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학의 해’를 지정한 원소

라듐(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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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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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11년은 UN이 선포한 ‘세계 화학의 해’이다. 화학이 이루어낸 그 동안의 성과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 바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일년 내내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런데 왜 구태여 2011년을 ‘세계 화학의 해’로 정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2011년이 IUPAC(국제 순수∙응용화학 연합)1)의 전신인 국제화학회협회(IACS,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emical Societies) 창립의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욱 큰 이유는 퀴리 부인이 라듐 발견의 공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퀴리 부인의 19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은 과학에서 양성 평등의 기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극히 험난한 과정을 통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인류 복지에 활용한 참된 화학자의 자세와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라듐의 발견이 왜 참된 화학자들의 자세와 정신의 모범적 사례가 되는가? 라듐은 어떤 원소이고 인류에게 어떤 기여를 하였는가? ‘세계 화학의 해’가 끝나가는 지금 이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원자번호 88
원소기호 Ra
원자량 (226)g/mol
발견자 퀴리 부부(프랑스, 1898)
전자배치 [Rn]7s2
실온상태 고체
녹는점 700 ℃
끓는점 1737 ℃
밀도 5.5 g/cm³
전기음성도 0.9
존재비 지각 9x10-7ppm:토륨/우라늄 광석에 극미량
산화상태 2
천연 동위원소 수 0 (226Ra 극미량)
원소명 어원 [라틴어]radius(광선)
겉보기 및 특성 무른 은백색 방사성 금속.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푸른 빛을 냄. 질소와 쉽게 반응하여 Ra3N2 생성.
생산 또는 합성 우라늄 광석 또는 사용 후 핵 연료에서추출.
주요 용도 골전이 암 치료. 중성자원(Ra/Be).과거에 시계 숫자판 등의 야광페인트, 라돈 기체 발생원(암 치료용)으로 사용.

1 원자번호 88번, 라듐

라듐(Radium) 1)은 원자번호 88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Ra이다. 주기율표에서는 알칼리 토금속족인 2족(2A 족)의 맨 아래에 있으며, 바로 위에는 바륨(Ba)이 있다. 은색의 고체 금속이나, 공기 중에서는 표면이 쉽게 산화되어 검은색이 된다.

화학적 성질은 바륨과 아주 비슷하며, 인체에 들어가면 뼈에 칼슘 대신 들어가기도 하여 여러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

라듐은 우라늄(U)과 토륨(Th)의 자연 방사성 붕괴로 생성되며, 라돈(Rn)으로 붕괴된다.

따라서 라듐은 우라늄이나 토륨 광석에 소량 포함되어 있으며, 지각에서의 존재비율은 84번째로, 아주 희귀한 원소중의 하나이다. 라듐은 자연상태에서 발견된 4가지를 포함하여 여러 동위원소들이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방사선을 낸다.

가장 흔한 동위원소는 우라늄의 주된 동위원소인 우라늄(U)-238에서 생성되는 라듐-226(226Ra)으로, 반감기는 1600년이다. 라듐은 대표적인 천연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보다 약 200만 배나 더 강한 방사선을 내며, 이 과정에서 빛과 열도 나온다.

라듐은 1898년에 마리 퀴리(Marie Sklodowska Curie, 1867~1934)와 남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 1859~1906)가 우라늄 광석인 피치블렌드(pitchblende, 역청우라늄석)에서 염화바륨(BaCl2)에 소량 섞여있는 형태로 염화라듐(RaCl2)을 처음 분리∙발견하였고, 1902년에 8톤의 폐우라늄 광석을 처리하여 0.1g의 순수한 RaCl2를 얻었다.

이후 1910년에 마리 퀴리가 RaCl2를 전기분해시켜 금속 라듐을 얻었다. 퀴리 부부는 방사성 현상을 발견∙연구한 공적으로 190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였고, 마리 퀴리는 라듐 발견과 분리의 공적으로 1911년에 두 번째 노벨상인 노벨화학상을 단독 수상하였다.

라듐은 발견 즉시 질병 (특히 암) 치료에 사용됨으로써 오늘날 암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사성 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고, 방사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구하는 방사화학의 새 분야를 열었다.

라듐의 전세계 연간 생산량은 1 kg 미만이며, 암 치료용 라돈 가스 생성, 중성자 생성 등에 사용된다. 방사능의 위험을 모르던 과거에는 시계의 숫자나 바늘에 바르는 야광 페인트를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2 라듐의 발견과 마리 퀴리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의 연구실.
라듐이 처음 발견된 퀴리 부부의 실험실 에서 라듐을 추출하는 전경.

라듐의 발견은 뢴트겐(Wilhelm Rontgen, 1845~1923)에 의한 X-선 발견과 베크렐(Antoine Henri Bequerel, 1852~1908)에 의한 방사선 발견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1895년에 뢴트겐은 진공 유리관에 들어있는 금속 전극에 높은 전압으로 강한 전류를 흘리면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사진 건판을 변화시키는 어떤 선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투과성이 좋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선을 X-선이라 불렀다.

X-선이 발견되고 몇 개월 후에, 베크렐은 검은 종이로 감싸인 우라늄(U)염에서도 사진 건판을 변화시키는 신비한 선이 나옴을 발견하였다.

우라늄염에 어떤 변화를 가져와도 여전히 동일한 선이 나온다는 사실에서 이것이 우라늄의 원자핵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론되었다. 처음에는 이 선을 ‘베크렐 선’이라 불렀는데, 1903년에 마리 퀴리가 방사선(Radiation)이라 명명하였다.

1897년에 29세의 폴란드 출신으로 소르본느 대학(파리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마리 퀴리는 방사선(당시는 베크렐 선이라 했음)에 대한 연구를 학위논문 주제로 하기로 하였다. 방사선은 기체를 이온화시키므로, 기체에 방사선을 쪼이면 전류가 통한다.

마리 퀴리는 물리학자인 남편 피에르 퀴리가 만든 전류계를 이용하여 방사선의 세기를 측정하고 새로운 방사성(radioactive) 물질을 찾던 중 1898년에 토륨(Th)도 방사선을 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즈음에 남편인 피에르 퀴리도 자기(磁氣) 성질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포기하고, 마리 퀴리와 함께 방사성 물질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이들은 우리늄과 토륨을 분리∙정제하는데 사용한 광석인 피치블렌드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세기가 이들에서 순수하게 분리∙정제한 우라늄이나 토륨보다 더 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퀴리 부부는 이들 광석에는 우라늄이나 토륨 보다 훨씬 강한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분리해 내려고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 마침내 1898년에 피치블렌드에 들어 있는 두 가지 새로운 강한 방사성 물질을 찾아내었다.

하나는 비스무트(Bi)와 함께 침전(공침)한 고체에서 얻었는데, 마리 퀴리의 모국 폴란드에서 따와서 폴로늄(polonium, 원소기호 Po)이라 명명하였다.

다른 하나는 바륨(Ba)과 함께 침전한 고체에 들어있었는데, 이것을 염화물로 만든 후 여러 차례의 분별 결정을 통해 바륨을 제거하고 강한 방사선 물질을 농축시켰다.

여전히 바륨이 주성분인 이 농축물의 스펙트럼을 얻은 결과, 바륨이나 납 등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에서 관찰되지 않은 새로운 스펙트럼 선이 관찰되었으므로 여기에 새로운 원소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들은 아주 강한 방사선을 내는 이 새로운 원소를 그리스어로 빛살(Ray)을 뜻하는 ‘radius’에서 따와 라듐(radium)이라 명명하였다. (당시에는 새로운 원소 이름을 발견자가 짓는 재량이 있었다.)

라듐 발견 100주년을 기념하는 퀴리 부부 우표. <출처: scientific-web>

그러나 아직도 라듐이나 폴로늄을 원소나 화합물 형태로 순수하게 얻은 것은 아니었으며, 이 새로운 원소들의 성질도 잘 측정되지 않았으므로 퀴리 부부는 이들을 순수한 상태로 분리하고자 하였다.

돈, 실험실, 보조자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 의과대학에서 해부실로 사용하다 용도 폐기된 낡은 헛간, 실험 과정에서 나오는 독한 연기가 빠져나갈 굴뚝도 없는 실험실에서 자신들의 전 재산을 쏟아 넣고 무려 8톤의 우라늄 폐광석에서 수천 번의 분리∙정제 과정을 거친 4년간의 각고 끝에 마침내 1902년에 0.1g의 염화라듐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들은 이 시료를 써서 라듐의 원자량을 225(실제는 226)로 측정하였다. 퀴리 부부에 의한 라듐의 발견과 분리∙정제 과정은 아마도 과학∙기술 발견의 역사에서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것으로, 위대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1903년 6월에 소르본느 대학은 마리 퀴리의 박사학위 논문을 승인하였고, 같은 해 12월에 퀴리 부부는 베크렐과 공동으로 방사능 현상에 대한 공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방사능의 존재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있었고, 일부 심사위원이 물리학상의 공적에 ‘라듐’이라는 원소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여 라듐 발견의 공적은 1903년 노벨상 수상 업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남편 피에르 퀴리가 190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마리 퀴리는 혼자서 라듐을 분리하는 연구를 계속하여, 1910년에 마침내 순수한 금속 라듐을 얻었다.

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라듐의 의학적 쓸모를 잘 인식한 마리 퀴리는 다른 사람들의 라듐에 대한 연구가 방해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라듐의 분리 과정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마리 퀴리는 1911년에 폴로늄과 라듐의 발견, 라듐의 분리, 라듐과 그 화합물의 특성 연구에 대한 공적으로 두 번째 노벨상인 노벨화학상을 단독 수상하였다.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인 동시에 과학의 두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마리 퀴리의 라듐 발견은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는 새로운 화학 분야인 방사화학을 열었고, 여러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두 번째 노벨상 수상 후, 라듐과 이를 암 치료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라듐연구소(Radium Institute)’의 설립을 준비하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X-선 장비와 라듐의 방사성 붕괴에서 나오는 라돈(Rn) 기체를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차량들을 이끌고 부상병 치료에 전념하였다.

전쟁이 끝난 1919년에 파리 대학과 파스퇴르 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퀴리 연구소’가 개소되었는데, 이 연구소는 지금도 생물리학, 세포생물학, 종양학 연구의 세계적 중심이며 방사성 암 치료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리 퀴리는 1932년에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Warsaw)에 라듐연구소(현재는 마리 스쿼도프스파 종양학 연구소)를 설립하였는데, 현재 폴란드에서 암 연구와 치료에서 가장 전문화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마리 퀴리는 연구도중 장기간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 되어, 재생불량성 빈혈(aplastic anemia)에 걸려 1934년에 사망하였다.

1911년 열린 첫 번째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마리 퀴리의 모습 (아래 열 오른쪽에서 두 번째).

3 라듐의 생성, 붕괴, 분포

자연 상태에서 라듐은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로 생성된다. 이때 생성되는 라듐 동위원소들은 모두 라돈(Rn) 기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안정한 납으로 붕괴된다. 이 붕괴 과정에서 알파(α)-입자, 베타(β)-입자, 감마(γ)선이 나오는데, 이와 같은 자연 방사성 붕괴계열은 아래와 같다.

우라늄과 토륨의 자연 붕괴 계열. (α와 β는 각각 알파 붕괴와 베타 붕괴를 나타내며, 시간은 반감기이다. *는 동위원소가 상당한 감마선을 내는 것을 나타낸다. 라돈 이후는 구체적 붕괴과정을 생략하고, 최종 핵 종만 나타내었다.)

자연 상태에서 토륨은 거의 100%가 토륨-232로 존재하고, 이 원소의 반감기는 천연 우라늄의 99.27%를 차지하는 우라늄-238보다 3배나 길며, 토륨-232에서 만들어지는 라듐(라듐-228 및 라듐-224)의 반감기는 우라늄-238 붕괴에서 생긴 라듐-226의 반감기(1600년)보다 월등하게 짧다.

또 우라늄-235은 자연에서 존재비도 0.72%로 적고 또 이의 붕괴로 생성된 라듐-223도 반감기가 아주 짧다.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라듐은 대부분이 우라늄-238의 붕괴에서 생성된 라듐-226이 된다.

우라늄 광석에는 우라늄 1 kg 당 대략 0.001 g (1 mg)의 라듐이 들어 있으며, 피치블랜드 1톤에는 약 200mg의 라듐이 들어있다. 퀴리 부부는 체코의 요하임스탈(Joachimsthal)에서 채광한 피치블랜드에서 라듐을 처음 발견하였다. 아프리카 콩고와 캐나다 서북부 지역의 우라늄광에 라듐이 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4 라듐의 물리적 성질

라듐의 전자배치. <출처: (CC)Pumbaa at Wikipedia.org>

라듐의 원자번호는 88로, 화학적으로 비활성인 라돈의 원자번호보다 2가 더 크다. 따라서 라듐의 바닥 상태 전자배치는 [Rn]7s2이다. 주기율표의 같은 족에 있는 바륨(Ba, 원자번호 56)의 바로 아래에 있어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은 바륨과 아주 비슷하다.

원소 상태의 라듐은 은백색 고체 금속으로, 녹는점은 700oC(바륨, 729oC)이고 끓는점은 1737oC(바륨, 1805oC)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509.3과 979kJ/mol(바륨, 502.9와 965.2kJ/mol)이다.

그리고 수용액에서 Ra2+( aq )/Ra( s )의 표준전위는 -2.916 V로 Ba2+( aq )/Ba( s )의 -2.92 V와 거의 같다. 밀도는 5.5 g/cm3로 바륨의 3.59 g/cm3의 1.53배인데, 이는 이들의 원자량 비와 거의 같다. 불꽃 반응에서는 분홍빛을 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라듐의 동위원소는 4가지이나, 226Ra이 거의 100%이고 223Ra, 224Ra, 228Ra이 극미량 있다. 앞에서 보였듯이 이들은 모두 우라늄과 토륨의 자연 방사성 붕괴로 생성되며, 라돈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납으로 변환된다.

30가지가 넘는 라듐 동위원소들이 핵반응으로 합성되었으나, 이들은 모두 반감기가 아주 짧다.

초기 문헌에는 라듐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러 방사성 동위원소(라듐 A, B, C, C1, C2, D, E, F)들이 언급되는데, 이들은 실제 라듐이 아니고 라듐의 방사성 붕괴로 만들어지는 다른 원소(예로, 라듐 A는 폴로늄-218)들이다.

226Ra은 알파(α)-붕괴를 하고 222Rn이 되는데 반감기가 1600년이므로, 25년에 약 1%가 붕괴된다.

222Rn는 반감기가 3.8일로 역시 알파(α)-붕괴를 해서 폴로늄(Po)-218이 되고 이는 다시 여러 알파(α)-붕괴와 베타(β)-붕괴를 거쳐 최종적으로 안정한 납(Pb)-206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감마(γ)선도 나온다.

226Ra 의 방사성 붕괴 때 나오는 α-입자는 공기를 이온화시키고 이로 인해 밝은 청색의 빛이 나온다. 또 형광이나 인광 물질이 라듐과 함께 있으면, 라듐이나 이의 딸 원자핵 붕괴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이들을 들뜨게 하여 형광이나 인광이 나온다.

라듐은 방사선 양의 기준이 된다. 방사선 양의 단위로 퀴리(기호 Ci)를 사용하는데, 1 Ci는 1g의 라듐 동위원소 226Ra가 1초 동안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 양으로, 1초 당 3,7x1010개의 원자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능 양과 같다.

보통은 1 Ci의 1백만 분의 1인 마이크로 퀴리(μCi)를 사용한다. 방사선 양의 국제 단위(SI 단위)는 베크렐(Bq)인데, 이는 1초에 원자 한 개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 양이며, 1Ci=106μCi=3.7x1010Bq의 관계가 성립한다.

5 라듐의 화학적 성질과 화합물

라듐의 화학 반응성은 바륨과 거의 같다. 공기 중에서 산소와는 산화라듐(RaO)을, 질소와는 질화라듐(Ra3N2)를 만들어 검게 된다.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라듐(Ra(OH)2)을 생성하고 수소 기체를 내어놓는다.

라듐은 물에서 +2가 이온인 Ra2+으로 있는데, Ra2+은 색이 없다. Ra2+은 다른 화학종과 착화합물을 잘 만들지 않아 대부분의 라듐 화합물은 Ra2+의 염이다. 그러나 색이 없는 라듐화합물도 오래 두면 α-입자에 의해 분해되어 노란색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검게 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라듐화합물은 염화라듐(RaCl2)이다. RaCl2, RaBr2, Ra(NO3)2, Ra(OH)2는 물에 잘 녹으나, 라듐의 황산염, 크롬산염, 요오드산염 등은 물에 잘 녹지 않고 바륨염, 스트론튬(Sr)염, 납(Pb)염과 함께 침전(공침)한다.

6 라듐과 방사선 치료

라듐 요법 초기(1905), 악성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환부에 라듐 튜프를 붙이고 있는 모습.

라듐은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빛과 열을 낸다. 1900년에 베크렐은 작은 염화라듐 시료를 6시간 동안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더니 피부에 궤양이 생겼다고 보고했으며, 마리 퀴리도 라듐의 작용을 자신의 몸에 실험하여 보였다.

퀴리는 이런 실험 결과로부터 라듐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질병, 특히 암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기고 이를 실제로 실험하고 환자치료에 사용하였다. 이것이 현재 암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방사선 요법(치료)의 시작이다.

라듐을 암 치료에 사용하는 라듐요법(프랑스에서는 퀴리요법)은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곧 다른 나라에도 보급되었다. 라듐요법은 라듐에서 생성되는 라돈 기체의 방사성 붕괴때 나오는 방사선으로 암 세포에 손상을 입히거나 암 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라듐 요법의 출현으로, 라듐을 생산하는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연구소가 설립되었다.

라듐요법은 1900년대 중반까지는 주된 방사성 요법이었으나, 이후 원자로에서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Co)-60과 세슘(Cs)-137이 생산되면서 이들이 라듐을 대체하였다.

또한 194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에너지의 X-선과 전자선을 발생시키는 의학용 선형 가속기가 발명되어 이들이 대부분의 외부 방사선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7 라듐의 생산과 이용

러더퍼드는 라듐을 이용한 금박실험을 통해 현대적인 원자 모델을 제시했다. <출처: (CC)Cburnett at Wikipedia.org>

라듐은 우라늄 광석에만 존재한다. 이들 광석에서 바륨과 함께 분리한 후 분별결정법으로 바륨을 제거하고 남은 라듐염 용액을 수은전극을 써서 전기분해시키면 금속 라듐의 아말감이 얻어진다. 라듐 아말감을 수소 기류 하에서 증류하면 금속 라듐이 얻어진다.

라듐은 현대 과학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1909년에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가 라듐에서 나오는 α-선을 금박에 쪼여 산란되는 패턴을 연구하여, 현대의 원자 모델을 제시한 것이 그 예이다. 라듐은 또한 베릴륨(Be)과 혼합되어 물리학실험에서 필요한 중성자를 얻는데 사용된다.

라듐은 초기에는 암 치료 등 의학용으로 매우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사람들이 라듐의 치료 효과를 과신한 나머지 치약, 헤어 크림(hair cream), 심지어는 식품에도 라듐을 첨가하였는데, 후에 라듐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곧 금지되었다.

또한 코에 라듐 방사선을 쪼여 중이염을 예방하거나 편도선을 확장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라듐이 많이 들어있는 온천수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라듐 화합물(주로 RaCl2)은 1950년대까지 황화아연(ZnS) 인광체와 섞어 시계나 각종 기기의 계기판에 바르면 빛을 쪼이거나 전기를 통하지 않아도 빛을 내는 야광 페인트(방사성 발광 페인트)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황화아연(ZnS) 인광체에 구리를 첨가하면 청록색 빛을, 구리와 마그네슘을 함께 첨가하면 주황색 빛을 내는 야광 페인트가 된다.

그러나 붓을 입술로 가다듬으면서 야광 페인트 칠을 했던 여공들 100명 이상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사망함에 따라 야광페인트에 라듐 화합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프로메튬(Pm)-147으로, 그리고 현재는 삼중수소(3H: 반감기 12.32년)로 대체되었는데, 이 역시 방사능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잠수용 시계 등에는 여전히 사용된다.

1 라듐 야광 페인트를 칠한 1950년대의 야광 시계. <출처: (CC)Arma95 at Wikipedia.org>
2 미국 라듐 기업의 야광 페인트 ‘언다크’의 광고. 이 회사의 여공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망함에 따라 야광페인트에 라듐 화합물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라듐은 뼈를 이루는 주요 원소인 칼슘(Ca)과 화학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체내에 있는 뼈에서 칼슘을 대체하여 축적된 후, 방사선으로 골수를 파괴하고 뼈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의해 빈혈과 골수암이 생길 수 있으며, 이것이 마리 퀴리와 라듐 야광 페인트 칠을 했던 여공들의 사망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 발행일201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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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우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