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 부었는데 또… 강남 ‘상습 물난리’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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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09.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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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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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도권 일대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다. 침수된 도로 위에 차들이 물에 잠긴 모습. SNS 캡처

강남이 또 잠겼다. 서울의 고질적 침수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가 강남을 포함한 상습 침수지역에 대규모 예산을 들여 정비사업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는 강남 지역이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와 동시에 기후 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진 점을 감안한 획기적인 예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기상청에 따르면 누적 강수량은 서울 동작 417.0㎜, 서초 387.0㎜, 강남 367.5㎜를 기록 중이다.

폭우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걸쳐 침수 피해가 발생했지만, 강남 지역 일대의 피해는 더욱 컸다. 8일 저녁 쏟아진 비로 강남역 일대에는 빗물이 역류하면서 인근 도로와 상점 등이 물에 잠겼다. 서초구 우성아파트 사거리와 양재역에서는 흙탕물이 역류해 도로가 물바다로 변했다. 운전자가 차량 위로 대피하거나 곳곳에서 버스와 차가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이다. 강남 일대는 2010년 9월과 2011년 9월에도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SBS 현장21이 2013년 5월 21일 방송한 '강남역 물난리의 진실'에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인근의 서초·역삼보다 10m 이상 낮은 저지대라 상습 침수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그래픽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SBS 화면 캡처

여기에는 ‘항아리’ 형태인 강남역 일대의 지리적 특성이 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이곳은 지형이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편으로 강남역은 인접한 역삼역보다 지대가 14m 낮다. 많은 비가 내리면 서초와 역삼 등 인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강남역 일대로 흘러드는 ‘깔때기’ 현상이 벌어진다.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은 지역이고, 인근 하천과 하수관의 배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 강남대로 하수관로는 경사 방향을 잘못 시공하면서 침수 사태가 곧잘 발생했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 능력이 부족하고, 삼성사옥 하수암거의 시공 오류까지 겹친 점도 언급된다.

서울시는 강남 일대의 고질적인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배수 대책을 추진했지만, 이번 물난리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앞서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을 추진했다.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서울시가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 수방시설 확충사업에 투입을 발표한 총예산은 1조4000억원 규모다. 하수관거 개량 사업 7364억원, 빗물 펌프장 신·증설 사업 2939억원, 빗물 저류조 설치 사업 2142억원, 하천정비 사업 1649억원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협의해 강우 대응 목표를 올려야 한다”며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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