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3명 "수입 절반 넘게 줄어"…53%는 "집에서 직접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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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4. 오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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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국리서치 공동…`소비행태` 설문조사

"소비축소"는 61%로 더 높아
응답4분의 3 "신중하게 소비"

소득 줄면서 우선순위 정해
소비하려는 심리 크게 늘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 늘면서
가족의 미래 더 생각" 53%


코로나19로 인해 소득과 소비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소비 위축 직격탄을 맞아 한산한 모습이다. [이충우 기자]
프리랜서로 방과 후 강사 일을 하는 김 모씨(35)는 지난달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학교 두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올해는 새로 개교하는 학교에서도 수업을 맡게 되면서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휴교가 길어지면서 지난 2월 마지막 주부터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생계비 지원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돈으로 코로나19 이전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언제 일자리가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씨는 어떻게 해야 아껴 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김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코로나19가 회복되더라도 줄어든 수입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돈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매일경제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55.3%는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줄었다고 답했다. 감소폭은 10~20%대가 35.3%로 가장 많았으며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응답도 30.6%에 달했다.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60.8%로 수입이 줄어든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된 소비 행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39.5%가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영유아나 초등학생을 둔 가구에서 소비 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한된 소득 내에서 물품 구매의 우선순위를 더욱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74.4%가 소비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60대(84.1%)와 성인 자녀를 둔 가구(84.8%)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약 세 달간 이어지면서 발생한 일상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줬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7.0%가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지만 오는 30일부터 이어지는 연휴에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높고, 향후에도 주기적 재발이 예상되면서 소비자의 생활 변화는 앞으로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족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67.5%에 달했다. 2인 이상 가구로 한정하면 79.7%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런 변화는 개개인들에게 기존 삶의 방식을 성찰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2.7%가 나와 가족의 미래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재난 상황으로 외부 환경이 급변할수록 자신의 방어막이 되는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중고생 자녀(64.3%), 성인 자녀(61.1%), 초등학생 자녀(57.6%), 영유아 자녀(49.8%) 순이었다. 미혼 가구(40.2%)와 비교하면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가족의 소중함이 커졌다는 응답도 52.1%를 기록했다. 특히 신천지 집단감염의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57.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재난 상황 극복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55%에 달했다.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가족과의 유대감을 통해 찾은 안정감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집 안 환경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집 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65.1%를 기록했다. 특히 실내 청소에 대한 관심이 66.7%로 높게 나타났다. 실내 청소에 대한 관심은 응답자 중 80.1%가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주변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우선 가정 내 위생관리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의 안전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공기청정기 등 가정 환경 관련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54.9%였으며 실제로 구입한 응답자도 28.1%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된 후에도 가정 환경 관련 가전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70.9%에 달했다.

◆ 번거롭지만 재미있는 요소 찾는다

집에서 즐기는 형태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편화하면서 동영상 콘텐츠 이용(64.0%)이 늘었고 실내운동(44.5%), 게임(36.9%) 등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집에서 즐기는 비중은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요리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직접 요리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응답은 주중이 53.4%, 주말이 53.0%로 나타났다. 가정간편식(HMR)을 이용한 식사가 주중(39.9%)과 주말(39.4%) 모두 직접 요리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은 소형 가전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 등 주방 소형 가전 사용이 늘었다는 응답은 50.4%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리서치가 선정한 샘플을 이용해 웹조사(CAWI) 형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허용 오차 범위는 ±3.1%포인트다.

"코로나 진정돼도 혼술·온라인 콘텐츠 즐기겠다" 절반 육박

"현재처럼 외부활동 자제" 30%
10명 중 6명, 패션소비 감소

설문조사에서 여전히 외부 활동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관계를 중요시하고 여가, 오락, 자기계발 등 소비·생산적인 활동을 가정에서 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외부 활동도 외출 제약만 사라지면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오는 30일 연휴에 앞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이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아직 확산 가능성이 높은 데다 회복 후 주기적인 재발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외부 활동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부 모임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0.0%가 직장 동료와의 회식이나 지인과의 모임이 줄었다고 답했다.

감소폭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말 외식 83.9%, 주말 카페 활동 83.2%, 나들이 74.9%, 등산·낚시 등 실외 활동 70.1% 등이었다. 가족 행사(84.7%)와 경조사(84.1%) 등 코로나19 이전에는 필히 참석했던 행사들도 발길을 끊은 경우가 많았다.

타인과 접촉이 줄면서 외모를 가꾸려는 수요는 급감했다. 의류(59.9%), 신발·액세서리(59.1%) 등 10명 중 6명이 패션에 대한 소비를 줄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내 활동은 현재 상황이 개선되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줄인 회식이나 모임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69.4%에 달했다. 의류 구입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겠다는 응답도 56.7%를 기록하면서 패션 시장도 다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증한 실내 활동 대다수는 회복 후 외부 활동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이용(49.7%), 혼술 등 가정 내 음주(48.6%) 등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인기가 높아진 실내 운동(48.2%), 온라인 게임(40.4%) 등도 지속하겠다는 답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나들이(78.8%), 주말 외식(77.8%), 주말 카페 활동(76.9%), 실외 활동(71.2%) 등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실시하겠다고 응답했다. 가족 행사(79.9%)와 경조사(77.7%) 등도 높게 나타나며 각종 행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출이 원상태로 회복되면서 급증한 가정간편식(HMR) 수요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로 늘어난 HMR 구입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식사 빈도도 주중 46.8%, 주말 44.6%로 코로나19 기간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세를 이어온 간편식 시장은 비상 상황에서도 쉽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급격히 성장했지만 사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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