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해외부동산] 미국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거기도 결국 공급부족이죠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고층아파트 많지 않고
전통적으로 교외 단독주택 선호

2%대 낮은 주택대출금리도 영향
집 사기 쉬운 제도 덕 수요 '탄탄'

집주인들 코로나로 집공개 꺼려
매도 미루면서 매물 잠김 현상도


미국 한 교외마을의 타운하우스 풍경. [매경DB]
최근 맥도널드 BTS 메뉴는 처음으로 연예인 이름을 붙인 메뉴로 큰 호기심을 끌었는데, 그 대상이 방탄소년단(BTS)이어서 더욱더 인기다. '보라해'라고 한글로 쓰인 포장 봉투는 중고 사이트에서 5~1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BTS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유행이 되고, 또 한정 판매되고 있는 이 메뉴를 한 번쯤은 구입하고자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라해'라고 검색해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의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5년과 2006년 많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자 '나도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서로 앞다퉈 부동산을 구매하고,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되자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빠짐없이 부동산을 구매하는 시기가 있었다. 은행은 다운페이먼트(착수금) 없이도 대출을 해줬기에 유행처럼 부동산 구매가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 대출금리는 30년 고정금리로 5% 후반에서 6% 중반이었다. 지금의 약 2배 수준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고 부동산 구입에만 몰두하던 때였다.

지금 당장 휴대폰이나 노트북에서 S&P/케이스-실러지수(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매매가격 지수)를 검색해보자. 이 지수를 보면 2000년 100을 기준으로 2012년도 3월은 136.62, 2021년 3월 기준 252.14로 약 2배 수준이라 역사적 고점인 2006년도 4월 206.65의 전고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던 2020년 3월 이후 오히려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 평균지수는 2021년 3월에 1년 전 대비 약 14% 상승률을 기록했고, 미국 내 핫플레이스 지역은 이보다 훨씬 높은 상승폭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 부동산은 모두가 어렵다는 상황에서 가장 높은 가격 상승폭을 보였을까.

첫째, 한국처럼 고층 아파트가 많이 없다는 게 이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들도 학교가 아닌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돼 아이와 어른 모두 24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위아래 층간 소음 이슈가 너무도 크게 부각된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이 고층 아파트이기 때문에 이사를 해도 비슷하겠지만. 다운타운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층 주거 빌딩이 아닌 미국에서는 타운하우스나 싱글패밀리 하우스로 이사하거나, 특히 다운타운 인근에 비싼 렌트비를 주고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들도 조금 더 넓고 쾌적한 곳을 선호하며 획일화돼 있는 렌트용 주거생활보다 더욱 다양한 옵션이 있는 넓은 주택 매매로 전환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 대체용 주거가 훨씬 많은 미국 부동산만의 특징인 것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낮은 대출금리 때문이다. 2% 중반대 대출금리는 다운페이먼트할 금액만 있다면 누구라도 집을 구입할 때 부담감이 낮은 금리 수준이기 때문에 수요자가 몰리게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기준금리 급등으로 인해 4% 후반이었던 대출금리 때도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올라가는 학습효과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런 확신이 주택 구입이라는 행동으로 옮겨져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바로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짧은 시간 안에 거래가 되자, 구입에 실패한 사람들은 시장 가격보다 더욱 높은 가격에 매입 의사를 나타내고 이는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셋째, 오픈 하우스(집 보여주기) 규제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주택을 매매할 때 대부분 주말에 시간을 정해놓고 오픈 하우스를 한다. 주말에는 원하는 집 리스트를 만들어서 돌아보며 주택 내부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집은 구매 의사를 표현해 거래를 진행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규제하자 집을 팔고 싶어하는 매도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난 후 매물로 내놓겠다는 생각에 공급 물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약 70% 매물이 줄어 든 반면 낮은 대출 금리로 인해 바이어들은 오히려 늘어지자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지난주부터 오픈 하우스 규제가 풀렸다. 첫주 주말에는 그동안 집을 사지 못했던 사람들이 오픈 하우스 집집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재택근무로 인한 층간 소음이 없고 넓고 쾌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에 주택 구입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 코로나19 시대에 규제로 인한 공급 부족이 맞물린 상황에서 더군다나 모기지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50%가 더 올라간 상황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타인과의 차별된 소비를 일컫는 스놉 효과(Snob Effect)를 기대하기에는 현 상황이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치우신 모습이 돼 버렸다. 한때의 유행처럼 휩쓸고 가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안전하게 한 단계씩 성장하는 미국 부동산의 밴드 왜건 효과를 기대해 본다.

[어태수(에릭 어) RE/MAX Mega Group 아시아담당 부사장]

▶ '경제 1위' 매일경제,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
▶ 매일경제 지식레터 '매콤달콤' 받아보세요
▶ 매경이 알려주는 '취업비법' 한달간 무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