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인줄 알았는데 1년만에 ‘김하선’ 되나 [스토리텔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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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8. 오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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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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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누가 당선돼도 수정 불가피한 GTX-D노선안


지난해 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김포에서 부천까지 연결하는 것으로 결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이 공식 발표 1년 만에 원점 재검토될 상황에 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여야 주요 대선주자들이 모두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동서로 연결되는 수정 노선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강남 직결을 요구했던 김포 등 지역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정부의 광역교통 정책이 불과 발표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월 대선 이후 관련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TX-D 노선의 공식 명칭은 서부권광역급행철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철도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은 김포나 인천 검단신도시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교통 인프라 개선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천시가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서부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형태로 노선이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 제공


지난 2020년 경기도와 김포시·부천시·하남시는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김포에서 인천 검단·계양을 거쳐 부천, 서울 구로역 등 남부 지역, 강남을 거쳐 하남시까지 연결되는 총 68.1㎞ 구간이 서부권광역급행철도 최적의 노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방안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5년에 한 번 발표하는 중장기 철도 노선 계획안이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에서 이 방안이 아닌, 김포 장기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 21.1㎞만 연결된 노선을 제시했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환승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강남 직결 노선을 기대했던 김포 등 서부권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국토부는 B노선 선로를 활용해 D노선 열차가 여의도와 용산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두 달 뒤 노선을 확정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 노선안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약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안. 그림 속 보라색 노선이 GTX-D 노선. 국민의힘 제공


그러나 현행 노선은 다음 달 대선에서 이 후보나 윤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수정될 공산이 크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김포에서 하남까지 GTX-D 연결을 공언해온 이 후보는 과거 경기도가 추진했던 김포~하남 구간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인천시에서 제안한 인천공항~부천종합운동장 노선을 연결해 ‘Y자 노선’으로 개편하겠다고 추가 약속했다. 윤 후보는 한술 더 떠 수도권 서부에는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김포와 인천국제공항으로, 수도권 동부에는 삼성역을 기준으로 팔당(남양주)과 여주로 나누어지는 ‘쌍 Y자’ 노선을 약속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최소한 ‘김부선’에서 ‘김하선’으로 개편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8일 “지난해 발표된 D노선은 ‘광역급행’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짧은 구간에 제대로 된 광역 교통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는데 뒤늦게라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D노선 개편 공약에 서부권 지역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GTX 강남 직결에 대한 기대감이 꿈틀거리는 건 사실”이라며 “설 연휴 이후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문의하는 주민들이 한두 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선안 발표 1년 만에 수정안을 준비해야 하는 국토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김포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하는 노선 자체는 여야 대선 후보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사전타당성조사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재 김포에서 부천까지 구간과 별개로 부천에서 서울, 하남 등 수도권 동부까지 연결되는 2단계 구간에 대한 추가 검토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GTX-D 노선 수정과 관련해 광역교통 정책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후보들의 GTX-D 공약이 실제 교통 수요를 반영하기보다는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교통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앞서 2019년 교통연구원의 ‘광역교통난 해소를 위한 수도권 교통개선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김포시에서 승용차 통행 주요 목적지는 인천 서구(15.0%), 고양시 덕양구(10.1%), 파주시(8.1%), 서울 중구(7.6%), 강서구(7.4%), 마포구(6.1%), 영등포구(5.4%) 순으로 분석됐다. 대중교통 통행의 주요 목적지는 서울 영등포구(19.1%)가 가장 많았고 강서구(14.9%), 인천 서구(12.9%), 고양시 일산동구(8.0%), 서울 마포구(7.5%), 인천 계양구(5.6%) 순이었다. 강남 쪽으로의 교통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노선을 개설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GTX-D를 강남 직결 노선으로 바꾸면 현재 정부가 서부권 교통 개선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이나 GTX-B 노선의 사업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D노선 건설 사업비도 현재보다 늘 수밖에 없다. 이 후보 측은 5조9375억원, 윤 후보 측은 6조75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추산한 현재 노선안(2조2475억원)보다 2.6배, 3배 많다. 이 추산치는 인천공항으로의 Y자 노선이 반영되기 전 추산치라 실제 사업비는 더 들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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