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회피 ‘꼼수’ 지적 나와
19일 오후 2시30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대한민국 실시간트렌드 4위에 ‘쿠팡 탈퇴’가 올랐다. ‘쿠팡 탈퇴’와 관련된 내용만 1만3천여건이 올라오면서다. 쿠팡 이용자들이 누리집에서 회원을 탈퇴한 화면을 갈무리한 인증샷을 남긴 게 대부분이다. 이들은 “물류 운영과 배달인력 착취에 대표 대응까지 전반적으로 불매 대상이라 판단했다”, “기업이 달라질 수 없다면 소비자가 달라져 문제인 기업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쿠팡탈퇴 #쿠팡불매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들을 올렸다.
쿠팡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지난해에만 매출액이 2019년 대비 91% 급증하며 국내 소비자의 절대적인 선택을 받았다. 연달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발생한 와중에도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쿠팡의 ‘고객 중심’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17일 물류센터 화재와 김범석 창업자의 국내법인 쿠팡㈜ 의장·등기이사 사임 발표가 함께 이뤄지면서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경영자’라는 여론이 비등하며 갑작스레 탈퇴와 불매운동에 맞닥뜨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사업장에서 지난해에만 9명이 사망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안전 확보 의무에서 미비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 법 시행 전 김 창업자가 기업의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 처벌 대상 가능성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는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 규정상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신임 이사회 의장)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유인종 부사장(안전관리 부문 책임)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기재한 바 있다.
한편, 쿠팡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52·소방경) 119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고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했다. 이어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고,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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