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20년만에 최저… 日, 금리 올릴수도 놔둘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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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24. 오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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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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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금리격차 더 벌어지면

엔저 심화하며 물가급등 충격

GDP 대비 국채 비율 256%

금리 인상땐 부채도 천문학적


최근 달러당 일본 엔화가 130엔을 오르내리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가치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엔화 지폐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가 ‘역(逆)환율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무풍지대인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 엔화는 20년 만에 가장 많이 가치가 떨어진 상태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 같은 행보가 두 가지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 표면적으로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1% 상승에 불과하다. 3월에는 1.2%에 그쳤다.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3%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엔저로 인한 물가 충격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 최대 전력 회사인 도쿄전력홀딩스는 이달부터 일반 가구용 평균 전기요금을 8505엔(약 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올렸다. 도쿄 가스의 일반용 요금은 5783엔으로 24%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6월까지 관계부처에 물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하는 물가 대책의 대부분은 휘발유값 지원, 저소득층 생활비 지원 등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의 첫 번째 딜레마가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국채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 엔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56%로 미국(133%)과 영국(108%)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물론 물가상승 관련 보조금 지급도 적자 국채로 마련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일본 정부가 갚아야 하는 빚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 재무성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연간 채무 부담이 3조7000억 엔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매년 갚아야 할 금액도 두 배 더 불어난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만일 재정이 파탄 날 경우 기준금리를 올려도 어차피 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없다. 재정이 파탄 난 국가의 화폐는 누구도 보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딜레마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처지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취임 직후부터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으로 아베노믹스를 측면 지원했다. ‘2% 수준 물가상승률 유지를 통한 성장’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긴축으로 돌아서면 지난 10년간의 금융 완화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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