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침수, 코엑스 누수… ‘100㎜ 물폭격’ 맞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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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09. 오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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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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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 시간당 100㎜ ‘물폭탄’
동작구 가로수 작업자 감전 추정 사망
서초대로 차량 침수 속출…코엑스 누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8일 밤 학생들이 물에 잠긴 도로를 걸어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남부에서 8일 밤 시간당 100㎜ 안팎으로 쏟아진 폭우로 침수, 천장 누수, 지반침하,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선 하수 역류로 인도와 차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 수많은 책을 전시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에선 천장 누수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남역 침수, 코엑스 누수… 곳곳에 ‘물 폭탄’

서울은 그야말로 ‘물 폭격’을 맞았다. 특히 광역버스 탑승과 지하철 환승을 위해 퇴근 시간부터 인파가 몰리는 강남역과 교대역 등 서울 남부를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서초대로에선 차창 높이까지 물에 잠긴 버스, 램프만 수면 위로 겨우 드러낸 택시가 목격됐다. 이 일대 일부 건물에선 물이 1층 로비로 들어찼다.

교통 상황을 파악하는 주요 도로의 CCTV를 보면 대치역 사거리에선 물이 무릎 높이만큼 차오른 거리를 시민과 차량이 어렵게 지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삼성동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과 주변 매장,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내부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모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8일 밤 물에 잠겨 있다. 이곳을 지나던 버스와 승용차들이 침수된 채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에서 8일 밤 물에 잠긴 도로를 시민과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도로의 경계는 사라졌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대로에서 8일 밤 택시가 수면 위로 램프만 드러낸 채 물에 잠겨 있다. 서울 강남역 일대는 역류한 물로 침수됐다. 독자 제공


수도권 지하철 일부 구간의 운행은 중단됐다. 영등포역 침수로 1호선 하행선 운행이 중단됐고, 경인선 오류동역에선 침수로 열차가 지연됐다. 1호선 용산역의 인천행 승강장에선 에스컬레이터 천장 누수로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SNS에선 4호선과 7호선을 연결하는 이수역에서 다량의 물을 쏟으며 무너지는 천장을 포착한 영상이 타임라인에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을 잇는 동작역은 밤 10시쯤 폐쇄됐다.

서울 관악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밤 9시26분쯤 도림천 범람에 따라 “저지대 주민은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앞서 밤 9시를 기해서는 산사태 경보도 발령했다.

서울시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30분부터 동부간선도로 모든 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JC)을 전면 통제했다. 시는 “서울과 경기 북부지방 집중호우로 중랑천 수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호우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뒤 “새벽까지 호우가 지속되고, 침수 피해에 따른 대중교통 시설 복구 작업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은 상황에 맞춰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민간 기관·단체는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라”고 지시했다.

사망자 발생… 행안부 중대본 2단계 격상

기상청은 밤 10시10분을 기해 발표한 방재 속보에서 “수도권, 강원 내륙‧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효돼 있다. 서울 남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해 시간당 50~9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주요 지점별로 0시부터 밤 10시까지 22시간 동안 강수량을 광명 291㎜, 부천 238㎜, 인천 부평 225.5㎜ 인천 201.6㎜ 서울 119㎜로 측정했다. 강원도 철원 동송 158㎜, 화천 사내 144.5㎜, 춘천 남이섬 123㎜, 양구 해안 114.5㎜의 비가 같은 시간까지 내렸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8일 밤 운행 중단이 안내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개봉-오류동 사이 선로 침수로 운행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을 연결하는 동작구 이수역 안에 8일 오후 빗물이 유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대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내부 배전함을 확인하고 통제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행안부는 밤 9시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풍수해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행안부는 앞서 이날 오전 7시30분 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서울, 경기, 인천을 중심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밤부터 집중적인 강우가 쏟아지자 행안부는 중대본 단계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안부, 환경부, 소방청, 경찰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 “급경사지, 산사태 우려 지역, 축대·옹벽,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점검과 대피 안내를 강화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대본은 8일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서울 동작구에서 가로수를 정리하던 중 감전사고를 당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황강댐 방류한 듯… 경기 북부 ‘긴장’

기상청은 특히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 강변을 특별히 지목해 “북한에도 매우 많은 비가 예상된다. 임진강, 한탄강, 북한강 등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은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남측에 통보 없이 개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의 여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강수 상황에 따라 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황강댐 방류와 관련한 북한의 통보는 없었다. 북측의 통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댐 방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천 군남홍수조절댐이 8일 임진강 상류에서 흘러온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황강댐에서 방류된 물은 하류에 있는 우리 영내의 경기도 연천, 파주로 수해를 입힐 수 있다. 2009년 북한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로 연천 주민 6명이 사망했다. 남북은 이를 계기로 그해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북한의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는 2011년부터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9일까지 북한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환경부, 지자체, 군과 협력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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