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삼성인재개발원 20대 이모씨
“도시락 먹고 직접 빨래…가족 감염 걱정 안 해 마음 편해”
# 천안 우정공무원센터 20대 권모씨
“팔굽혀펴기로 체력 유지…자가격리 때 도움 준 분 생각나”
# 경북대 기숙사 40대 김모씨
“월급 못 받아 막막…신천지 교인이라고 직장 잃을까 불안”
“돌이켜보면 (갔던) 노래방이 문제가 많았어요. 마이크에 일회용 커버도 안 씌워져 있었거든요.” 지난 4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대학생 이모씨(24·여)는 코인노래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함께 간 친구들 6명 전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무증상’이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3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환자를 경증, 중등도, 중증, 최중증 등 4단계로 분류한다. 입원이 필요 없는 저위험군 경증환자 중에서도 자가격리가 어려운 환자들을 별도로 분류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한다. 11일 기준 보건당국이 지정한 생활치료센터는 총 13곳. 확진자 7755명 중 2351명의 경증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상태다. 7일째 검사를 해 24시간 간격 2회 음성 결과가 나와야만 퇴소할 수 있다. 입소자들은 격리생활의 답답함이나 증상보다 대구에 대한 사회적 낙인, 신천지란 이유로 직장에서 잘릴 것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 “가족들에게 옮길 걱정 안 해도 되니 맘 편해”
“구급대원이 집 근처에서 전화를 드리면 개인 준비물을 챙겨서 내려오세요.” 입소자들이 입소 당일 받은 문자메시지다. 입소자들은 2~3주 동안 필요한 세면도구, 수건, 속옷, 옷 등 개인물품을 각자 챙겨야 한다. 술, 담배는 반입이 금지된다.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집 앞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운전자가 모는 구급차를 탄다. 나중에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버스로 또 한 번 환승해야 한다. 이씨는 “45인용 버스에 20명 정도만 널찍하게 앉아서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입소한 곳은 경북 영덕의 삼성인재개발원. 경증환자 총 209명이 1인1실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오전 8시, 낮 1시, 오후 7시에 도시락이 방문 앞에 놓인다. 딸기, 파인애플 같은 간식이나 커피·차도 준다. 수건, 속옷 등은 손빨래로 각자 해결해야 한다.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소독제를 뿌려 방문 앞에 내놓으면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소각 처리된다. 경찰은 건물 안팎을 순찰하며 입소자들의 바깥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입소자의 건강 상태는 의료진이 하루 두 번 모니터링한다. 이씨의 경우 오전 9시, 오후 5시 온라인 설문 양식에 기침, 발열 여부를 적어 제출한다. 전화나 영상통화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센터도 있다. 고열 등 건강이 악화되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방으로 와 입소자의 건강을 진단한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으로 이송된다.
이씨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휴대폰 앱으로 ‘정주행’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시설·식사 등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했다. 이씨는 “자가격리할 때는 제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매번 가족들이 소독제를 뿌리고, 제가 쓴 식기는 모두 뜨거운 물로 소독해야 했다”며 “이제 가족이 감염될 걱정을 안 해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가격리 기간을 포함해 거의 한 달째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원래 활동적인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좀 걸어다니고 싶다”고 했다.
■ “치킨·컵라면 같은 야식 먹고 싶어요”
지난 7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센터에 입소한 권모씨(27·아르바이트생)도 방에 있는 TV로 <이태원클라쓰> <하이바이 마마> 등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운동을 하고 싶을 땐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를 백번씩 반복한다. 그는 “도시락만 먹다 보니 치킨·컵라면 같은 야식이 먹고 싶다”며 “얼른 음성이 나와 퇴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대구 사람들이 타 지역 음식점에만 가도 병균 취급당하고 문전박대당한다는 기사를 봤다”며 “생활치료센터 관계자분들은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입소하기 전 자가격리를 했었는데 식료품이 떨어졌다고 하니 직접 차를 몰고 와 집 앞에 두고 가셨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분”이라고 했다.
■ “신천지라는 이유로 해고될까 두려워”
경북대 기숙사에 입소한 사회복지사 김모씨(41)는 이씨·권씨와 달리 마음이 무겁다. 부인, 초등학생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데 자가격리 등으로 월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아둔 돈을 쓰고 있는데, (격리생활이) 길어지면 적금도 깨야 될 거 같다”고 했다.
김씨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보다가 감염됐다. 31번째 확진자와 다른 시간대, 다른 층에서 예배를 봤는데도 감염됐다. 그는 “시에서는 증상이 약하니 자가격리를 권했는데 가족이 감염될까봐 입소하게 해달라고 했다”며 “다행히 가족은 음성”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직장을 잃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단지 신천지 교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교인 얘기를 전해들어서다. 김씨는 “철물점에서 일하는 한 분은 음성이 나와 격리기간이 끝나고 출근하니까 ‘이제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고, 다른 한 분은 대기업 정직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서 “(신천지는) 다른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직장에서 신천지라는 이유로 해고할까봐 불안하다. 직장을 잃게 되면 돈은 어떻게 벌고 애는 어떻게 먹여 살리냐”면서 “우리도 같은 시민인데…”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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