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문학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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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문의 시

2 작품을 읽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서문의 시에서 말한 대로 환상 속으로 빠져들어 낯설고 신비로운 이상한 나라에서 새와 짐승과 다정하게 재잘거리는 꿈의 아이, 앨리스의 이야기이다. 지은이 루이스 캐럴은 영국의 수학자로 1832년에 영국 국교 주임 사제인 찰스 도지슨과 아내 프랜시스 제인 루트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으로 셋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안정되고 평화로운 가정 덕분에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났다. 이후, 당시 옥스퍼드에서 가장 유명한 단과 대학인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리델 학장의 딸들을 만나게 된다. 1862년 어느 날, 캐럴은 리델 가의 세 꼬마 숙녀인 로리나, 앨리스, 에디스와 친구 더크워스와 함께 배를 타고 강으로 놀러 갔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루이스 캐럴은 리델의 둘째 딸 앨리스를 실제 주인공으로 삼아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는 지루한 일상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던 앨리스로부터 시작된다. 나른한 오후 언니와 함께 별일 없이 강둑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흰 토끼를 얼핏 보게 된다. 그런데 그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고 다니며 말도 하는 게 아닌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흰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환상적인 모험을 하게 된다.

그 모험은 어떨 때는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그 세계에서는 나름 논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이상한 나라’에서는 그 나름의 논리와 방식이 있어서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7장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3월의 토끼가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권했다.
“차 좀 더 마셔.”
앨리스는 기분이 상해서 대답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못 마셨어요. 그러니 ‘더’ 마신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모자 장수가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안 마셨을 때 ‘더’ 마신다는 것은 말이 되지. ‘덜’ 마시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런 종류의 가벼우면서도 잘 짜인 농담에서부터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 당시 유행하던 노래에 대한 패러디, 시대 상황에 대한 풍자까지 온갖 비유와 상징, 비틀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을 현대인들이 재미있게 읽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조선 시대의 판소리를 현대인인 우리가 준비 없이 즐기기 어려운 것과 같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1800년대 쓰였고, 난해하다는 평도 듣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 영국의 어린아이들도 완전히 빠져들어 읽기에는 어렵다는 비평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 그것도 전 세계의 비영어권 어린이들마저 즐겁게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그것은 농담, 즐겁고 유쾌한 농담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주석가들과 과학자, 수학자들의 머리 아픈 연구와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판타지이며 잘 다듬어진 농담이다. 때문에 적당한 때에 웃을 수 있는 순진함만 있다면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몇몇 사람들은 당시의 문화와 과학적 원리까지 따져가면서 읽을 정도로 깊이 심취해서 앨리스 시리즈를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원래의 독자 앨리스 리델도 역시 그러했을 테니까.

실제로 앨리스 이야기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5학년까지의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읽는다. 평소 자신들이 하는 말놀이와 비슷한 장면들이 많은데다 누구도 그런 장난을 유치하다고 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루이스 캐럴의 농담은 정교하게 짜여 있다. 특히나 최근에 팀 버튼의 영화로 버무려졌던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도 더 정교하게 구성된 작품이면서도 여전히 판타지의 명랑함을 잃지 않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런 구성은 작가가 수학자이기 때문에 구상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어린 시절 여러 형제자매와 어울려 지내며 겪었던 일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이렇게 환상의 세계와 논리의 세계가 절묘하게 만나는 말장난에다 보통 어린이 문학에 있어야 한다는 교훈 위주의 사고를 벗어난 즐겁고 우스꽝스러운 상상력이 이 작품에 넘치는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캐럴은 빅토리아 여왕이 지배하던 도덕적인 시기에 재치 넘치는 환상의 세계를 새롭게 그려내었다.

이야기 속에 꼭 교훈적인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뒤엎고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에서 지나치게 교훈을 찾거나 주제를 찾으려 한다면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어쩌면 이미 어른이 되었다는 징후일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이 부디 어른이 아니길 바라면서 토끼굴로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가 있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토록 오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

토끼굴에서 앨리스는 탁자 위에 놓인 무언가를 먹거나 마신 후 몸이 갑자기 커지거나 작아지는 일을 겪는다. 순진무구하며 겁이 없는 앨리스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환상의 세계를 용기 있게 경험하고 다닌다.

작아진 앨리스가 웅덩이에 빠져 헤엄쳐 다니는데 사실은 그게 자기가 엄청 커졌을 때 흘렸던 눈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라거나, 말처럼 커다란 강아지를 피하기 위해 막대를 이용하는 모습처럼 조금은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머릿속에 그려 보았을 법한 이야기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상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빠져들고, 실제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도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신비로운 경험들을 한다.

나 아닌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타인을 만나 그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선택들에 따라 나오는 새롭고 이상한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로 들어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정말 나는 누구일까?”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앨리스의 언니 역시 꿈결에 앨리스와 비슷한 환상에 빠져든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단조로운 현실 세계에서도 바람에 부스럭대는 풀 소리, 갈대의 흔들림에 일렁이는 물웅덩이, 여왕의 쇠된 외침으로 들렸던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는다.

우리도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을 가만히 눈을 감고 돌이켜볼 일이다. 혹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특별한 모험의 세계에 빠져들지도 모르니…….

3 줄거리

어느 따분한 날,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몸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눈물의 연못에 빠지기도 하고 기묘한 동물들과 만나는 등 우습고도 황당한 일을 겪는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가발 쓴 두꺼비, 체셔 고양이 같은 희한한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트럼프 나라에 가서 여왕과 함께 크로케 경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혀 있다.

4 작가 소개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 1832.1.27~1898.1.14)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으로 1832년 찰스 도지슨과 그의 아내 프랜시스 제인 루트위지의 열한 명 자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찰스는 열두 살이 되자 리치먼드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고전에는 약했지만 수학에서는 뛰어났으며, 그곳에서는 일 년 반을 보낸 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립학교인 럭비 스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럭비 학교에서 옥스퍼드 대학교에 진학하여 수학을 전공하였으며, 훗날 모교의 수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리델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델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것을 동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865)와 그 속편인 [ 거울 나라의 앨리스 ](1871)를 발표한다.

유머와 환상이 가득찬 그의 작품들로 그는 어린이 문학에서 확고한 지위를 얻는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 스나크 사냥 ](1876), [실비와 브루노](2권 1889~1893) 등과 시집이 있다. 그의 소설이나 시는 넌센스 문학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성직자의 자격을 얻었음에도 내성적인 성격과 말더듬이 때문에 평생 설교단에 서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독신으로 살았다. 영국 빅토리아 왕조의 대표적인 기인(奇人)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기호논리학]의 후편을 집필하는 일에 몰두했고 그때 얻은 기관지염이 악화되어 1898년 1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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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고전'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함께합니다.

  • 발행일2011.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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