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패싱' 바이든 "2030년 신차 절반 전기차로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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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06. 오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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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비중 現 2%서 2030년 절반으로" 선언
韓 완성차·부품, 보조금 받으려면 美이전 불가피


◆ 바이든發 전기차 경쟁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연료전지차(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이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점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워즈인텔리전스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23만7000여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가 30만대가량 팔렸다. 지난해 미국 내 전체 차량 판매가 1458만여 대인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차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바이든 정부는 9년 뒤 이 수치를 50%로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업체 경영진도 기자회견에 동참해 2030년까지 신차의 40~5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이날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35년부터 EU 내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 금지 정책을 제안한 데 이어 미국까지 그보다 시기를 앞당겨 친환경차 전환을 선포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산업계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들이닥치게 됐다.

일단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엔 호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차량·부품에 한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데,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 배터리 업체들과의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소재 업체들엔 생존경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 대신 친환경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만 소비자 구매보조금 등 수혜를 얻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친환경차 생산량의 국내외 배분 과정에서 노조와 협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사업구조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 부품의 국산화율은 99%에 달하는 반면, 미래 자동차 관련 부품 국산화율은 전기차 68%, 수소차 71%,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38%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서진우 기자]

K배터리, 美시장 조기확대 길 열렸다

美 2030년 신차 절반 전기차로

LG엔솔·SK이노·삼성SDI 등
미국 공장 가동땐 점유율 70%

원료 수입 의존·日 반값 공세
후발주자 따돌릴 기술혁신 시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것처럼 2030년 신차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하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했으며 삼성SDI도 미국 진출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1GWh(약 30만대) 규모인데, 2022년엔 43GWh(약 7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 1·2위인 중국과 유럽을 앞지르는 성장률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수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만큼 현재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미국 진출을 예고한 삼성SDI 등 한일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한국이 유리하다. 미국 현지에 설치된 배터리 공장은 2020년 기준 파나소닉이 80%로 압도적이지만 추가 투자에 망설이던 사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잇달아 GM,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2022년에는 한국 기업 점유율이 55%로 파나소닉(42%)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SDI까지 가세하면 미국 배터리 시장 중 약 70%를 한국이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원료와 반값 배터리 경쟁,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차세대 전지 등에 대한 개발을 소홀히 할 경우 이제껏 쌓아왔던 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속속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견제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장벽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충전 용량과 이동 거리를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춘 리튬 2차전지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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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을 좋아하는, 과학덕후 원호섭 기자입니다. 과학과 산업을 취재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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