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홍콩의 반중 시위 관련 중국 비판한 직후
중국, "구류 처분했다"며 "홍콩 문제 간섭 말라"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에 억류됐다는 의혹에 대해 중국이 21일 "구류 중"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홍콩의 반중 시위대 진압과 관련해 영국이 중국을 비판한 뒤 벌어진 일이다.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이먼 정은) 중화인민공화국 치안관리조례처벌법 위반으로 선전(深圳) 경찰에 의해 행정구류 15일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겅솽은 사이먼 정에 대해 "그는 영국인이 아닌 홍콩시민"이라며 "따라서 그는 중국인이며 이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중국에선 정부 당국 등이 "치안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사람의 경우, 재판 절차를 밟지 않고도 최장 15일간 행정구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20일 가디언과 홍콩01 등 영국과 홍콩 언론 매체들은 사이먼 정의 여자친구 리(Li)를 인용해 사이먼 정이 지난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연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리 씨는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해 자신의 성(姓)만 밝혔다고 한다.
리에 따르면 사이먼 정은 지난 8일 오후 회의 참석차 뤄후(羅湖) 검문소를 거쳐 선전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밤 10시쯤 리에게 "고속열차에 탔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게 리 측의 주장이다. 리는 홍콩01에 사이먼 정이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홍콩의 웨스트카오룽(西九龍) 역에서 중국 공안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먼 정은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서 스코틀랜드 국제발전국에 근무 중으로, 투자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홍콩에서 11주째 대규모 반중국 시위가 벌어지던 상황 중 발생했다. 시위대에 대한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을 영국이 비판하자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거론하며 영국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뒤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영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이번 사건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겅솽 대변인은 사이먼 정이 구류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겅솽 대변인은 "영국이 최근 홍콩 문제에 대해 잘못된 발언을 해 중국이 수차례 강력히 항의했다"며 "선동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영국은 21일 오후 현재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이먼 정의 실종 사실이 알려진 지난 20일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은 성명에서 "우리 직원 한 명이 선전에서 홍콩으로 돌아오는 길에 억류됐다는 보도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그의 가족을 지원하는 한편 광둥성과 홍콩 당국에 자세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콩은 1842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이 중국에 승리한 뒤 155년 간 영국의 통치를 받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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