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일대일로가 ‘모욕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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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공식블로그

2018. 8. 13.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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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모욕적인(insulting) 프로젝트다.

트럼프의 '일대일로' 공격이다. 예리하다. 지금 대놓고 일대일로를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뿐이다. 유럽도, 캐나다도, 호주도, 심지어 일본도 일대일로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감히 태클을 걸지는 못한다.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일대일로의 떡고물에 대한 고려도 있겠지만, 자칫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다는 이유가 더 크다. 그걸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공격해댄 것이다. 트럼프 답다.

[출처 : 셔터스톡]
일대일로가 어떤 프로젝트인가?

시진핑이 이름을 걸고 추진하는 국가 사업이다. 2012년 11월 제18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로 선출된 그의 일성은 '중국몽(中國夢)'이었다. '위대했던 중화민족의 시기를 되살리겠다'라는 비전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민족주의 정서가 달아올랐고, 1840년대 아편전쟁이후 서방에 눌려지냈던 치욕의 시기를 끝낼 수 있다는 꿈이 퍼졌다. 작년 19차 당대회에서는 '2050년이면 미국을 넘길 수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 중국몽이 형상된 것인 바로 '일대일로'다. 실크로드는 그들이 말하는 위대했던 중화민족 시기의 작품이다. 한(漢)나라 때 뚫었고, 당(唐)나라 때 가장 문물 교역이 성(盛)했다. 중국몽과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트럼프는 그 트레이드 마크를 짓뭉갠것이다.

일대일로는 정치외교적인 차원과 경제적인 차원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우선 정치 외교적인 차원을 보자.

2011년 클린턴 당시 미국 외교부장관은 'Pivot to Asia'를 선언했다. 우리는 그걸 '아시아로의 회귀'라고 번역한다. 중동 등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던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미국의 아시아 포위 전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동부지역 포위라인이 일본-한국-대만-필리핀-동남아-인도로 이어진다고 본다. 포위를 뚫어야 했다. 서쪽으로 가자! 중국이 공들여오던 중앙아시아를 포섭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남쪽 해양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대규모 경제적 선심공세도 시작됐다. 2013년 가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나온 게 바로 일대일로였다. 태생부터가 정치외교적 함의를 갖고 있는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기필코 미국을 극복하겠다는 열망이 담겨있다.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통렬하게 한방 날린 것이다. 트럼프는 내 임기 안에 중국의 기세를 확실하게 꺾어놓겠다는 전의들 다지고 있다. 그래서 '일대일로는 모욕적이다'라는 트럼프의 말은 미국의 뜻이기도 하다.

[출처 : 셔터스톡]

중국은 일대일로 연선(沿線)국가를 약 70개 정도로 본다. 이들 '일대일로 대상국'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누구는 트럼프의 말에 안도할 것이요, 누구는 중국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것이요, 어떤이는 중국과 미국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을 터다.

일대일로의 두번째 의미는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시진핑이 집권했던 2012년 중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이었다. 돈이 넘쳐 흘렀고, 공장 야적장에는 재고가 쌓여간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푼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이 산업 전반의 과잉을 낳고 있었다. 국유기업 업종인 철강, 시멘트 등 건설 분야가 특히 심했다. 어떻게 이걸 소화해야 하나? 

이 때 등장한 탈출구가 바로 일대일로였다.

일대일로는 화려한 말로 수사되고 있지만, 주요하게는 건설 프로젝트다. 스리랑카에 항구가 건설되고 있고, 파키스탄에서는 가스관이 깔리는 식이다. 동남아에서는 철도가, 중앙아시아서는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 중국은 국내에서 넘치는 돈을 이들 나라에 빌려준다. 그 돈의 상당액은 중국 국유기업의 공사 대금으로 다시 중국으로 회수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해당국에서 부채라는 '암초'를 만났다. 중국이 의욕저긍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신용이 떨어진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떼돈'을 빌려왔다. 당연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공사를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이다.

[출처 셔터스톡]

총 620억 달러(약 69조원).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의 돈이 파키스탄에 투입된다. 무상원조가 아니다. 어쨌든 상당액은 대외 부채로 기록된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파키스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100억 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내년말까지 돌아올 외채 상환액 127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IMF는 "너희들 구제해주면 그 돈이 중국으로 갈게 뻔한데, 도와줄 수 없다"라고 '다른 곳에 가서 알아봐'라고 돌아선다. 파키스탄은 사우디 등에서 돈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중국에게 손을 벌려야 할 판이다. 자국의 이권을 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스리랑카가 그랬다. 남부 함반토타 항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조성했지만 역시 빚 갚을 길이 막막했다. 결국 작년 임차형식으로 중국에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넘겨 주어야 했다.

[출처 : 셔터스톡]

주변국들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중국 종속'을 우려해 중국과 일대일로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국가도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일대일로 일환으로 추진되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얀마도 중국이 후원하는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규모의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들고 나왔을 때 세계 언론은 전후 유럽 경제 복구 프로젝트였던 미국의 마셜플랜을 떠올렸다. '미국의 선심'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시진핑은 '운명공동체'를 얘기하고 있지만, 대상국들은 경제침탈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심화될 수록 중국은 수혜의 대상이 아닌 위협의 존재로 인식된다. 역효과다.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미국의 존재다. 미국의 달러 패권이 굳건한 상태에서 중국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극히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셜플랜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IMF냐 중국이냐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파키스탄의 처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일대일로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원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없었다. 서쪽으로, 남쪽으로 가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동쪽에 있는 우리와는 별 큰 인연이 없는 사업이었다. AIIB가입으로 우리도 한 발 들여놓기는 했지만, 애당초 그 파티에서 우리가 먹을 떡은 없었다. AIIB는 수직적 구조다. 중국과 개별 국가 간 관계만 있었지, 각 회원국간 수평적 관계는 없다. 프로젝트가 발생해도 중국과 대상 국가 간 사업이 진행된다. 참여 여지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중국이 북치고 나서니 우리는 적당히 장구치며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 '아이구~ 굉장한 일 하시네요'라고 분위기 정도는 맞춰줄 지 알아야 한다. 중국 권력자 시진핑이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혹 비즈니스 제의가 오면 잡으면 될 일이다.

일대일로가 우리에게 무엇인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흥분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냥 차분하고 냉철하게 관찰하고, 그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정치 경제적 의미를 연구해야 할 일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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