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뙤약볕에… 전국 버스정류장 4곳중 3곳 '지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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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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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일수록 도로 좁아 설치 못해
지자체·자치구별로 천차만별
세종시 564개, 부산은 한곳도 없어
그늘막도 종로구는 강남의 4분의1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 지붕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사진=이진혁 기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58)는 최근 버스를 놓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연일 30도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잠시나마 뜨거운 열기를 피하고자 인근 건물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김씨를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김씨는 "가뜩이나 폭염 때문에 밖에 있는 것 조차 어려운데 버스정류장에 지붕이 없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붕 없는 버스 정류장이 전국에 75%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버스를 이용하다 무더위에 직접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자체, 자치구 별로 폭염을 피하는 시설의 숫자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에서는 순차적으로 지붕이 달린 버스 정류장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붕없는 버스정류장 전체 75%

1일 국토교통부의 '2020년 대중교통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버스 정류장 14만6171개 가운데 지붕이 달린 유개 버스정류장 수는 3만6096개에 불과했다. 지붕이 없는 무개 버스정류장은 11만75개로 75%에 달했다.

실제 지난 7월 31일 서울 강서구 주변 버스정류장을 살펴본 결과, 최근 도로가 개통된 곳은 지붕이 있는 정류장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구도심을 갈수록 지붕이 없는 정류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인 한모씨(60)는 "좁은 도로 사정 상 버스 정류장에 지붕 설치가 어려운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인근 신시가지인 마곡지구만 가도 그늘막이나 지붕 등이 모두 설치돼 있는데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의 지붕은 지역 간 차이가 컸다. 계획 도시인 세종시의 경우 유개 버스정류장 수가 564개로 인구 1000명 당 1.65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인구가 341만명에 달하지만 지붕이 달린 버스정류장은 단 한개도 없었다. 전국 평균 1000명 당 유개 버스정류장은 0.7개였으며 서울은 0.39개를 기록해 부산, 대구(0.48개), 광주(0.53개) 등과 같이 평균치를 하회했다.

지자체에서는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 등을 이유로 지붕 있는 버스정류장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마다 유개 버스정류장 설치에 선순위를 두는 곳이 다르다"면서 "대다수 지자체에서 새롭게 지어지는 버스정류장에는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을 설치하려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관계자는 "지붕 설치가 승객이나 버스 노선의 밀도 보다는 인도 폭과 민원 신청의 접수 빈도 등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늘막도 자치구 별로 차등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그늘막 숫자의 차등도 심각했다. 그늘막 숫자는 서울시 안에서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늘막은 자치구에 자율적으로 관리해 예산 편성에 따라 지역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시내에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은 총 2622개다. 이중 송파구가 207개로 가장 많은 그늘막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파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200개, 189개로 뒤를 이었다. 강남3구에 설치된 그늘막 596개는 서울 전체 그늘막의 23%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50개가 채 설치되지 않은 자치구도 있었다. 특히 관악구는 총 41개로 서울에서 가장 적은 그늘막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로구도 47개에 불과했으며, 마포구도 53개로 송파구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그늘막 설치 지침에 의해 인도폭이 2.5~3m 이상 돼야 그늘막 설치가 가능하다"며 "도로폭이 협소한 공간이 많은 자치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늘막이나 유개버스정류장을 설치할 공간이 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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