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 `차이나머니` 빗장거는 나라들…인도 이어 독일, 中자본 규제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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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2. 오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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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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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프랑스 이어 獨 메르켈 "中, 투명해야" 지적
독일, 中겨냥 `외국인투자규제` 강화 작업
인도, 中본토 외에 홍콩발 투자도 제한할듯
美로펌 "전세계 1만명, 中상대 6조달러 손배청구소송"


중국발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을 기점으로 주요국 정상들이 중국 비난에 나선 가운데 일부 국가가 '차이나머니'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간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대일로'(중국 중심 경제협력벨트)를 꿈꾸며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해왔고 팬데믹이 닥치자 '코로나 원조 외교'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각 국의 투자 문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국의 '코로나 발원지'논란을 계기로 통계 조작·외국 정보 빼돌리기 등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는 "독일 정부는 외국 자본이 독일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이를 까다롭게 규제하는 조치를 준비했으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독일 싱크탱크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을 인용해 전했다.

독일 내 중국 전문가인 베너 소장은 중국의 코로나 원조 외교와 관련해 "지금 독일 정부 내에서는 중국의 의료 지원 의존도를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5G(차세대 네트워크)구축 작업에 중국 업체 화웨이 참여를 허용할 지 여부도 이번 코로나비상사태가 끝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투명해져야 한다"면서 "중국이 투명해져야 전세계가 이번 사태에 대해 배우게 되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임시 총리'역할을 수행 중인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보다는 신중한 톤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이같이 지적한 것은 자국 최대 일간지 '빌트'의 율리안 라이헬트 편집장이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는 중국의 특산품인 바 중국이 전세계 경제 손해를 배상해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코로나19사태를 은폐해 전세계를 고통받게 한 시 주석은 코로나19로 망할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가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우호 관계를 다졌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양국 관계 기류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독일도 스페인이나 프랑스, '유럽 내 첫 일대일로 국가'인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교류를 늘려왔지만 올해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 경계에 나섰다.

앞서 8일 독일 연방 정부는 '유럽연합(EU)회원국이 아닌 다른 국가 자본이 독일 기업에 대해 투자하려는 경우, 독일 입장에서 원치 않는 투자라면 투자를 금지해 독일 기업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외국 자본 규제 방침을 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방침이 '유럽 최대 경제' 독일에서 나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몇 년 새 중국 국영기업들이 독일을 비롯한 EU회원국 주요 산업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려온 데 대한 경계감을 반영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독일 정부는 우선 기존 외국 자본의 독일 투자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이전에는 공공 시스템이나 보안 측면에서 '현존하는 실제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정부가 투자를 심사했지만 이제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정부가 폭넓게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대상도 넓힐 계획이다. 독일 경제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반도체·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 분야 독일 기업에 대해 외국인이 10%이상 투자하려는 경우 투자 관련 사항을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고 정부가 심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냈다. 기존에는 외국 자본이 독일 내 국방, 에너지·수도·통신 등 핵심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정부가 개입해왔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차이나머니'를 겨냥한 외국자본 투자법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가 '중국 본토나 홍콩이나 다를 바 없다'며 홍콩 발 자본도 인도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 자본 규제 실효성을 높이려면 홍콩을 경유한 투자도 규제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인도 통상부에 따르면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 2000년 4월~2019년 12월 기간 동안 중국 발 투자가 23억 달러였고 홍콩 발 투자가 42억 달러였다.

앞서 17일 인도 통상부는 "인도 기업에 대한 기회주의적인 지분 매수 혹은 인수 합병을 막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 동안 인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반드시 인도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 때의 외국인이란 우리와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 소재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인도는 외국 자본 투자에 대해 핵심 안보 분야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당사자간 거래가 이뤄지면 정부가 '자동 승인'했고, 예외적으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발 투자만 인도 정부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인도 정부의 규제 강화로 규제 대상국에 육로 접경지인 중국과 부탄,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네팔 등이 새로 포함됐지만 실제 규제 대상은 중국이다. 인도 접경국 중 실제 투자에 나선 나라는 사실상 중국 뿐이다. 그간 중국은 '인도-파키스탄 간 카슈미르 국경 분쟁'에 간섭하면서 동시에 경제 분야에서는 그레이트월모터와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을 앞세워 인도 자동차 제조업과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 집중 투자해왔다.

미국에서는 같은 날 1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폭스뉴스 인터뷰에 나서서 '화웨이 5G보이콧'을 새삼 강조했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투명하지 않으며 데이터를 적절한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른 나라 역시 화웨이 이동통신장비·하드웨어를 구매할 지에 대해 전과는 다르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머니' 견제 조치와 별도로 최근 주요국 정상들은 중국을 공개 비난해 국제사회 눈길을 끌어왔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엿보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파이내셜타임스(FT)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대처를 잘했다고 보는 것은 뭘 모르는 아주 순진한(so naive) 관점"이라면서 중국을 직접 언급해 비판했다. 대통령은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투명하게 알 수 없다"면서 중국 체제에 대한 불신을 표했고 "지금 유럽연합(EU)은 중국에 의료장비와 약품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와 유럽은 경제적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6일 영국에서는 도미니크 라브 외무부 장관이 "중국과 예전같은 비즈니스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장관은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것 대해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불신감을 드러냈다. 영국 다수당인 보수당 소속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우리는 무역만 우선 순위로 삼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한 대가를 지금 치르게 됐다"면서 "중국 때문에 전세계인의 건강이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18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국에 매우 화난다"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그들(중국)이 알고도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면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한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엄청난 차이"라면서 "중국 때문에 전 세계가 고통을 겪게 됐다"고 언성을 높였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한 법무법인이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집단 소송을 주도한 플로리다 마이애미 소재 버먼 법무그룹은 "전세계 40개국에서 1만 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거짓말만 한 중국 정부에 대해 6조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카디프 프레스티지 프로퍼티·리틀사이공 상공회의소 등이 공동으로 중국에 대해 8조 달러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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