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내가 투기꾼이냐” 보수언론 또 세금폭탄론, 사실은

입력
수정2018.09.15. 오후 3:1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중앙일보, 1주택자 “투기꾼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 하나” 보도에

누리꾼들 “세금 얼마나 더 내는지 밝혀봐라. 말도 안 되는 기사” 반발

9.13 부동산대책으로 종부세 더 내야하는 이, 주택소유자 1.6%에 불과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못 살겠다”는 현수막을 내건 서울 대치동 우성아파트의 모습(사진 왼쪽)과 부동산 앞에서 고민하는 한 남성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내놓자 보수 언론에서 ‘종부세 폭탄론’이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14일 <중앙일보>는 ‘집 한 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 하나”’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세금 폭탄’을 맞는 다주택자·은퇴자를 중심으로 대책에 대한 반발도 크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포털 사이트 많이 본 기사 순위에 오르면서 오후 2시 현재 네이버에는 1만2000여개의 댓글이, 다음에는 820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들여다보니, 참여정부 때 ‘종부세 세금폭탄론’의 학습 효과 때문일까요. ‘종부세 폭탄론’에 대한 비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9월14일치 5면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먼저 다주택자의 불만 사례로 ‘강남구 재건축 단지 2채를 보유한 70살 최씨’가 나옵니다.



서울 강남구에 재건축 단지 2채를 보유한 최성덕(71·가명)씨는 “금융소득 외에 소득이 없는데 세금만 갈수록 느니 미칠 지경”이라며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주고 규제를 해야지 다주택자가 무슨 죄인이냐”고 말했다. 8·2 대책에 따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인해 보유한 주택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는 얘기다.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재건축 단지 2채가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금융소득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씨가 내야 할 세금은 얼마일까요? 이런 모든 사실 관계는 생략된 채 ‘집을 팔 수 없는 처지인데 세금만 뜯어간다’고 토로하고 있는 이 사례를 두고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강남에 재건축아파트 2채 가진 71살 노인이 금융소득 외엔 소득이 없다고… 세금 중과에 볼멘소리???????? 부동산 정책 확실히 밀고 갑시다. 지방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은 전혀 이 정책으로 손해 안 봅니다.” (아이디 melo)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니 팔지 않은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면 오른 만큼 세금 내라.” (아이디 바람의 파이터)

“집값 떨어지면 나라에서 세금 깎아줄 겁니다. 아직 재산은 가지고 있으니 그 재산에 대한 세금 내야죠. 세금 내기 싫으면 국가라는 보호 울타리에서 벗어나시면 됩니다. 어디 세금 안 내는 나라 찾아서 이민 가세요. 어디 원시 부족 이뤄 사는 곳은 세금 안 내려나?” (아디이 aldu)

무엇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다주택자가 내야 할 세금을 크게 올리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것입니다. ‘똘똘한 한 채’의 기준은 시가 18억원 이상입니다. 시가 18억원 주택(과표 3억원) 1채 소유자의 경우 현재 부과되는 종부세는 연 94만 원, 한 달에 7만8000원 정도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18억원 주택 1채 소유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1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8300원 늘어나 연 104만원, 한 달에 8만6000원 정도가 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더 걷기로 한 종부세 5만원보다 5만원 더 늘린 수준입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3억6000만원 주택(과표 6억원) 1채 소유자는 현재 연 187만원, 한 달에 12만6000원 정도 종부세를 내고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연 293만원, 한 달에 24만4000원 정도를 내게 됩니다. 물론 <중앙일보> 기사에도 1주택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모(40)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10년 전 결혼할 때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내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데 이젠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겨레>가 올해 3분기 송파구 잠실동 실거래가 신고 현황을 조회해봤습니다.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 가운데 18억원 이상으로 매매 신고된 집은 주공5단지 일부를 제외하고 한 채도 없습니다. 이씨가 주공5단지 소유자 등 종부세 인상 대상이라면 현행 종부세보다 더 내야 할 금액은 1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8300원이고, 대상이 아니라면 종부세는 한 푼도 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10년 전에 집을 마련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로 40%를 감면해줍니다. 종부세 인상액이 1년에 6만원, 한 달에 5천원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푼도 오르지 않거나 한 달에 5000원 정도 더 내야 하는 세금이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인지 궁금합니다. 잠실동 일대 아파트는 1년 전보다 시세가 많게는 30% 정도 급등했습니다.

심지어 시가 34억원 이상의 1주택 소유자(과표 12억원 구간)라고 하더라도 이번 대책으로 인한 종부세 인상 상한선이 150%로 제한돼 있습니다. 아무리 고가의 대형 주택을 소유했다고 해도, 이번 대책으로 지난해보다 1.5배 이상의 종부세는 내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는 얘기입니다. 또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산출세액에서 40% 감면) 말고도 70살 이상 고령자 공제(30% 감면)을 적용합니다.



“잠실 30평대 1주택자 세금 얼마나 더 내는지 밝혀봐라. 말도 안 되는 기사” (아이디 nyjy)”

“10년 전에 융자받아 샀으면, 투기 아닌 투자라는 것은 인정해도, 지금 부동산으로 남들 10년 연봉보다 더 올랐는데, 그 정도 수익에 대한 연간 100만~200만원 세금이 그리 분통 터질 일인가요? (아이디 막강최강)

와 같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댓글 가운에 ‘이모씨’와 같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찾기 어렵진 않습니다. “집은 팔아야 돈인 건데 집 한 채 대출 올인해서 살며 현금도 없이 근근이 사는 사람한테 집값 올랐으니 세금 왕창 올린다면 누가 좋아함. 버는 돈은 똑같고, 이 집은 팔 집도 아니면 세금만 왕창 오른 게 맞음. 다주택자 과세하는 건 그렇다 쳐도, 1주택자 과세는 그냥 나가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됨” (네이버 댓글)이라는 것이죠.

자유한국당도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과도한 세금 부담”이라며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가만히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폭탄이 현실화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무주택자 등의 처지에서 보면 이런 반응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더 많습니다.



“강남에 시세 18억짜리 집 있는 사람이 보유세 94만원 정도 내다가 110만원 정도(실제는 104만원입니다)로 오른 게 당연하지,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보며 살 엄두도 못 내는 집 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아이디 ing)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가 인상되는 사람은 모두 22만명 선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이번에 꽤 종부세 부과 금액이 오를 예정인, 지난해 기준으로 종부세 과표가 12억원인 시가 34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는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합쳐 전국에 8895명뿐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기준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모두 1331만1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1주택 소유자는 1133만2000명이고,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개인은 모두 198만명입니다. 거칠게 2016년 기준 주택 소유자를 분모로 두고,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가 인상되는 주택 소유자를 분자로 두면,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를 더 내야 하는 사람은 겨우 1.6%에 불과한 겁니다.

이 때문에 최씨나 이씨와 같은 불만 사례를 집중 부각해 ‘세금 폭탄론’을 지피려는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의 시도에 많은 누리꾼들은 ‘더는 속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 더 많이 내는 건 당연한 건데 또 참여정부 때처럼 언론이 선동하네요ㅎ 집 가진 사람, 아닌 사람 갈라치기해서 세금폭탄이라고 선동하는데 1주택자는 세금 많이 안 오릅니다. 걱정 말고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 중과해주세요~” (아이디 sw67)

게다가 주택 실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당위를 좀 더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고, 특히 서울 수도권이라는 매력적인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며, 이 재원을 바탕으로 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도 매력적인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세금 폭탄론’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종부세 개정안 등 9.13 부동산대책도 아직까지는 정부의 방안일 뿐 이를 실현하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실제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됩니다. ‘가만히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 내야 할 세금이 ‘폭탄’ 수준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보도에 더는 가만 있어선 안될 까닭입니다.

이지은 박다해 기자 jieuny@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