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화재 당일 김범석 사임 발표…‘#쿠팡탈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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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19.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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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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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법적 책임회피 ‘꼼수’ 지적 나와
김범석 쿠팡Inc CEO 겸 이사회 의장. 김범석 의장은 최근 쿠팡Inc의 국내법인 쿠팡㈜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 제공
온라인에서 쿠팡 회원탈퇴 인증과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이뤄진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국내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 사임 발표에 따라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19일 오후 2시30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대한민국 실시간트렌드 4위에 ‘쿠팡 탈퇴’가 올랐다. ‘쿠팡 탈퇴’와 관련된 내용만 1만3천여건이 올라오면서다. 쿠팡 이용자들이 누리집에서 회원을 탈퇴한 화면을 갈무리한 인증샷을 남긴 게 대부분이다. 이들은 “물류 운영과 배달인력 착취에 대표 대응까지 전반적으로 불매 대상이라 판단했다”, “기업이 달라질 수 없다면 소비자가 달라져 문제인 기업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쿠팡탈퇴 #쿠팡불매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들을 올렸다.

쿠팡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지난해에만 매출액이 2019년 대비 91% 급증하며 국내 소비자의 절대적인 선택을 받았다. 연달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발생한 와중에도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쿠팡의 ‘고객 중심’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17일 물류센터 화재와 김범석 창업자의 국내법인 쿠팡㈜ 의장·등기이사 사임 발표가 함께 이뤄지면서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경영자’라는 여론이 비등하며 갑작스레 탈퇴와 불매운동에 맞닥뜨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사업장에서 지난해에만 9명이 사망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김 창업자의 국내법인 의장·등기이사 사임을 17일 발표하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창업자가 국내법인을 100% 지배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국내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려운 데다, 법적·사회적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뒤 같은 해 12월에도 쿠팡㈜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진 바 있어서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안전 확보 의무에서 미비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 법 시행 전 김 창업자가 기업의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 처벌 대상 가능성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는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 규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신임 이사회 의장)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유인종 부사장(안전관리 부문 책임)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기재한 바 있다.

한편, 쿠팡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52·소방경) 119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고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했다. 이어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고,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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