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수연]아빠부터 가정으로 보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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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28.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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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수연 서울 저출산 극복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육아 휴직을 경험한 많은 워킹대디가 가장 큰 변화로 꼽은 건 바로 ‘부부 관계 회복’이다. 육아가 힘들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해보니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그들은 육아 휴직을 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아내에게 미안함’이라고 했다. 남성들의 육아 휴직이 ‘아빠 육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아빠 육아 중심에는 부부가 있어야 한다. 즉, ‘좋은 아빠’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릴리크는 “아버지란 존재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말해진다”라고 했다. 즉, 아빠에 대해 엄마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아빠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싶거든 아내의 마음부터 확실히 사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남편들이 진심으로 아내에게 “당신 참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면서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을 줄 수 있으려면, 어쩌다 한 번 일찍 퇴근해 아이한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씻기고, 주말에 몇 번 나들이 갔다 오는 걸로는 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아내를 이해하기 위해선 24시간 가족의 중심 안에 머물러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육아 휴직’만이 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성 육아 휴직’은 갈 길이 참 멀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 육아 휴직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아빠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덕분에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육아 휴직 제도가 있으니 알아서 쓰라’는 정부, ‘애 혼자 키우는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라’며 눈치 주는 기업, 대낮에 유모차 끄는 아빠를 ‘회사 잘렸나 보네. 쯧쯧쯧’ 혀를 차며 가엾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 대낮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 유모차 부대가 많아지는 사회가 되면 부부 관계가 회복되고,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일단, 한 달이라도 회사에 머물러 있는 아빠들을 가정으로 보내주자.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첫 숟가락이 쌓이고 쌓이면 아빠 유모차 부대들을 만드는 엄청난 ‘나비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이수연 서울 저출산 극복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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