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공모가의 -8.8%… 카뱅도 9%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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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1. 오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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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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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크래프톤, 공모가 아래로 추락
카뱅은 하루만에 시총 두 계단 하락, 11위
다른 공모주들도 주춤… “성장성 따져야”


공모주 대어(大魚)로 꼽혔던 게임 업체 크래프톤이 코스피 상장 첫날인 10일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6일 상장하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하며 금융 대장주(株)에 올랐던 카카오뱅크도 이날 주가가 급락했다.

크래프톤은 시초 가격이 공모 가격(49만8000원)보다 9.94% 낮은 44만8500원으로 확정됐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 것이다. 카뱅은 주가가 9% 넘게 급락하며 시가총액 순위도 전날 9위에서 11위(33조9222억원)로 두 계단 떨어졌다.

이에 따라 투자만 하면 수익을 줄 것처럼 여겨졌던 공모주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정해진 뒤 상한가 직행)에 성공한 공모주 중 절반 이상은 최근 주가가 상장 첫날 시초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모은 공모주 주가 침울

크래프톤은 장 초반 한때 공모가 대비 20% 낮은 40만500원까지 떨어졌다. 장 막판 매수세가 몰리며 종가는 시초가 대비 1.2% 상승한 45만4000원으로 마감했지만 대형 공모주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한 건 이례적 현상이었다. 주당 50만원에 육박하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중국의 빅테크 규제 위험(리스크)까지 더해져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뱅은 상장 첫날 상한가에 둘째 날인 9일에도 12.5% 급등했지만 셋째 날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주가 고평가 논란이 여전하다. 카뱅의 PBR(주가 대비 순자산 비율)은 5.5배로 0.4배인 다른 은행들에 비해 13배 정도 높다. 은행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보더라도 주가가 고평가된 수준이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적용할 경우 27조원이 적정 시총”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모은 다른 공모주 중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제주맥주는 이날 2.3% 하락한 3835원을 기록했다. 상장일 시초가(4780원) 대비 20% 하락한 수준이다. 마스크 제조사인 씨앤투스성진 주가(2만1650원)는 공모가(3만2000원)보다 32%나 떨어진 상태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IPO(기업공개)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공모주 시장에선 공모가 대비 상장일 상승률이 지난 1분기 이후 차츰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블·상한가 기록해도 불안불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월 신규 상장한 57개 기업 가운데 11개가 따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과반인 6사 주가(6일 기준)는 시초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당일 이들 종목을 사들여 6일까지 보유했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된 모바일 게임 업체 모비릭스는 따상 이후 바로 다음 날 13% 하락했다. 시초가(2만8000원) 대비 주가는 20% 하락한 상태다. 에이디엠코리아·삼영에스앤씨(이상 -19%), 해성티피씨(-17%), 오로스테크놀로지(-15%), 선진뷰티사이언스(-10%)도 시초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식은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공모주 투자에서도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현재는 유동성(자금)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고 주가가 횡보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에서도 기대한 수준의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주 거품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증권 신고서 정정 요청을 통해 과도하게 높은 희망 공모 가격을 떨어뜨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장성을 면밀히 따져 선별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개돼 있는 투자 설명서에서 실적, 사업 계획 등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확인하고, 기관 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 등도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도 카카오페이·현대중공업(이상 9~10월)·현대엔지니어링(11월)·LG에너지솔루션(12~내년 1월) 등 대어급 공모주 상장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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