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집게발로 ‘버블 제트’ 충격파 일으켜
에너지 비축 돌기 등 간단한 형태변화가 비결
딱총새우는 먹이에 닿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의 충격파로 죽이는 집게발이라는 비밀병기를 갖고 있다. 그 비밀은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닫히는 집게의 속도에 있다. 새우가 일으키는 충격파는 이렇게 생긴다.
집게발이 급격하게 닫히는 순간 위·아래 집게의 형태로 인해 제트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집게발 앞쪽에 저압 부위가 생기면서 여기에 거품이 형성된다. 거품은 물줄기를 따라 앞으로 실려 나가는데, 주변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내부로 붕괴한다. 큰 거품이 작은 거품으로 붕괴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의 초고압이 충격파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애초 물건을 집는 데 쓰려고 진화한 집게가 어떻게 충격파를 발사하는 장치가 됐을까. 캐나다 앨버타대 진화생물학자 토모나리 카지 등 국제 연구팀은 새우 19개과 114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단층촬영, 고속 비디오, 3디(D)프린터 등으로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연구자들은 새우 집게발 관절의 기능 진화를 두 단계로 설명했다. 초보적인 기능은 단순히 위 집게발을 근육의 힘으로 아래 집게발과 맞닿도록 하는 ‘피벗 조인트’이다. 첫 혁신은 관절 부위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충분한 압력을 가할 때 닫히는 구조인 ‘슬립 조인트’로 바뀐 것이다. 관절의 돌기는 주머니칼 손잡이의 돌기처럼 힘을 모아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최초의 피벗 조인트에 견줘 집게발이 닫히는 속도가 조금 빨라진 데 그친다.
두 번째 혁신은 딱총새우가 이룩한 것으로 ‘슬립 조인트’에서 ‘코킹 슬립 조인트’로 집게발을 닫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방식은 집게발을 완전히 뒤로 젖혀 근육의 에너지를 비축한 뒤 다른 근육의 힘으로 닫히도록 한 것인데, ‘버블 제트’를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ji et al., Parallel Saltational Evolution of Ultrafast Movements in Snapping Shrimp Claws, Current Biology (2017),
https://doi.org/10.1016/j.cub.2017.11.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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