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땡큐”…입주예정 아파트 몸값도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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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0.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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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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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아파트 희소성에 '쏠림 현상'
- 상한제 발표 후 보름새 5000만원↑
- "막차 잡자" 청약경쟁률 수백대 1
- 정부 규제가 집값 부채질 '풍선효과'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에코자이’ 현장 전경.(GS건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다 옛말이예요. 입주 시기가 다가올수록 분양권 가격이 더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이라고 보면 됩니다.”(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최근 서울 분양권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새 아파트가 더욱 귀해지면서 보름여 만에 몸값이 수천만원 이상씩 뛰었다. 청약시장에서도 상한제 시행 이전에 막차를 탄 새 아파트를 잡으려는 수요자들이 앞다퉈 몰리며 고분양가에도 수백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 규제가 되레 ‘새 아파트 쏠림 현상’이라는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한제 발표 이후 보름 새 웃돈 5000만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서북권 대표 주거지로 부상한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는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3개 단지(DMC에코자이·래미안DMC루센티아·DMC롯데캐슬더퍼스트)·3200여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이 중 오는 12월 가장 먼저 입주하는 DMC에코자이는 전용 59㎡시세가 보름 새 7억2000만원에서 7억7000만~7억8000만원으로 5000만~6000만원이 올랐다. 같은 평형대 시세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6억원대 후반에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훌쩍 뛴 상황에서 매물도 씨가 말랐다. 인근 R공인 관계자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라 연말 입주를 앞두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 대기자가 많았는데 최근 전용 59㎡형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오히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걷어들이는 상황”이라며 “규제 발표 이후 구축 단지를 팔고 갈아타기에 나서려는 유주택자도 상당한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전역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가 강화되기 직전인 2017년 6월 분양한 ‘신정뉴타운아이파크위브’는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신월동 S공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인근 신정뉴타운 4구역 조합 설립 등 호재가 많지만 상한제 발표 이후 가장 많은 매수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달 현재 전용 59㎡형과 전용 84㎡형 가격은 최고 7억3000만원, 11억원으로 한달도 안돼 최소 5000만원 이상이나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서도 최고 입지를 자랑하는 강남권, 마용성 등 부촌에서 분양하는 신축 단지들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 전용 84㎡형의 시세는 25억~27억원으로 분양가 보다 10억원 가까이 올랐으며, 같은 달 집들이를 하는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59㎡형도 13억원으로 7억원 가까이 올랐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상한제 발표 이후 ‘강남권 신축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심리가 더욱 확산된 것 같다”며 “그나마 있던 매물도 쏙 들어가서 매수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청약시장 로또 열풍 지속…“강북권, 강남 따라잡기 나설 듯”

상한제 규제에서 벗어난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로또 청약’ 열풍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후려치기’에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는 등 정비사업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자 마지막 신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매수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모양새다.

상한제 시행이 예고된 이후 서울에서 최초 청약 접수를 받은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지난 28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결과, 8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813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04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세 자릿수 대 평균 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10월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156대 1)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 단지 평균분양가는 3.3㎡당 2813만원으로 전용 59㎡가 7억원대, 84㎡는 8억원대다. 인근 ‘이수 힐스테이트’ 전용 59㎡는 올해 6월 9억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지난 27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 센트레빌’(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에도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약어)족이 대거 몰렸다. 이 아파트는 사실상 상한제 시행 직전 강남에서 분양하는 마지막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분양가가 3.3㎡당 5100만~5800만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받은 주변 단지들에 비해 훨씬 비싼 편이다. 다만 일반 분양 물량이 30가구 미만(전용 82㎡ 10가구 일반공급)으로 임의분양하는 방식이라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유주택자도 대거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신청 이전부터 청약 조건 등을 문의 전화가 폭발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며 “시행사인 조합 측이 요청으로 청약경쟁률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백대 1 이상의 경쟁률은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분양권 전매제한 확대(5~10년)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새 아파트 희소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한민국 청약지도’ 저자인 정지영 아이원 대표는 “연말로 갈수록 신축과 강남, 프리미엄 브랜드가 리드하는 시장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며 “이미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에서 강북권 새 아파트로 시세상승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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