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교 2학년 때 인턴십 2주를 하고 SCI급 논문의 1저자가 된 사실을 두고 젊은 엄마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맘카페·SNS 등의 온라인에서 “엄마들이 아픈 아기들 병 연구에 쓰라고 혈액 채취에 동의했지, 조국 딸 논문이나 쓰라고 동의한 줄 아느냐”고 비판한다.
논문은 '주산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에서 나타나는 eNOS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매우 어려운 주제를 다뤘다. 2002~2004년 샘플을 모았고, 2007년 실험을 진행했다. 논문은 2009년 발표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법률·윤리규정이 강화됐고, 그 전에는 매우 허술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교생 1저자 논문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과거 규정과 현행 법률을 적용해 고교생 1저자 논문의 문제점을 문답으로 정리한다.
허술한 규정이 조씨 1저자 가능케 했다
현재 생명윤리법에는 혈액‧소변‧피부조직 등 사람의 몸에서 나온 모든 물질(인체유래물)과 관련한 시험을 할 때에는 소속된 병원의 윤리위원회(IRB)에 연구 계획을 제출해 검증받아야 한다. 환자나 가족에게 연구계획을 설명하고 동의서(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2002년에는 생명윤리법이 없었다. 약사법에 따라 1995년 만든 임상시험 심사위원회 제도가 있었다. 약물 시험을 위한 제도였고 인체유래물에는 매우 관대했다. 생명윤리법은 2004년 1월 제정됐다. 배아(수정란)‧유전자 등과 관련한 연구가 대상이었고, 인체 유래물은 2013년에서야 법률에 들어가 윤리위 승인을 받게 됐다.
이 논문은 병원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단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 윤리위원회’는 혈액을 이용한 연구까지 일일이 검증하지 않았다. 윤리위원회가 활성화되지 않아 외부 고등학생인 저자가 의문스럽게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논문에는 윤리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명기했다. 거짓이다. 단국대 관계자는 "장 교수가 '별도로 병원 윤리위를 거친 건 아니다.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저자 표기 기준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윤리위 통과 사실까지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혈액 채취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 당시 91명의 신생아 혈액 채취를 의사가 했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신생아 채혈은 성인보다 어려워 비의료인이 하기 힘들다. 당시 레지던트(전공의)들이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91명의 부모 동의를 받았을까? 조씨 논문에는 "설명 후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았다"고 돼 있다. 연구의 내용과 방향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논문에 명시한 'IRB 통과'가 허위로 드러났기 때문에 동의 부분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국대 측은 "서류 보존 기간이 지나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 교수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동의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2년 서울 대형병원 소아과에서 레지던트를 했던 A씨는 “당시에는 ‘포괄적 동의’만으로 혈액에 대한 모든 동의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논문에 ‘Informed Consent'를 적었을 수 있다”고말했다. 다만 강원지역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서면 동의를 받거나, 구두로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진료 목적에서 채혈한 피가 조금 남으면 연구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생아 91명의 혈액을 이용하는 연구에 조 후보자의 딸이 참여하는 건 문제가 없었을까? 조씨가 2007년 착수한 실험에는 2002~2004년에 채취된 혈액 샘플을 ‘유전자 분석’용으로 전처리한 물질이 쓰였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일학 교수(보건의료법윤리)는 “혈액을 가공해 실험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낸 ‘2차 데이터’ 개념의 시료로 조씨가 실험을 한 것”이라며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규정으로도 비의료인‧제3자가 실험을 하는 것 자체는 윤리적‧법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직 대학병원 내과 교수 A씨도 “생화학 등 기초의학을 연계한 연구는 비의료인 연구원들도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나도 병원에서 환자 동의를 받고 채취한 혈액 샘플을 연구실에 보내 실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비의료인이 연구에 참여하는 게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관계자는 "조씨가 의과학연구소에 등록하지 않은 것 같다. 장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연구에 참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논문 참여가 비공식적‧음성적이었고, 게다가 1 저자가 된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조씨 같은 고교 2년생이 2009년이 아니라 2019년에도 논문의 1저자가 될 수 있을까. 신생아 혈액에 동의를 받고 윤리위 심사를 통과하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당시처럼 개인적으로 2주 인턴을 하면 제1저자 등재는 불가능하다. 연구 중간에 책임연구자를 변경하려면 병원 윤리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윤리위에 제1저자를 외부인인 고등학생으로 변경한다고 신고하면 위원들이 타당성·기여도를 따져 걸러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 네이버 메인에서 중앙일보를 받아보세요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