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를 얻지 못한 미성년자도 인공 임신중절(낙태)이 가능해진다. 다만 낙태 시술 전 반드시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의 상담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또 ‘먹는 낙태약’도 합법화된다. 정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낙태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성적 자기결정권 판단이 어려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요건을 더 까다롭게 했다. 상담 사실확인서 외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부재나 폭행·협박 등 학대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사실을 입증할 공적자료까지 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임신 14주 미만 여성의 조건없는 낙태를 허용했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반드시 상담과정을 거치게 했다”고 말했다.
다만 임신 15~24주 여성이 이런 여러 사유로 낙태를 결심할 때에도 의사·전문가 상담과 24시간의 숙려(熟慮) 기간을 두도록 의무화했다. 의사에게는 낙태 관련 설명 의무를 준다. 상담 내용을 누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조치다. 당시 헌재는 낙태죄 처벌 조항(형법 268조·270조)에 대한 위헌 청구 심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는 위헌성은 인정되나 대체 법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제도다. 시한은 오는 12월 31일이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 온 여성계와 낙태 자체에 반대해 온 종교계가 모두 반발해 입법 예고기간은 물론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줄곧 여성계는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종교계는 태아의 생명권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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