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25일 주주총회에서
"경영 7~8년 더 맡겠다"고 밝혀.
마윈도 사퇴하고 이사진 개편
'손정의 부활' 낙관론 퍼져
“‘소프트뱅크가 끝났다’, ‘소프트뱅크가 소프트펑큐(SoftPunkyu·파산한 소프트뱅크)가 됐다’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그룹 가치는 ‘코로나 19’ 위기 발발 이전 상태로 완전 회복됐습니다.”
지난 6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정의(68)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올들어 ‘코로나 쇼크’로 2687엔(3월 19일)까지 곤두박질쳤던 소프트뱅크그룹 주가(株價)는 6월 25일 5370엔으로 마감했다.
이는 3개월만에 10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올해 최고가(5751엔·2월12일)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시장에서 신뢰받고 있는 증거라고 풀이한다.
3개월만에 100% 넘게 뛴 소프트뱅크 株價
“비전펀드가 투자한 88개 기업 가운데 15개사는 사라질 수 있고, 60개사의 실적도 그리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13개사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우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달 여전인 지난달 18일 올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손 회장은 이렇게 밝혔다. 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소프트뱅크그룹(손정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지분 20% 보유)이 주도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투자 펀드로, 1000억달러(약 120조원)의 자금을 운용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13개사는 유니콘 기업으로 클 것”이라는 부분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보수적으로 봐도 “15%는 잘 될 것”이라는 그의 공언은 적지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알리바바 투자 한방으로 160조원 넘게 번 손정의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손정의’를 만든 가장 확실한 주춧돌은 한 방의 ‘초대형 투자 대박’, 즉 2000년 마윈 창업주를 만나 6분여만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를 투자해 사들인 알리바바그룹 주식이다.
손정의는 당시 매입한 알리바바 주식을 최근까지 팔지 않고 대부분 갖고 있는데, 지난달 말 현재 그 평가가치는 1400억달러(약 164조원)로 불어 20년 새 7000배 급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손 회장의 알리바바 지분 매입은 전 세계 테크 기업 투자를 통틀어 최고의 투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밝혔다.
손정의는 25일 주총에서도 “우리 회사가 보유한 주식 중 최고는 알리바바”라며 “알리바바 주식은 가능한 한 길게 보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숱한 투자 실패 속에서 딱 한 건으로 160조원 이상을 번 사람이 손정의”라며 “그가 얘기한 13개 가운데 2~3개사만 대박을 내면 모든 손실을 거뜬히 회할 수 있는 게 테크 투자의 세계이다. 따라서 손 회장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 코로나 사태 속 손정의 ‘신통력’은?”
1981년 9월 후쿠오카(福岡) 시내 허름한 건물 2층에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 회장의 최근 1년은 ‘쓰디쓴 참담함’의 연속이다. 비전펀드 투자 실패에다 ‘코로나 19사태’까지 ‘이중고(二重苦)’가 겹친 탓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그 여파로 지난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 1조9313억엔(약 15조708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창업 후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올 1분기(1~3월) 적자 규모만 1조4381억엔(약 16조원)에 달해 분기(分期) 기준 일본 기업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마이더스(Midas·손만 대면 돈 버는 사람)의 손(孫)’이 ‘마이너스의 손’으로 추락했다”, “손정의의 신통력(神通力)과 예지력이 사라졌다”는 회의론(懷疑論)이 쏟아지고 있다.
손정의는 지금까지 자신의 목숨과 회사의 존망을 건 두 번의 큰 위기를 통과했다. 창업 2년도 안 된 1983년 봄, ‘만성간염’으로 5년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상에서 3년 넘게 투병한 게 첫번째이다. 2001년부터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 4년 연속 매년 1000억엔씩의 적자를 본 게 두번째다.
목숨·사업 각각 건 큰 위기 두 번 이겨낸 손정의
“제대로 미쳤다” “과대망상의 허풍장이”라며 조롱받던 손정의는 새벽 3시, 6시에 회의를 열고 하루 15~19시간씩 일하는 초인적인 사투(死鬪)로 위기를 이겨냈다.
손정의는 또 보유하고 있던 야후재팬 주가(株價) 급등으로 1999년 매주 1조원씩 재산이 늘어 수주일 동안 세계 1위 부자가 됐다. 그러나 2000년 들어 IT 거품 붕괴로 주가가 폭락해 개인 재산의 99%를 날렸다.
그가 지난달 “예수도 처음엔 오해받고 비난 받았다”고 말한 것은,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자신의 독특한 역정(歷程)과 사고방식을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뜻에서였다.
주주총회 계기로 ‘대반격’나선 손정의
그런 손정의 회장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반격에 나섰다. 유동성(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T모바일 주식 약 3억주 가운데 1억9800만주를 매각해 약210억달러(25조3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T모바일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스프린트와 올 4월 합병한 미국 3위 이동통신 기업이다. 손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앞으로 1년간 최대 4조5000억엔(약 5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 이사진도 개편했다. 2007년부터 사내이사로 있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예고된 대로 25일 사퇴했다. 앞서 작년 말에는 18년간 사외이사이던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물러났다. 빈 자리는 가와모토 유코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미국 투자회사 월든 인터내셔널 창립자인 립부탄 등 모두 사외이사로 채웠다.
사외이사를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린 것은 손 회장의 ‘1인 경영’을 견제하고 직언(直言)하려면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중론(衆論)을 수용한 것이다. 이달 초에는 영국 런던에 있는 ‘비전펀드’ 자문 조직 임직원(총 500명) 가운데 15%(약 80명)를 정리해고했다. 2017년 출범한 이 회사의 첫 인원 감축이다.
‘300년 소프트뱅크 제국(帝國)’ 이룰까
라이코스 사장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등을 지낸 임정욱 TBT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번 세번째 큰 위기도 이겨내고 부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변함없이 앞으로 7~8년은 건강하게 계속할 수 있다”며 ‘60대 퇴진론’을 일축했다. 또 세계 최대 공유 사무실 기업인 미국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그는”나는 감봉을 당해야 한다. (인사부문에) ‘연봉이 제로(zero·0)라도 좋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곧 60대 중반인 그가 불사조(不死鳥)처럼 살아나 ‘300년 기업 소프트뱅크 제국’ 건설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송의달 선임기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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