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코로나 백신 예산 1700억원… 화이자·모더나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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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3. 오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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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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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외 제약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 이상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 확보한 내년 예산으로는 백신 개발 후보 업체에 오른 주요 해외 제약사들이 제시 중인 백신 가격을 단 한 군데도 맞출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도즈(1회 접종분)당 가격이 4 달러로 가장 저렴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더라도 40억원 이상이 부족하다. 임상 3상 중간 결과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는 미국 모더나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1조6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당국은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백신 구매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내년 선급금 예산은 1700억원으로, 이 중 절반인 850억원은 코백스 퍼실리티에 납부해 850억원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계획 중인 국내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은 총 3000만명분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 나머지 2000만명분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모든 국가에 충분하고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운영하는 백신 공급기구다.

참여국들이 내는 돈으로 제약회사와 백신 선(先)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 공급을 보장받는 일종의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다.

코백스는 공정 배분을 위해 우선 참여한 모든 국가에 자국 인구의 20%를 접종하는 데 필요한 분량을 나눠준 뒤 초과분을 공급할 방침이다.
협상 중인 글로벌 제약사에 대해 정부는 임상 3상에 들어간 10개 중 임상시험 자료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한 5개사라고만 밝히며 구체적 기업명은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유력한 5개사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 미국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으로 압축한다. 임상 3상 중인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와 중국 시노팜 등이 개발한 백신은 제외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임상 3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을 받아 논란이 됐고, 중국 백신의 경우 배양 자체가 어려운 데다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상용화 여부가 미지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지난 12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0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가장 좋은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어느 정도 양이되면 살균해 몸에 넣는 홀바이러스 백신인데, 이걸 중국이 하고 있다"면서도 "백신 생산 과정에서 (오퍼레이터가)감염되고, (생산)양이 많지 않다. 그런데 그걸 중국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는 유력 후보군 5개사가 제시한 백신 가격을 단 한 곳도 맞출 수 없다. 이들이 공개한 가격을 보면 최소 4 달러에서 최대 37 달러로 가격이 형성됐다. 우리 돈 약 4400원에서 4만1000원대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선구매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은 아스트라제네카다. 1도즈당 4 달러를 기준으로, 2000만명분을 구매하면 약 891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재 확보한 예산(850억원)에서 40억원이 모자라다.

최근 임상 3상에서 90% 이상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힌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의 경우 고가(高價)에 속해 현실적으로 확보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19.5 달러, 모더나는 32~37 달러로 책정했다.

모더나 백신 최대 가격으로 계산하면 2000만명분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7억4000만 달러, 약 8241억원이 드는데, 이 백신의 경우 2회 접종을 해야 하는 만큼 1조6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화이자 백신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보관환경을 고려하면 냉동고 등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려면 일반 병원 등에서는 이를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보관할 수 있는 냉동고를 갖춰야 하는데, 1대당 수백만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화이자와 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한다는 내용의 20억 달러치 계약을 체결했다. 1회분당 가격은 20 달러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다음으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존슨앤드존슨도 10 달러로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책정한 만큼 2000억원이 필요하다. 노바백스는 16 달러로, 3600억원 이상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서는 조(兆)단위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를 위해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김양혁 기자 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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