이정현 후보와 함께 세그웨이를 타고 지역을 다니고 있다. 정연우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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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에 뜬 민주당 후보


밴드 활동하는 40대 “지역문화·예술인 홀대에 출마 결심”

정연우(40)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인용 세그웨이를 타고 대구 봉덕동 일대(남구 다 지역구)를 구석구석 누빈다. 희귀한 운송수단으로 눈길을 끌지만 그가 입은 민주당 파란색 점퍼가 더 도드라진다. 그는 대구 남구 구의원 선거에 12년 만에 나타난 민주당 계열 후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중퇴한 그는 구의원 후보가 되기 전, 대구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지역문화 발전을 고민했다. 특히 중앙집권적인 사회 분위기가 나라의 창의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여겼던 그는 대구의 공무원들도 그런 사고에 갇혀 있다고 느꼈다.

“지역 축제가 열리면 서울에서 오는 연예인에게는 1천만원을 주면서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30만~40만원을 주며 흥정하더라고요. 지역 행정가들의 사고 자체도 중앙집권적이었죠.”

그는 편협한 틀에 갇힌 이들을 견제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 1년이 지난 지금 대구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걸 느낀다”며 “대구의 민주당 조직도 덜 다져진 상태여서 젊은 사람이 들어가 변화시킬 여지가 크다고 봤다”고 답했다.

그는 당선되면 “(의정비 사용 내역 등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일을 하고 있고 돈을 제대로 쓰는지 시민들이 감독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의원 파주 2선거구에 출마한 고준호 후보가 유세차량으로 쓰고 있는 대형버스 앞에서 기호 2번을 손가락으로 나타내고 있다. 고준호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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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 개소식 참석해 ‘페어플레이’ 다짐




시민 요구 적힌 대형버스 유세 30대 “버스노선 개편해 파주 교통 편하게”

경기도 파주시 2선거구에 출마한 고준호(35) 자유한국당 경기도의원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유세차량도 없다. 대신 직접 고안한 자신의 얼굴과 기호를 붙인 일반 버스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한다.

고 후보는 파주시에서 출마한 도의원 후보 9명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그는 공약과 공보물도 직접 만들었고 시민들이 소음 공해에 방해받지 않도록 로고송도 틀지 않는다. 얼굴을 넣은 ‘고준호 버스’가 그런 생각의 결과물이다. 그는 “버스 바깥에는 시민들이 바라는 공약을 적었다”고 소개했다. 경쟁자인 상대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해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그는 “지역발전을 위해 경쟁하는데 저라도 이념을 타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방문했는데 상대 후보도 잘 받아줬다”고 했다. 그는 작은 변화일지라도 시민이 동네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파주 시골에는 버스가 없고, 도심에는 노선이 한정적이다. 노선을 개편해 시골에도 버스가 다닐 수 있고, 도심에서는 시민들이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원 서초 4선거구에 출마한 김한솔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서초동에서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한솔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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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학교’ 거쳐 시의원 후보로 첫발


바른정당 ‘청년학교’ 출신 정치신인 “내가 자란 서초부터 변화”

정당 정치학교를 거쳐 선거에 출마한 30살 후보도 있다. 서울시의원(서초 4선거구) 선거에 출마한 김한솔 바른미래당 후보는 바른정당의 ‘청년정치학교’ 출신이다. 2009년 대학에 입학해 국악을 전공한 그는 2016년 국악 음반 기획사를 창업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보고 난생처음 정당의 정강·정책을 찾아보게 됐다.

“기존 정당들은 ‘보수냐 진보냐’ 이런 논의에 그치고 스타 정치인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바른정당은 따뜻한 공동체와 개혁 보수를 내세워서 좋았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지 궁금해 정강·정책을 정독했고 결국 당원까지 가입했죠.” 대선 전후 바른정당에 대한 청년들 관심이 뜨겁던 때였다.

입당 뒤 그는 바른정당 영입 1호인 박종진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자청했고 정치 신인들을 위해 진행된 ‘목민관학교’에도 참여했다. 그는 생활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정치를 펼쳐보기 위해 이곳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기초·광역의원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고향이자 초·중·고를 나온 서초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고 싶다”며 “지역공동육아 프로그램인 ‘함께키움’ 대상과 시간을 확대하고 ‘서초문화버스’ 노선과 운영시간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전북도의원 군산 4선거구에 출마한 박창수 민주평화당 후보가 군산컨테이너터미널지부를 찾아 노조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창수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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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협력업체 퇴직자 “우리 목소리 전달하고자”




GM 군산공장 협력업체 희망퇴직자 “무일푼 쫓겨나…노동자 목소리 낼 것”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전북 군산 4선거구에서 도의원에 출마한 박창수(46) 후보는 22년간 일한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의 협력업체에서 지난 3월 희망퇴직한 노동자다. “본사 직원들은 일정 부분 보상을 받았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무일푼으로 쫓겨났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그는 협력업체 노조위원장이었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정치권에 전달이 안 됐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직접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던 박 후보는 “인기 많은 여당엔 흙수저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며 평화당 후보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평화당이 ‘군산에서만큼은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고 그런 약속을 신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월 150만원도 안 되는 실업급여로 딸 셋을 키운다. 그는 “가진 것 없어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당선되면 서민·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시흥시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정유진 정의당 후보(오른쪽)가 배곧신도시에서 시흥시 라 선거구에 출마한 정도영 후보 운동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정유진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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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내 딸에게 더 나은 세상 물려주고 싶어”


시흥의 두 자녀 학원강사 40대 “육아 도울 직장문화 개선 조례 준비”

경기도 시흥시의회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정유진(43) 후보는 ‘워킹맘’이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그는 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친다. 지난해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발표한 1호 공약 ‘슈퍼우먼방지법’을 접하고 ‘심쿵유세단’ 활동을 자원했다. “삶이 너무 고단했던” 그에게 슈퍼우먼방지법은 “새로운 희망이자 위로”였다.

그는 “내 귀한 딸이 모유가 흐르는데 젖 짜낼 공간도 없는 곳에서 일하지 않게, 육아휴직도 당당히 받고 경력단절도 안 되게 세상을 바꿔주고 싶어서” 출마를 결심했다. 소수정당 후보로서 선거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남편과 시누이 4명도 이젠 든든한 지원군이다.

정 후보는 당선되면 발의할 1호 조례(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도 이미 준비했다. 육아·돌봄을 위한 직장문화 개선과 유연근무제도 확대 등을 담은 조례다. 그는 “직장 내 여성 안전(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강화와 성별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원 홍천군의원 후보로 출마한 민중당 남궁석 후보. 남궁석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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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후보 “농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돼야”


홍천서 농사 지어온 ‘농민운동가’ “연 240만원 농민수당 꼭 도입해야”

“주민은 늘 ‘행정 참여 주체’가 아니라 ‘행정의 대상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바꾸려고 나섰습니다.”

남궁석(58) 민중당 후보는 강원도 홍천군의원(나 지역구)에 출마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강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직후 고향 홍천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가톨릭농민회를 접하면서 농민운동가의 길도 걸었다. 2000년부터 2년, 2010년부터 4년간 홍천군 동면 속초1리 이장을 지내며 주민들과 함께했다. 홍천군 농민회장으로 활동하던 2014년에는 이웃 마을에 들어서려던 골프장을 주민·환경단체들과 연대해 막기도 했다. 그해 지방선거에는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홍천군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 등을 공약했지만 낙선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주민 3459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10월 홍천군 최초로 주민발의를 통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를 제정했다. 그는 이번에 핵심 공약으로 ‘연 240만원 농민수당’을 제시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과 어려운 농촌 현실을 살리기 위해 농민수당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 마포 나 선거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차윤주 후보가 대흥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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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기자 생활’ 마감하고 무소속 구의원 도전


기자생활 뒤 마포 구의원 도전 “감시와 견제 잘할 수 있어요” 자신감

차윤주(36) 후보는 12년 경력의 기자 생활을 올해 3월 마감하고 구의원(서울 마포 나) 출마를 결심했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는 ‘아파트 동대표’ 경험이었다. 2015년 7월, 동대표로 당선됐지만 임기 2년은 외로운 투쟁의 시간이었다. 주변 비슷한 규모 아파트보다 4배나 비싸게 외벽 물청소 비용이 집행된 사실을 파악하고 전임 동대표들을 고소했지만 상대는 명예훼손 맞고소로 대응했다. 고소전에 휘말린 뒤 대자보도 붙이고 상황을 공유하려 했지만 입주민들은 무관심했다. 그는 “이런 무관심이 자리를 탐하는 소수가 나쁜 짓을 하게 하는 토양이 되겠다는 걸 느꼈다”며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에 도전해 이런 상황을 바꿔보자”고 마음먹었다.

무소속 출마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가 있어 가능했다. 마포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의 김종현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잡지 제작자인 곽승희(31·금천 다), 학원 강사인 김정은(38·마포 사), 통역사인 우정이(40·마포 아)씨도 함께 무소속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의 포부는 ‘12년차 기자 윤주씨, 나 대신 내 세금 좀 감시해줄래요?’라는 대표 선거 문구에 담겨 있다. 그는 “프로 기자로 훈련받았으니, 감시와 견제는 잘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태규 이정훈 송경화 엄지원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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