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주한미군 철수론 `솔솔`…트럼프, 협상카드로 활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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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8.18. 오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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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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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합참의장 가능성 일축했지만 핵심참모 배넌의 철수발언은 FTA·방위비분담 협상 압박용
한미동맹 균열땐 北오판 우려


미국 백악관과 주류 언론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협상용 발언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평가 절하하는 기류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강경책에서 유화책으로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주목된다. 특히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의 '북핵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내를 보여준 '천기누설'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주장한 '북핵 폐기-주한미군 철수' 맞교환 카드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발언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정부가 문재인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당장 배넌 수석고문의 주한미군 철수 거론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주류다.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에 대한 어떤 논의에도 관여한 적이 없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면 나는 알지 못한다"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확고히 일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에 북한에 대한 강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미국은 필요하면 북한에 군사적 대응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되풀이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배넌의 언급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협상이나 거래를 위한 주고받기 차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설정한 것이 6·25전쟁이 발발한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을 돌이켜보면 '제2의 애치슨 라인'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있다.

NYT는 트럼프 참모진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신문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이미 미국의 안보공약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순된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가중했다"며 "배넌이 제시한 딜은 수십 년간 미국이 유지해온 정책에서 급격히 이탈한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과거 핵 동결의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미국이 이를 거부했는데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의 요구보다 훨씬 더 큰 카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는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가능한 것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그럴 때에도 많은 한국민은 주한미군이 역내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를 역임한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배넌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반박을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달더 회장은 "동맹인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배넌의 '북핵 동결과 주한미군 철수' 교환 주장에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에는 최소 1~2년이 걸린다"며 "즉 그 기간에 북한은 핵 능력을 완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배넌의 주장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신뢰하며 두 사람이 미·중 패권 경쟁의 관점에서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 백악관·국무부 관계자를 접촉한 현지 외교·안보 소식통은 "실제 트럼프의 생각은 제임스 매티스나 렉스 틸러슨보다 배넌에 가깝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선 미국 내 여론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 간 철저한 공조가 바탕이 돼야 미·중 간 빅딜설, 주한미군 철수설 등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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