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 서버렸다…40대·제조업·임시직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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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17. 오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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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7월 취업자 수 5000명 증가 그쳐 금융위기 후 8년6개월 만에 최저실업자, 7개월째 100만명 웃돌아
ㆍ‘저고용 늪’에 빠진 한국…7월 한 달 취업자 증가율 사실상 ‘0’
ㆍ40대 취업자 14만7000명 감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
ㆍ김동연 “최저임금 일부 영향” 첫 언급…내일 긴급 당·정·청 회의

17일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의 한 대학에서 졸업생들이 교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명대를 웃돌았다. 내수 부진과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고용상황을 맞고 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고용한파를 몰고 왔던 2010년 1월(-1만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10만명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31만6000명 증가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의 취업자 감소가 전반적인 고용지표를 끌어내렸다. 제조업은 전년 동월 대비 12만7000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10만1000명, 교육서비스업에서 7만8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역시 각각 3만8000명, 4만2000명 줄었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1년 전에 비해 14만7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0.7%포인트 줄었다.

실업자 수는 103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자(67만8000명)는 4만1000명 감소한 반면, 구직단념자는 54만6000명으로 6만3000명 증가해 2014년 이후 가장 높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장관들과의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최근 고용 부진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일자리 및 추경사업과 저소득층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내년도 재정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고용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제조업의 일자리 급감과 40대 취업자 감소폭의 확대 때문이다. 제조업에선 전년 동월 대비 12만명 넘게 취업자 수가 줄었고, 40대의 취업자 감소폭은 20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 2월 이후 6개월 동안 10만명대에 머무르던 월 신규 취업자 수는 7월 5000명으로 급감했다. 경제활동인구는 1년 새 8만6000명 늘었는데, 5000명만 일자리로 편입됐다는 건 사실상 증가율 0%에 가깝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청와대의 “추경예산이 집행되고, 대기업·공공기관이 채용절차에 들어가면 6월부터 고용여건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과도 크게 엇나간 결과다.



■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 급감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은 12만7000명이 줄어들어 전 산업 중에서 취업자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제조업 신규 취업자는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10만6000명에서 2월 1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3월 1만5000명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이다 4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5월 7만9000명, 6월 12만6000명 감소하는 등 낙폭을 키웠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자동차와 기타운송장비(조선업 포함), 의복, 모피 등에서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폭도 6월 18만6000명에서 지난달 3만6000명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은 8개월, 교육서비스업은 9개월째 감소가 이어졌다. 인력파견을 주로 하는 사업시설관리·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제조업 감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의 영향으로 10만1000명 감소했다.

특히 연령별로 40대의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1년 새 10만1000명이 줄었지만 취업자는 14만7000명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19년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30대 취업자 수도 9만1000명 감소했다.

■ 하반기 일자리 사정도 불투명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제외한 주요 제조업 업종의 하반기 고용 전망도 불투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업종별 단체들과 개최한 실물경제동향 점검회의 결과를 보면, 가전·기계·철강·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고용 유지, 자동차·조선·섬유에서는 고용 감소를 각각 전망했다. 반면 글로벌 호황을 지속하는 반도체와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석유화학은 고용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은 민간 소비가 회복돼야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경기 회복세와 추경 등 정부 정책 영향이 관건이다. 부동산·건설 경기, 가계부채 등이 내수 활성화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또 보호무역주의, 해외 생산 확대 등 위험요인도 지켜봐야 한다.



■ 내년 초 터닝포인트 맞을까

청와대는 이번 고용지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전날 경제지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연말 정도 가야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더 정확하게는 내년 초 정도는 돼야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수주가 증가하면 고용 및 경제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영업 종합대책, 일자리 예산 집행의 효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영업자 세무조사 유예 등 세부담 경감을 지시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부처 장관들과 긴급현안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일부 업종과 계층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며 영향 정도에 대해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 부총리는 “실업급여 지급 등을 위해 내년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한편,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어 ‘고용쇼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에서는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정부에서는 김 부총리·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서는 정태호 수석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하·김지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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