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비판 대자보 붙인 20대, 2년 7개월 만에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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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01.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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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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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 건물 내에 붙인 혐의로 기소됐던 20대 청년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 소속 A(27)씨는2019년 11월 25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 천안캠퍼스 자연과학대학 등 건물 4곳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건조물 침입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A씨가 붙인 대자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인쇄됐으며, “나(시진핑)의 충견 문재앙이 공수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켜 완벽한 중국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란 내용이 적혔다. 당시 건물주인 단국대 측에서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은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고 법원도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당시 법조계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행위를 불법 침입으로 몰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 3단독 홍성욱 판사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고, 대전지법 형사5부(재판장 이경희)는 지난 22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정 시간대 이후 잠겨 있지 않은 건물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이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평화를 해치는 방법으로 침입하지 않았다”며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 기간인 29일까지 상고를 하지 않아 A씨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건조물침입죄라는 죄목을 들어 수사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대학 건물 관리인의 견해마저 묵살하고 처벌하는 과정들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며 “대자보 사건은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침해를 지적받은 바 있다. 이 판례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발자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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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스포츠부를 거쳐 다시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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