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다 健全하다 [건ː전하다] 듣기 어휘등급
· 1.
adj 병이나 탈이 없이 건강하고 온전하다.
· 2.
adj 사상이나 사물 따위의 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이며 위태롭지 아니하다.
Standard Korean Dict.
애당초 신체적으로 ‘온전함’을 보장받을 수 없는 기울어진 교제의 장이었습니다.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교제가 ‘더’ 불건전해지려면 아마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진 후 데이트 폭력 살해 등의 사건 사례에 여성 가해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자료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겐 ‘정신병’이라 불리는 페미니즘의 도래 이후 증가한 것은 여성 범죄자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부부 강간, 가정 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이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된 배경에는 가부장제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있었습니다. 전에는 사적인 영역의 일이라 치부되던 일들을 머리채를 잡고 양지로 끌어내 법정으로 끌고 간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죠. 강간 문화가 만연한 사회(미디어 내 여성 성 상품화 등)에 대해 불편의 목소리를 내고, 여성 낙태권에 대해 제창하고, ‘No means No’ ‘My body My choice’라는 문구를 외치며 목소리를 낸 것도 또한 이 미친 페미니스트 작자들의 성과이고요. 가정폭력, 맨스플레인, 강간 문화, 성적 권리 의식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여성이 매일 접하는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재정의하고 그런 세상을 바꿔나갈 방법을 열고자 ‘브래지어 끈 풀고’ ‘머리채 풀고’ 난리 치는 게 언급하신 불건전한 페미니스트들의 업적이랍니다. 어떤가요? 이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불건전해졌나요? 아니, 사실 아직도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평형이 맞춰지는 과도기의 한가운데입니다.
페미니즘 대두 전, 가부장제 권력 아래에서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은 신뢰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가부장제에 잘 순응하고, 2세 생산이 유효하게 보이는 신체(젊음)를 유지하는 것이 생에 달성해야 할 과제의 전부였습니다.
교제에 앞서 죽지 않을 권리, 맞지 않을 권리, 스토킹 당하지 않고, 동의 없이 찍힌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되지 않고, 가해자(성범죄자)가 올바른 형량을 받는 사회가 오기 전까지는, 후보님이 명명하신 '건전한 교제'의 달성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는군요.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입니다. 여성들은 아직도 기득권 핵심에 있는 남자들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기득권 남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언제나 ‘피해자의 자격’을 논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모되기 일쑤입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장의 성 비리가 폭로되기까지 공공기관 내에서의 성희롱 성폭력 관련 비리가 터지지 않은 것은 과거가 현재보다 ‘건전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깜깜한 암흑 속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맨스플레인'의 작가 레베카 솔닛의 말을 인용하며 줄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모든 공격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그리고 비로 우리가 조만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세상은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가끔은 상서롭다고 봐도 좋을 만한 방식으로 지금도 변하고 있다.”
후보님, Welcome to the party! 파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들은 이제 막 파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네요. 모쪼록 앞으로도 재밌게 즐기시다 돌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