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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김구라 "국진·종신이 형과 규현, 그리고 새MC에게"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김구라는 10년간 '라디오스타'에 860여명(중복 출연 제외)의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

그 반대다. 그런데 어떤 게스트는 방송 후 '김구라에게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어떤 게스트의 어머니는 김구라가 한사코 만류하는데도 명절 선물을 보냈다. 어떤 게스트는 김구라와 관계없는 드라마 홍보의 장에서 '김구라 덕에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2007년 5월 30일, 첫 방을 시작해 10주년을 맞이한 '라디오스타'는, 한달이 가기도 어려울 것이라 봤던 이 방송이었다.

'무릎팍 도사'의 그늘 아래서 기생하던 '서브 코너' 였고, '서자 취급', '5분 방송'의 수모는 여전히 회자되는 굴욕이다. '무릎팍 도사'에 특급 게스트가 출연하면 '라디오스타'의 런닝타임은 손 쉽게 반토막이 났고, 당시 클로징 멘트가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 이었다.

시작부터 '존폐의 위기'에 몰린 자기 방송을 보며, MC 김구라는 깨닫지 않았을까. 틀에 박힌 질문이나 뻔한 토크로는 게스트를 빛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프로그램은 '무릎팍 도사'에 밀리고, 매너리즘에 빠지며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김구라는 게스트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칼날과 송곳으로 바꿨다. 그에게 찔리고 베인 게스트들은 자연스럽게 '명품토크'와 개인기, 고해성사까지 뱉어내며 큰 화제와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김구라는 '음식에만 집중하는' 불친절한 맛집 주인이자, '아프다는데' 더 세게 주무르는 안마사였다.

김구라는 사적인 자리에서 후배나 동료를 잘 만나지 않는다. 너무 자주 만나고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어지면, 훗날 그 사람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시청자들의 재미가 줄어든 다는 이유에서다. 사생활에서도 '라스'를 생각하는 장인정신.

결과는 어땠을까. 이제 '라디오스타'는 현재 MBC의 효자이며, 수요일 밤의 맹주, 대한민국 최고의 토크쇼가 됐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초특급 한류스타들이 먼저 찾는 컴백 때 마다 찾는 신고식의 현장이며, 굵직한 드라마나 영화의 출연자들이 선호하는 홍보의 장이 됐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번도 털어놓지 않은 속내를 드러내는 고해성사의 공간이며 채 빛을 보지 못한 스타들이 꼭 한번 출연하고 싶은 등용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호감도' 보다 '라디오스타'의 정체성 정립을 우선시하고 10년 장수 프로그램의 기틀을 만든 김구라와 대화를 나눴다.

▶ 10주년 입니다.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과거 '황금어장' 시절에, '라디오스타'의 분량이 짧은 것을 두고 불만을 품었던 때가 생각 납니다. 당시 실제로 그 점을 토로한적도 있었어요. 제가 봤을땐 '저쪽(무릎팍도사) 게스트가 그렇게 큰가' 싶을 때에도, 우리 방송 분량이 확 줄어들곤 했으니까요. 거물이 출연한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분량을 뺏기는 사례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도 믿음이 있었습니다. 여운혁 PD가 그때 제게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불과 5분 방송되어도, 결과물이 좋다. '무릎팍'보다 '라스'가 오래 갈거야"라고요. 그 말씀이 와 닿았어요. 프로그램들이 지속되면 아무래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형식과 예의가 없었으니까요. (웃음).

당시 신정환도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이 방송을 10년 후에도 할 수 있을까" 라고요. 저는 "말이되냐" 라고 했었는데, 운명처럼 이렇게 10주년을 맞이 했네요. 프로그램과 나이를 먹아간다는게, 행복하고 감사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에게 어떤 의미 입니까.

주변에서 "'구라 너의 방송 커리어는 '라디오스타'와 '썰전'으로 대변된다'고 하세요. 저는 아무리 바빠도, 제가 나오는 방송을 거의 다 모니터하는데 1순위는 무조건 '라스'입니다. 심지어 제가 보면서도 (저 때문이 아니고) 프로그램 자체가 참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보지요. 그리고 그 안의 저를 보면서 제 스스로도 종종 '아 내가 방송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고요."

▶ '김구라 식' 애정과 관심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 박나래, 조세호 , 양세찬, 양세형과 같은 친구들이 매우 고마워 합니다. 하지만 제 성격이 '고맙습니다'라고 해도 '됐어, 그런말 하지마'하고 마는 성격입니다. 살갑거나 다정하진 않지요. 조세호가 고맙다고 명절에 작은 선물을 보내더군요.

박나래도 어머님이 먹을 것을 보내주시고, 하지만 '나래야 감사하지만, 힘들게 보내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줘'라고 했어요."

▶ 독했던 '라스'가 다소 유해졌다는 말도 있는데요.

"예전에는 의식적으로 독하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라스'를 할때는 37살이었어요. 지금 50살을 바라보네요. 프로그램이 나이가 들듯, 저도 나이가 들었다. 그 사이에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고요.

'유해졌다'고 하시는데, 남들이 '더 독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더 세게 해라'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을 체질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출연하는 게스트들 중 상당수가 자주보는 동료이고, 대부분 알고 지내는 친구들인데, 그 친구의 민감한 이슈를 악의적으로 들추고, 또 들추고, 반복적으로 회자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새로운 분들이 나오면 그분들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알기에 곤란한 질문이나 주문을 다소 하겠지만요."

▶ 규현이 군입대 했습니다. 새 MC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관심이 상당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새 MC자리를 두고 제작진에게 '규현이 됐으면 좋겠다' 고 했더니 상당히 의아해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그 친구 은근히 웃기더라...같이 해보면 어떨까'라고 추천했는데, 그때 제작진이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적으로 규현도 많이 성장했고, 덩달아 '라스'도 규현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 했네요.

규현을 대신할 새 MC에 대해서 MC들이나 제작진의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은 국진이형과 종신이형, 그리고 제가 나이가 꽤 들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너무 어린 친구가 오면 어색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반대로 더 새로울 것도 같고요. 개그맨이 2명인데 또 개그맨이 오면 개그맨 3명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유머감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한 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예능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재밌는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서장훈의 경우도 유머감각이 뛰어 난게 아니고 논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라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겠죠.

'라스'의 막내 자리라면, 무엇보다 유머감각이 있고, 누가봐도 '얘 웃기네' 라는 생각이 드는 친구가 와야 한다고 봅니다.

▶ 오늘의 '라스'를 함께 만들어 온 MC 들에게 한말씀씩 전하신다면.

먼저 규현이는, '우리가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있을테니, 군 복무에 충실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혹시 규현이 전역할 무렵이 됐을 때, 공교롭게도 또 한 MC가 군대를 가게된다면 규현이 다시 MC로 복귀할수도 있는 것이고요. (웃음).

그게 아니더라도 연예계 복귀도 '라스'를 통해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게스트로 나와서 자리를 빛내 줄 수도 있겠습니다. 김희철의 경우를 보면서 규현을 떠올려요.

김희철도 우리와 (MC로서) 함께 했었고, 군대를 다녀와서 현재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지요. '아는 형님'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지금은 '라스'에 게스트로 부르려고 해도 너무 바빠서 못 모실 정도로요. 내심 우리 프로그램이 그 친구의 방송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례처럼, 군대 생활 열심히 해서 더 큰 가수, 방송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종신이형은, '종신이형이 있어야 나도 살고, 내가 있어야 종신이 형도 산다'는 생각을 늘 해요.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종신이형한테는 고마운 부분이 많아요. 나이는 고작 1살 차이이지만, 그래도 음악계에서 꽤 위치가 있는 사람인데 제가 '곡이 어쩌구 , 음악이 어쩌구' 할때도 조금도 기분 나빠하지 않거든요. 새삼 참 쿨한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낍니다.

저 역시 종신이 형이 제게 아무리 짓궂고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요. 종신이형과 저는 적정한 선을 지키며 잘 해나가고 있는 듯해요.

사실 최근에 종신이 형이 배가 아파서 녹화가 다소 지연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4명이 프로그램을 하다가, 한 사람이 아프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이 건강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진이형은 언제나 따듯해요.

제가 '은둔한다'같은 말로 요새 놀리고, 장난을 걸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잘 받아주시는 분입니다.

어떤 분은 '쟤는 선배한테 왜 저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 역시 도를 넘지 않아야겠다고 속으로 늘 생각합니다. 요즘은 국진이형이 저에게 독하게 하시는 경우도 많은데, 그 점이 너무 재밌습니다.

국진이형은 '라스'와 '불타는청춘' 등 요즘 활발하게 하시는데, 강수지 선배와도 좋은 관계 속에서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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