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극은 역사와 문학 양쪽 모두에 개입하는 데서 오는 특징을 갖는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시학(詩學)』에서 역사와 시의 차이를 역설한 것과 같이 역사극 작가는 역사와 문학의 가교(架橋) 역할을 해야 하는 까닭에, 역사적 사실에 충실함과 동시에 작품의 예술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관객의 문제인데, 다른 극과 달리 역사극의 관객은 이미 줄거리 전개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내용에서 오는 즐거움보다는 세부적인 기교나 배우의 표현·작품 전체적인 감상이라는 복합적 반응을 나타낸다. 연극을 비극과 희극으로 양분할 때 역사극은 대체로 비극인 경우가 많으며, 역사적 영웅의 일생을 다루는 장르의 보편성을 가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역사극은 르네상스가 되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영국의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리처드 2세』, 『헨리 4세』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대부분 영국 특유의 국민극적 성격을 지닌 연대기(年代記) 사극이다. 『헨리4세』는 리처드 2세에게 왕위를 빼앗아 성립한 헨리 4세 치하의 음모와 혼란의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무뢰한(無賴漢)의 방탕한 생활을 하는 늙은 기사 폴 스태프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햄릿과 함께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성격 중에서 가장 흥미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좀 더 넓게 역사극을 정의할 경우,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줄리어스 시저』 등 셰익스피어의 '로마사극' 일련의 작품들도 역사극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탈리아의 만초니(A.F.T.A. Manzoni), 에스파냐의 베가(Lope Fe lix de Vega Carpio) 등이 거의 동시대 작가이며, 프랑스의 고전주의 연극에서도 라신(Jean Racine) 같은 역사극작가가 등장했다. 18세기 독일에서는 괴테(J.W. Goethe)가 『게츠』, 실러(J.C.F. Schiller)가 『발렌슈타인』 3부작을 썼으며, 20세기 손꼽히는 역사극 작가로서는 독일의 브레히트(B. Brecht)와 영국의 아덴(J. Aden)이 있다.(이상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