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면] 안철수, 문재인 문전박대…2002년 노무현과 정몽준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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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2.20.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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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오늘은 어떤 날이었을까.
'오늘裏面'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시작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는 뉴스와 사건들 속에서 울고 웃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오늘이면은 과거의 오늘이 가진 다른 의미를 추적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소외당하고 잊혀질 뻔한 사실들을 적습니다.
오늘의 역사를 통해서 지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3년 전 오늘, 12월 18일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선 후보의 지지를 철회하며 이른바 '문전박대' 사건이 일어난 날입니다.

대선을 하루 앞둔 2002년 12월 18일. 당시 노무현 후보는 서울을 돌며 마지막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전날에도 서울에서 부산을 향하는 강행군 유세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노무현은 명동과 종로에서 정몽준 대표와 마지막으로 유세를 펼쳤습니다.

사진=MBN

하지만 그날 밤 10시경. 선거를 단 8시간여 남겨두고 선거캠프에 갑작스런 비보가 들려옵니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단일화 약속을 돌연 철회한 겁니다. 단일화로 지지율을 반등시켰던 노무현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노무현은 재벌출신인 정몽준 과의 단일화를 내키지 않아 했습니다. 정책도 다르고 서로 지향하는 바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대선 승리에 절박했던 사람들은 그를 압박했고, 결국 노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둘의 동상이몽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내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정몽준은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면 된다"는 노무현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지지를 철회합니다.

16대 대선은 반전을 거듭한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그 서막은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노무현은 이인제와 한화갑을 상대로 광주에서 승리하며 이변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는 광주경선 승리연설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회창과 대적할 사람은 노무현 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며 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웠습니다. 이인제는 김대중이 노무현을 은밀히 지원한다는, 이른바 '청와대 음모론'을 제기하며 '노풍'에 맞섰지만 결국 중도하차했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은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한 뜨거웠던 월드컵의 선전과 함께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급부상, 대선 구도는 3파전으로 전개됩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질 무렵.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는 대선 판도를 또 한번 뒤집었습니다. 투표를 불과 8시간 남겨둔 시각. 이처럼 정몽준의 지지철회는 마지막 돌발 변수였습니다.

11시 5분, 노무현과 참모들은 겨울 밤 찬바람을 맞으며 평창동 정몽준의 집을 찾습니다. 대문이 열리길 기다렸으나 정몽준은 그를 ‘문전박대’ 합니다. 노무현은 끝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후 참모들과 회의를 했지만 사태를 수습할 마땅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전박대’를 당한 노무현의 모습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전해졌고 그의 모습은 지지자들을 더욱 결속시키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결국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승부사' 노무현을 청와대에 입성시키는 기적을 낳았습니다.

2002년, '낡은정치 청산론'을 내건 노무현은 온 국민을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게 했고 '3김 정치'의 퇴조 분위기 속에서 일명 ‘노풍’을 몰고 왔습니다. 16대 대선은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대표는 '새정치'를 주장하는 안철수 의원에게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정치 쇼'라는 의견도 있는 가운데 진정성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안철수의 집 앞에서 40분간 기다리던 문재인의 모습에서 노무현이 비친다고 느낀 사람은 소수가 아닙니다.

사진=MBN

안 의원은 '낡은 정치 혁신'을 표방하며 지난 13일 탈당을 강행하며 문 대표와 갈라섰습니다. 그는 자신이 문 대표에게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당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호소하며 자신의 '혁신전대' 제안을 관철시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반응은 싸늘했고 안 의원은 서운함을 드러내며 결국 '문전박대'로 응답했습니다.

안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야당은 국민께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며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제 검토해야 마땅하다"고 부르짖으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사진=MBN

문재인과 안철수, 두 정치인의 속마음이 어떻든 노무현과 정몽준의 관계처럼 더 이상의 협력은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대해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도 있고 '혁신경쟁'과 '인물경쟁'을 통한 '각자도생'에 의해 야권이 재탄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도 있습니다. 이렇듯 또 하나의 '문전박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사진=MBN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거에도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일을 의미하는 '데자뷰'라는 말도 그냥 있는 말은 아닐 겁니다. 지난 2002년의 데자뷰. 야당에게 희극이 될지 비극이 될지 그 결과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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