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보다 독한 상한제…고무줄 분양가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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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07. 오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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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비 기준 공시지가
정부 눈치보는 감정원이 검증
기준도 바꿔 개발이익 제외

반포 전용 84㎡ 분양가가
10~14억 나온다는 소문도
정부, 기준 안밝혀 `깜깜이`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사업 현장. 이 조합은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통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가 4년 반 만에 부활시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보다 훨씬 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일반분양가는 70%가 땅값인데, 택지비 책정 과정에서 정부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입김을 작용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택지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속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 강남 등 재건축 단지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반포의 일부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6년 전 대치동·서초동에서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됐던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이 그 정도까지 내려가진 않는다"고 말할 뿐 기준도 밝히지 않고 예상 시뮬레이션도 내놓지 않고 있다.

7일 매일경제가 서울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취재한 결과 조합들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조차 예상할 수 없어 마땅한 대응책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분양가상한제의 '핵심'인 땅값 산정 과정이 깐깐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땅값을 산정할 때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하라고 명시했다. 이때 현실화하지 않은 미래 개발이익은 반영하지 말라는 조항도 넣었다. 택지 조성에 투여된 원가만 인정하겠다는 원가연동제다.

그러면서 이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감정원에 검증을 맡기고,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재평가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가 상한제 땅값 책정에 날을 세우는 까닭은 제도 실효성이 이 부분에 달렸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2007년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지만 당시 감정평가사 재량에 따라 땅값이 책정되면서 분양가 인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벌써부터 감정평가 업계와 정비 업계에서는 민간아파트 택지 평가액이 주변 공시지가의 100~150%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집계한 지난해 토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62.6%이고, 땅의 현재 가치(시세)에만 중점을 둔다면 평가금액이 이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택지 감정평가를 주변 대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공감대는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강남 일부 재건축 조합에서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말도 안 되는' 분양가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상한제 이후 분양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악의 경우 전용 84㎡가 10억7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땅값은 근처 표준지인 반포주공 1·2·4주구가 기준인데, 올해 공시지가 금액이 3.3㎡당 5775만원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전용 84㎡ 대지지분은 38㎡(약 11.5평)로 땅값과 10%의 가산토지비를 계산하면 총 택지비는 7억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기본형 건축비(3.3㎡당 655만1000원)등을 후하게 반영해 3.3㎡당 1000만원의 건축비를 가정한 결과다. 땅값을 공시지가의 150%로 인정하면 전용 84㎡ 분양가는 14억4000만원이다. 근처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현 시세(34억원)의 반값도 안된다.

원베일리의 '일반분양 통매각' 절차를 이끌고 있는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은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택지비를 주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공언했고, 통매각 시도를 분양가상한제 회피 꼼수라며 형사처벌까지 운운하던 규제당국이 택지비를 공시지가보다 과연 얼마나 더 높게 책정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산정 때와 마찬가지로 감정원이 감정평가사들에게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형 감정평가법인 임원 A씨는 "과거 분양가상한제 때는 감정평가사들이 실무적으로 일반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에 맞춰놓고 역산으로 택지비를 계산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럴 경우 택지비가 주변 표준지 공시가격의 200~250% 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다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감정원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을 것이고 감정평가사들이 기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3년 상한제가 적용된 '래미안 대치팰리스' 땅값은 공시지가의 2배 이상으로 평가됐다.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3200만원이었는데 이 중 택지비가 2570만원이었다. 근처 표준지인 대치SK뷰(당시 국제아파트)와 래미안 대치하이스턴(대치동 985)의 2013년 공시지가는 3.3㎡당 3000만~32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의 용적률 259%를 감안하면 땅값은 3.3㎡당 1200만원 안팎으로 실제 택지평가액의 절반 수준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정비사업 택지 평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 평가액이 공시지가의 100%가 아니라는 사실만 말할 수 있다"며 "용도지역과 땅의 형질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만 봐도 정부가 결정한 가격을 사업 주체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경우가 많아 민간 상한제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동우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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