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젊은 국악팀을 소개하는 시간. B-국악 포스트 3탄!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
오늘 만나볼 부산의 국악팀은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라니.
일단 '얼터너티브(Alternative:대안)'란 단어를 사용한 것부터 과감하다. 국악팀 앞에 붙이는 수식어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얼터너티브'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안 국악'이라. 앞서 리뷰했던 루츠리딤은 '퓨처국악'을 사용했었는데 과연 초아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대표곡을 한 번 찾아서 들어보자.
보컬이 없다. 연주곡인데도 지겹지 않고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편곡하였다. 일단 기본 리듬은 자메이카의 '스카(SKA)'음악과 동유럽의 '폴카(Polka)'음악이 연상되는 디스코 풍의 리듬이다. 모듬북을 사용하여 한국의 동살풀이 리듬을 섞은 것이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그 위에 대금과 소금, 피리와 태평소를 리드악기로 사용하여 경쾌하게 곡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퓨전국악 밴드들이 건반을 사용하여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연결하는 부분은 초아도 다르지 않지만, 피아노를 잘 활용한 듯하다. 그냥 연결하는 역할이 아니라 곡의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너무 튀지 않게 적절히 치고 빠진다고 해야 하나? 역시 나중에 찾아보니 건반 연주자가 이 곡의 작곡가였다. 뭘 좀 아는 사람이다. 곡이 매우 좋다.
공연 영상에는 멤버가 6-7명 되는데, 실제 '초아'의 멤버는 4명이라고 한다. 2011년에 창단하여 올해로 10년 된 중견 밴드이다. 양악과 국악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 음악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음악적 목적이라고. 인터뷰를 찾아보니, '초아'가 지향하는 음악은 결국 '좋은 음악'이라고 한다. 굉장히 좋은 대답이다. '국악'이나 '퓨전국악'같은 장르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다부진 대답을 듣고 <초아>가 더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다음 곡을 들어보자.
일단 작곡가 김영준 님께 박수 한 번 보내고 글을 이어가야겠다. 짝짝짝. 보컬을 쓰지 않고 이 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들을 존경한다. 도입부의 소금 선율이 너무 좋다. 일부러 아이리쉬 음악의 느낌을 내려고 멜로디를 만든 듯하다. 인디언 플롯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우리나라 관악기 '소금'의 매력이 온전히 드러난다.
도입부에 사용한 멜로디를 2절에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코드를 마이너 풍으로 바꿔 새로운 느낌으로 이어간 것도 대단하다. 정말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팀인 것 같다. 이 곡을 들으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드럼을 중심으로 리듬을 만든 부분이다. 아이리쉬 느낌을 살리려 했다면, 리듬 파트에서 드럼이 아니라 카혼이나 다른 타악기를 활용했으면 더 신비로운 느낌이 나고 관악기들의 멋이 더 살았을 것 같다. 이건 내 소견이니 그냥 넘어가고, 다음 곡을 들어보자.
월, 화, 수, 목, 금요일은 천천히 흘러가는데 토, 일요일만 유독 빠르게 흘러가는 기분을 표현한 민속악풍의 곡으로 피리산조 가락이 모티브가 된 곡이다. 우리 고유의 '한'을 남도의 굵은 요성을 통해 서정적으로 풀어내었다.
- 곡 소개 글 중 발췌
이 곡은 대금 연주자가 굉장히 돋보이는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음정처리는 물론이고 섬세한 감정처리까지 잘 해냈다. 곡도 참 좋지만, 대금 연주가 더욱 좋다. 편곡에 대한 칭찬은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 팀의 작곡가 김영준님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다. 뒷부분에 피리가 들어오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리드 악기 두 개만 가지고 풍성하게 곡을 잘 이끌어 간다. 초아는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팀이구나. 이렇게 또 부산의 좋은 국악팀을 알아 간다.
제목을 '월화수목금토일'로 지은 것이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여러 번 듣다 보니 작곡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나의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게 된다. 이 곡을 들으며 일주일 동안 고생했던 나 자신을 쓰담쓰담 해주는 듯한 위로를 느꼈고, 다음 한 주를 힘차게 살아가고 싶어지는 응원을 받았다. 너무 거창한가. 궁금하면 다들 들어보시길.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의 첫 번째 앨범 '푸른 까마귀의 숲'
지금까지 들었던 3곡 모두, 2017년에 발매된 초아의 첫 번째 앨범 '푸른 까마귀의 숲'에 수록되어 있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음원으로 듣는 건 또 다르다. 공연 영상은 이미지가 곁들여지기에 더 재미는 있지만, 음악에 완전히 몰입되는 맛은 떨어진다. 반면에 음원으로 음악을 들으면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겨우 1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영상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었고, 대부분 음악을 듣는 시간은 온전히 그것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만 온전히 듣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영상이 곁들여진 음악을 보고 듣는다. 그리고 음악은 BGM, 일명 브금으로 전락했다. 뮤지션들의 음악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 명의 음악 애호가로서 바라볼 때는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해서 그 시간을 즐기는 '음악감상'이라는 취미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아재의 넋두리일까. 아니면 너무 빠르게 소비되는 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감성의 퇴화일까. 아 너무 깊게 들어간 것 같다. 다시 초아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력이 화려하다. 방송 출연도 많이 했고, 공연도 전국 방방곡곡 다니는 것 같다. 하긴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하는 팀이 10년째 활동하고 있으니 많이 불려 다닐 만도 하다. 화제를 끌었던 프로그램 'TvN 박칼린의 국악스캔들 꾼'에도 출연했었다. 기나긴 검색을 통해 방송 영상을 찾아냈다!!
초아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자연의 소리를 가진 국악기에 다른 여러 나라 악기의 연주법과 선법을 차용하여 '가장 한국적인 소리로 세계를 노래'하기 위해 '월드국악'이라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이라는 근간을 지켜내며 세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우리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월드국악'을 발표해서 퓨전국악의 장르에 대한 고찰도 해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초아의 공연을 통해서 '대중음악으로서의 국악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공연예술로서의 국악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초아'가 속해 있는 레이블(회사) '사운드팩토리 판'대표 황미정 님과 연락을 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가 감동받았던 대금 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작곡가 김영준 님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고 한다. (비밀 : 이 두 분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다!!)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에서 계속 국악팀을 운영해나가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모습에서 깊은 리스펙을 느꼈다. 정말 부산에는 멋진 국악팀들이 많은 것 같다. 모 걸그룹의 멤버와 이름이 같아서 검색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꿋꿋이 이름을 안 바꾸고 10년을 활동해 온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밤낮으로 빌고 또 빌어야겠다.
지금 '세 개의 바람'이라는 싱글 앨범은 모든 작업을 마쳐서 가을에 발매 예정이고, 초아 2집 앨범은 '월드국악프로젝트'한 이름으로 11월에 발매 예정입니다.
-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 인터뷰 내용
11월까지 초아의 다음 앨범을 초조하게 기다려봐야겠다. 또 얼마나 멋진 '좋은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한 곡 더 띄우며 포스트를 마치겠다. 초아 만세!
얼터너티브 국악그룹 초아 @choa_band
초아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지화자!
* 본 글은 (재)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