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웹툰, OST 왓챠 구독 하나로”
“웹툰은 구독, 음악은 유튜브 모델로 차별화”
“웹소설·게임 확장, 두나무 손잡고 NFT 진출”
“연내 상장, 2030년 가입자 1억명 목표”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기존 OTT를 넘어 웹툰, 음악,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를 함께 서비스하는 종합 구독 플랫폼 ‘왓챠 2.0′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왓챠 2.0은 연내 출시된다.
원지현 왓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2일 오전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왓챠는 영상 스트리밍(OTT)에서 웹툰과 음악까지 구독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 ‘왓챠 2.0′으로 진화한다”라며 “이용자들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여운을 곱씹는 음악을 감상하고, 영화의 원작이나 후속편을 웹툰으로 감상할 수도 있게 된다”라고 밝혔다.
웹소설과 게임도 플랫폼에 추가하기로 했다. 왓챠는 이용자가 하나의 구독 요금제 가입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 웹툰, 웹소설, 음원 스트리밍, 게임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새로운 구독 요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웹툰과 웹소설을 드라마화하고 드라마의 OST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는 등 하나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소비되고 있는 만큼, 하나의 플랫폼에서 유기적인 IP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구독 요금제로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유행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하도록 해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으로도 승부보겠다는 구상을 함께하고 있다.
왓챠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D.P.’의 원작자 김보통 작가와 하나의 IP로 웹툰, 영상 콘텐츠를 동시에 제작 중이다. 같은 방식으로 ‘조인 마이 테이블’ ‘좋좋소’ 등도 웹툰, 영상, OST 등으로 동시에 선보인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김보통 작가를 포함한 수십명의 작가들이 왓챠의 도전에 함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왓챠 2.0 출시 후엔 웹소설도 플랫폼에 편입하고 첫 스토리 공모전도 개최한다.
왓챠 2.0 선언은 네이버·카카오·리디가 경쟁하는 웹툰 플랫폼, 카카오 멜론·유튜브뮤직·KT 지니뮤직·SK텔레콤 플로 등이 경쟁하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동시에 내미는 도전장이기도 하다. 왓챠는 후발주자로서 시장 진입 전략도 세우고 있다.
원 COO는 “왓챠는 웹툰 시장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구독이란 새로운 사업모델(BM)을 시도한다”라며 “이를 통해 창작자가 다양한 창작 활동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 수익모델인 ‘기다무’(기다리면 무료·이용자가 일정 시간 기다려야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고, 바로 보려면 유료 결제해야 하는 방식)가 콘텐츠 다양성을 줄이고 있다고 봤다. 이용자의 유료 결제를 유도하도록 서사성이 강한 작품만 살아남고 과거 1세대 웹툰 ‘마음의 소리’ 같은 일상 장르는 사장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왓챠는 기다무 대신 업계 최초 구독 모델을 도입해 콘텐츠 다양성을 끌어올려 네이버·카카오와의 차별화를 노린다.
음원 스트리밍에 대해선 유튜브뮤직을 벤치마킹한다. 유튜브뮤직은 업계 경쟁자 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 월 이용자 수(MAU·모바일인덱스)로 지난달 지니뮤직을 뛰어넘고 1위 멜론을 추격하고 있다. 원 COO는 “이용자들이 유튜브뮤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와의 연계성과 번들링(묶음) 구독 요금제 덕분인 걸로 본다”라며 “영상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왓챠 2.0도 이 두 조건을 충족한다”라고 했다. 왓챠는 OTT 구독 서비스와 음원 스트리밍의 시너지를 위해 지난해 MBC 자회사이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블렌딩’, 인디뮤직 레이블(음원 제작사) ‘붕가붕가레코드’를 인수하는 등 준비 작업을 해왔다.
왓챠 2.0 도약은 과열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서 왓챠가 찾은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OTT별 MAU는 넷플릭스 1248만명, 웨이브 474만명, 티빙 417만명, 쿠팡플레이 359만명, 디즈니플러스 202만명, 왓챠 132만명 순이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넷플릭스가 25%, 웨이브 13%, 티빙 58%, 특히 쿠팡플레이는 590% 성장할 동안 왓챠만 146만명에서 약 10% 역성장했다. 스타트업인 왓챠와 달리 글로벌 기업이거나 대기업의 계열사인 경쟁사들은 앞으로 1~5년간 콘텐츠 확보에 수천억, 조 단위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왓챠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기술로 이에 맞서고, 웹툰·음악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원 COO는 “왓챠 사업의 기반은 ‘왓챠피디아’라는 콘텐츠 평가·추천 서비스로 TV프로그램, 도서로 확장해 현재 전 세계 6억5000만건의 평가 데이터를 얻었다”라며 “모두가 ‘묻지마’식 자본력 경쟁을 할 때 왓챠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집중한다”라고 했다. 박 대표는 “화제성 높은 신작의 흥행에 실적을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존 구작들을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소비시키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라고 부연했다.
왓챠는 이런 전략의 성과가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MAU로는 경쟁사에 밀리지만 유료 구독자가 얼마나 구독을 이어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잔존율’에선 국내 2위(앱애니, 지난해 9월 기준)에 올랐다는 것이다. 원 COO는 “잔존율은 매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지표로 잔존율이 10%포인트 증가하면 매출이 85% 늘어나는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했다.
왓챠는 장르를 넘나들며 확보할 IP를 바탕으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에도 진출한다. 지난해 말 전략적 제휴를 맺은 두나무와 협력, 왓챠의 콘텐츠를 NFT로 발행해 판매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연내 상장도 추진한다. 박 대표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20년 일본 시장으로 시작한 글로벌 진출도 확대, 2030년엔 유료 가입자 1억명을 모으겠다고도 했다. 왓챠의 시드(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카카오벤처스의 김기준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11년 전 왓챠는 직원 수 10명의 작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회사였는데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나아가 웹툰과 음악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이 된다”라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림으로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왓챠는 이런 비전을 떠받칠 올해 오리지널 신작 20편도 공개했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예능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김이나·윤종신·타블로 등이 출연하는 ‘인사이드 리릭스’, ‘킬링 이브’의 후속작(시즌4), 웹툰 원작 로맨스 사극 ‘춘정지란’ 등이 왓챠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