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짜리 반송보험에 2억명 가입‥'동전보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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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8. 오전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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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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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완화된 소액보험사 설립법 6월 시행 예정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사 '미니보험' 출시 준비나서
시장 활성화된 中ㆍ日 보험사 벤치마킹 사레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 2013년 초 중국 보험시장이 크게 들썩였다. 당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마밍저 핑안보험 회장이 중국 최초로 온라인 보험사 ‘중안보험’ 설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3마의 첫번째 도원결의’라고 칭했다.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중안보험의 영업방식이다. 사망이나, 질병을 보장하는 전통 보험영역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맞춤형 소액보험 시장을 노렸다.

당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인터넷 은행도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은 아직 이르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들의 영업방식은 적중했다. 특히 1.8위안(307원)으로 쇼핑몰에서 반품택배비를 보상해주는 반송보험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다. 중안보험은 설립된 지 고작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 2017년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안보험의 시가총액은 현재 8조원에 달한다.

문턱 낮춘 소액보험시장...한국판 ‘중안보험’ 나오나

이르면 오는 6월 한국판 ‘중안보험’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설립의 문턱을 낮추고 규제를 대폭 풀어주기 때문이다. 빅테크사와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보험사들까지 관련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본금 기준을 대폭 완화한 소액 단기 전문 보험회사가 설립 법안이 6월 9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령 논의 중에 있으며 최소 자본금 기준은 약 20억~30억원 수준이 될 예정이다.

소액 단기 전문 보험회사는 일명 ‘미니보험’을 파는 보험사를 일컫는다. 미니보험은 보험 가입이 1회성이거나 가입 기간도 1년 미만으로 짧은 보험을 말한다. 보험료가 소액이고 위험보장 내용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간단한 상품을 통칭한다.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가입한다.

물론 그동안에도 미니보험 시장은 있었다. 하지만 상품 종류가 여행ㆍ레저보험 등으로 한정돼 있었고, 소비자를 끌기 위한 미끼용 상품으로만 활용되다 보니 시장의 확대에 한계가 컸다. 특히 복잡한 가입절차는 보험 가입을 꺼리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미니보험 시장 규모는 정확한 집계는 되고 있지 않지만, 전체 보험료의 약 10% 미만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험사 설립 기준이 낮아지면 다양한 핀테크 회사들이 소형 보험사 설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6년 자본금 기준을 낮추자 100여개의 소액단기 보험사가 설립됐다. 온라인 기반의 핀테크 소형 보험사가 많이 생기면 그만큼 다양한 보험상품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도 공연 취소 때 티켓비용을 보상해주는 티켓보험을 비롯해 변호사보험, 날씨보험, 반려견보험, 골프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카카오 등 빅테크 틈새시장 노려

현재 미니보험 시장에 관심이 가장 큰 곳은 빅테크사들이다. 최근 금융당국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예비인가를 신청한 카카오페이는 예비인가서 내 주요 영업전략 사항에 ‘니치(틈새)마켓 상품’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생활에 필요한 미니보험을 주로 개발하고,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보험을 가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카카오페이는 중안보험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안보험의 대표 상품인 반송보험은 소비자가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B2C)를 통해 구매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제품을 쇼핑몰로 반송하는데 지출되는 배송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된 결제창에서 보험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고, 과거 반송이력 및 구매 상품정보에 근거해 보험료가 결정된다. 반송 이력이 전혀 없다면 기본 보험료는 약 1.8위안(한화 305원)이다. 해당 상품은 중안보험 수익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안보험의 항공기 지연보험도 스터디 대상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 이에 대한 위로금을 보장하는데, 보험금 청구과정이 없이 실시간 비행기 정보에 근거해 자동보상한다. 항공권를 구매할 때 함께 가입할 수 있고, 항공편 취소시 100위안(1만7000원), 출발시간 4시간 이상 지연시 200위안(3만4000원)을 보험금으로 준다. 보험료는 30위안(5000원)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고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산업은 소비자 관점과 여전히 괴리가 있다”면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일상생활 보장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보험사와 비슷한 상품으로는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하반기 출범할 예정이다.

기대반ㆍ우려반 전통 보험사들

국내 기존 대형 보험사들은 미니보험 시장 확대 움직임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오히려 부실한 보험사가 등장해 보험업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필요보다는 요구에 의해 가입하는 푸쉬(Push)형 상품의 성격이 강해 최근 디지털 세대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편인데,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영역을 보장해주는 등 새로운 보험영업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문턱을 과도하게 낮출 경우 자금이나 운영이 불안정한 보험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도 소액보험사는 계약자보호기구가 별도로 없어 회사 파산에 따른 여러 문제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소액보험사에 대한 설립 기준 완화와 함께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장치 마련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중안보험도 사실 상조보험의 개념이 강하다”면서 “중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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