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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화 섹시한 반바지 소녀 M (수정되었습니다.)

10화 섹시한 반바지 소녀 M (수정되었습니다.)2020.07.07.

#21-2 S가 전해준 J의 비밀 S는 내 앞에 앉자 마자 담배를 꺼내 피웠어. 내 얼굴을 향해 내 뿜는 뿌연 담배 연기. “뭐가 알고 싶은건데?” “J가 왜 거기 살고 있는지. . 그게 알고 싶어.” “음..너랑 마주 앉아서 이런 이야기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잔뜩 찌푸린 눈으로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던 그녀는 찬찬히 네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어. “원래 J는 울산에서 부모님이랑 살았는데..” S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너의 이야기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사정들이 담겨져 있더라. 부모님과 함께 울산에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갑작스럽게 어머니 병이 발현되어서 격리 시설로 옮기시게 되었다며. . 그후 아버지는 어머니랑 이혼 하고, 너는 아버지와 함께 울산에서 살았다고 들었어. 우리가 광안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네가 주말에 어머니를 만나러 왔기 때문이라고. “걔 자살 시도도 했었어. 알고 있었니? “아니..” “몸에 자국 있는데. .”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들만 계속 들으니, 머리 속이 마구 휘저어진 듯 혼란스러웠어. “우리 소주 한 잔씩 할까?” 내 괴로운 표정을 봤는지 S가 소주 한 잔을 따라 주더라. 쓰디 쓴 소주. . 그래도 이 술을 마시다 보면 내 속상함도 가라 앉으려나. . 술 맛도 모르면서 나도 모르게 연신 소주를 들이켰어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너를 헤치려고 했을까. . 그 심정을 헤아려 보려니 막막하고 슬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가 너무 미워서 결국 아버지의 집을 나와서 외할머니 집에 살고 있다고 들었어. 어머니랑 같이 생활할 순 없으니까. 그때 이름도 개명했다고. . 아버지가 준 이름이 너무 싫어서. 너의 가출로 아버지가 더이상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아서 학교도 실업계로 전학 했다니. . 참담하더라. “걔 울 학교로 온 것도 졸업해서 바로 취업하려고 그런 거래. 빨리 돈 벌고 싶데.” S의 설명으로 모든 궁금증은 풀렸는데. . 그렇게 알고 싶었는데. . 너무 아프더라. 내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아픔의 크기를 넘어선 거 같아. 게다가 더 슬픈 건 이 모든 것이 나와 만나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거야. 난 단 한번도 네가 우울하거나 슬픔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항상 웃는 얼굴을 위해 넌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써야만 했던 거니. 웃음 가면 아래에서 울고 있는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듯 아프더라. 이야기를 다 듣고 가게 문을 나서니 장대비가 내리는데 내 마음 처럼 주륵주륵 그칠 생각이 없어 보여. 못 마시는 소주를 억지로 마셔서 머리는 아프고 속은 구역질이. . . 비를 맞으며 도로가에서 구토를 하고 돌아서는데 미끄러져 넘어졌어, ‘하.. 모든 게 엉망이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뜨거운 피가 얼굴을 타고 흐르더라. 눈썹 부분이 쓰라린 것을 보니 거기가 찢어졌나봐. 간신히 정신을 부여 잡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화장실 거울을 보니 눈물과 피로 뒤범벅된 내 꼴이 우스워. 내가 아무리 괴로워도 너만큼 괴로울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결심했었어. 앞으로 절대로 내 입으로 네 아픔을 건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널 계속 지켜줄 거라고. . 그래서 이 날 이후 다시 만난 너에게 단 한번도 과거 관련된 것은 이야기 한 적이 없었지? 예전처럼 즐겁게 영화보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변함없이 지냈었잖아. 하지만 나에게는 큰 문제가 한가지 생겼어. 바로 추락하던 성적. 2학년 2학기 들어서면서 공부는 아예 포기한 상태였고 덕분에 ‘경찰대’에 지원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어. 거긴 내신을 많이 보더라고. 사실 내 꿈은 아니었고, 아버지의 꿈이었지만.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학력고사를 열심히 준비하는 거였어. 공부를 반년 정도 놓아버린 상태라 비슷한 성적의 친구들과는 격차가 많이 나있었고, 특히나 수학은 참담할 정도 였거든. 그래서 너에게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학력고사 끝나면 다시 만나자고 전화했어. “나 고3 열심히 공부하려고, 조금 기다려 줄 수 있겠어?” “그래. 기다릴게.” 너와의 만남도 뒤로하고 공부에만 매달렸지만, 쉽게 성적은 오르지 않았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던 고3 1학기. 너는 그 맘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자격증을 준비 했잖아. 가끔 통화하면 그 일이 재미있다고 신나서 이야기 하니 안심이 되더라. 그래도 한편으론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길 바랬지만, 잠시의 여유도 피울 수가 없는 수험 생활의 연속이었어. 그러다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기 싫던 어느 야자 시간. 내 뒤에 앉아있던 Y가 말을 걸었지. “나랑 야자 튈래?” “그럴까?” 사실 난 Y랑 친하지 않았어. 반달 모양의 큰 눈에 눈 밑 눈물 점이 있던. . 커다란 강아지 같이 생긴 녀석인데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거든. 말솜씨도 좋아서 자기가 꼬시지 못하는 여자는 없다고 큰 소리치던 재수없는 놈. 그래도 이 날은 정말 공부하기 싫어서 이 녀석의 꼬임에 넘어가고 싶었어. 야자 튄 거 걸리면 담임이 도서관으로 불러. 그리곤 밀대 걸래의 자루 부분으로 허벅지를 미친듯이 맞아야 했어. 자비 없는 체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 이렇게 맞고 나면 한동안 딴 생각이 안 들 거 같았거든. Y랑 학교 후문 담을 넘어서 광안리 바닷가로 놀러 갔어. 어둑한 모래사장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데 그 순간은 내일에 대한 걱정은 1도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어디선가 반바지를 입고 발랄해 보이는 여고생 한명이 나타났어. “제가 벌칙으로 신발을 빌려 가야 해서요. 두 분 중 신발 빌려주실 분?” “엇. 제거 가져가세요.” Y는 흔쾌히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더라. 그리곤 한 오분 쯤 지났나? 신발을 가져간 여학생이 친구2명을 더 데리고 다가 왔어. “같이 합석 하실래요?” “좋죠. 여기 앉으세요.” Y는 화색을 띄면서 여학생들이 앉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어. 아마도 자신의 타깃이 생겼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나 봐. 난 모르는 사람과는 잘 이야기 하지 않아서 셋의 대화를 들으면서 맥주를 마셨고. 깜깜하게 펼쳐진 바다와 선선한 바람, 즐겁게 웃는 소리가 좋아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가 잘 넘어가더라. 그렇게 오랜만의 일탈은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고, 12시가 가까워 오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 Y는 키 크고 섹시한 스타일의 여학생과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입이 찢어질 듯 웃더라구. 그리고 나에게는 신발을 빌리러 왔던 그 여학생이 말을 걸었어. “저기요. 저 집주소 좀 알려주세요.” “네. 주소요?” 전화 번호가 아닌 주소를 물어보는 여학생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편지 쓰려구요. 괜찮으심 우리 편지 주고 받아요.”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편지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주소를 여학생 수첩에 적어줬었지. 그렇게 그 날 밤은 끝났고, 일 주일 뒤 집에는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더라. 그 여학생에게서. #22 반바지 소녀- 매력적인 그녀 M 책상 위의 편지를 보며 처음에는 J 네가 보낸 것인 줄 알았는데, 편지 봉투에는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어. 바닷가에서 내게 주소를 물어봤던 반바지를 입었던 여학생 M 편지 내용은 좀 오싹했어. 우리가 같이 있었던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말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 적혀 있더라고. 아니.. 내가 그렇게 인상 깊은 사람이었나? 그 여학생은 내게서 일분 일초도 눈을 떼지 않은 듯 그 날의 나를 설명해주더라. ‘아니 얘 뭐지. . .’ 사실 이상한 아이 같았지만 편지 내용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었어. “오빠는 말이 없어서 멋져요. 까칠한 면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눈빛에는 카리스마가 가득해요.”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표현해준 것은 처음이었어. 내가 남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같은. . 그런 스타일 인가 봐. 하하하. 사실 여학생들에게서 관심있다는 편지는 좀 받아봤지만 나의 장점을 이렇게 말해 준 사람은 없었거든. 신선하게 느껴지더라. 편지 말미에 꼭 답장을 부탁한다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어. 그래서 반바지 소녀 M에게 답장을 써 주기로 했지. 까칠하지만 친절한 오빠로서. 그리고 카리스마 한 스푼 가득 담아. 그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펜팔은 한 동안 지속되었고, 가끔씩 만나는 사이가 되었어. 그녀는 나를 만나면 김성호의 ‘회상’을 불러달라고 했지. 내 목소리가 좋다며 귀엽게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같은 동네에 살았던 그녀와는 가끔씩 집 앞 바닷가를 함께 걷고, 방파제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어. 힘든 고3시절에 오아시스와 같은 그 소녀는 ‘J’ 너랑은 정 반대의 매력을 가졌어. 세련된 단발머리에 눈이 크진 않지만, 웃을 때는 반달로 변해서 귀여웠지. 큰 키에 굴곡진 몸매는 왠지 모르게 섹시하단 느낌이 들기도 했고. 게다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오빠라고 추켜세우는 반바지 소녀와 함께 있으면 없던 자신감도 생겨났거든. 그래서 약간 흔들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어.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반바지 소녀를 J 너보다 먼저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저 아이와 사랑에 빠졌을 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미 나는 내 마음을 모두 너에게 주었고, 아픔 많은 너를 내가 어떻게 떠나겠니. 너와는 공부 때문에 잠시 떨어져 있는다고 생각했었는데. . 모의 고사가 끝났던 날, 반바지 소녀에게서 전화가 왔어. “오빠 시험 끝났져?” “어떻게 알았어?” “내가 오빠에 관해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스케줄을 다 꿰고 있는 이 아이.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오빠 시험 끝나서 내가 축하 선물 준비했어요. 집 앞으로 나와요.” 그렇게 만난 반바지 소녀랑 집 앞 광안리 바닷가를 걷게 되었는데. . 정말 깜짝 놀랐어. 내 앞에 네가 걸어 오고 있더라. 20대 중반처럼 보이는 남자랑. 아주 다정하게. 연인처럼 보였어. 이제 너는 20살의 성인이 되었고, 옷차림도 예전이랑은 다른. . 하얀색 블라우스에 핑크색 스커드, 그리고 높은 구두와 핸드백. 얼굴에는 화장까지. 내가 기억하는 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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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번 화 업로드 하면서 9화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부분 수정하고, 마지막 부분 내용이 첨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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