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흥그룹-대우건설 노조 인수조건 협상 파행…내부 결합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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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3. 오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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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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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 법적 구속력 갖춘 서면 합의서 거부"…무기한 농성 시작
중흥 "최대주주 지위 갖춘 뒤 합의점 찾아야"…내부선 불안감↑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사옥(자료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인수조건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매각 종결을 목전에 두고 양측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과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중흥그룹 구상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노조는 전날 조합원들에게 성명서를 보내 "중흥그룹 인사단과의 협상이 파행으로 종결됐음을 공식 선언한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흥그룹과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광주 중흥그룹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대우건설 본사 로비 앞에서도 14일부터 출퇴근 시간 집중 규탄 시위를 진행한다.

이번 사태는 노조가 제시한 인수조건 문서화에 중흥 측이 난색을 표하며 벌어졌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해 10월 KDB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시작으로 중흥그룹과 약 2개월간 인수조건 협상을 진행해왔다.

중흥그룹은 첫 회동에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보장과 직원 처우 개선을 약속했고, 노조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서면 합의서를 마련하겠다며 실무 협의에 응했다. 당초엔 수긍했던 중흥 측에서 매각 마무리 시점이 오자 문서화를 거부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Δ독립경영 담보를 위한 대표이사 내부 승진 원칙 Δ사내 계열사 외 집행임원 선임 인원 제한 Δ인수 후 재매각·본부 분할매각 금지 등을 담은 합의서를 제시했다. 딜 클로징 전 문서로 확답을 받아야, 향후 중흥 측에서 약속을 뒤집을 수 없단 판단이다.

중흥그룹 측은 당장 서면 합의서 작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직 매각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최대주주로서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중흥 측은 서면 합의가 주주권·경영권·재산권 침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노조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노조는 중흥그룹이 밀실매각·특혜입찰 의혹을 지우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딜 클로징 전 노동조합과 고용승계, 단협승계, 조합원 처우에 대한 약속을 보장받는 것이 맞다"며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서가 없다면, 중흥그룹이 완전한 주인이 된 뒤 약속을 지킨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인수조건 협의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일단 신임 대표이사로 내부 신망이 두터운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이 내정됐지만, 매각이 종결된 뒤 경영진이 추가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중흥그룹 입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승진이 단기간 안정을 위한 도구로 쓰일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오너 일가가 내부 승진 인사를 가교 역할로 쓰며 몇 년 잇속만 챙기고 입맛대로 바꿀까 걱정"이라며 "기존의 대우건설 색채를 유지하며 연속적인 경영이 가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독립경영, 처우 개선 등 앞서 약속한 사항은 매각이 마무리된 뒤에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독립경영 보장과 처우 개선은 회장 지시 사항이다.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최대주주로서 지위가 아니라 서류화를 할 수 없는 처지고, 매각 결정이 난 다음 서로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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