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영끌, 주식에 빚투…가계빚, 결국 GDP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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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4.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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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0.4% 늘어날 때 가계부채는 8.3% 불어
가계부채/GDP 비율 사상 처음 100% 돌파
2030 빚 증가속도 특히 가팔라
韓銀 “이런 저금리·만기연장 영원하지 않아” 부실위험 경고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3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넘어섰다./일러스트=이철원기자

1940조6000억원.

우리나라 가계가 가진 빚이 9월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1918조8000억원) 규모보다 커졌다. 소득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올 한 해 코로나 생활자금 대출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 빚투(빚내 주식투자) 광풍 등이 겹치면서 빚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세계 주요 43개 국가 중 가계 빚이 GDP보다 큰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 나라뿐이다.

소득 0.4% 늘어날 때 빚은 8.3% 불었다


한국은행은 24일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계부채 심각성을 짚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을 명목GDP로 나눈 비율이 올 3분기 말 기준 101.1%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여기서 말하는 가계신용에는 순수한 의미의 가계부채에 자영업자 같은 비영리법인이 가진 빚까지 포함한 것이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국제결제은행(BIS)이 보는 기준과 같다.

가계신용이 1940조6000억원, 명목GDP(작년 4분기~올3분기까지 4개 분기)가 1918조8000억원.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 비율은 94%를 밑돌았지만, 1년 새 비율이 9.2%포인트 뛰어올랐다. 분모인 GDP는 0.4% 찔끔 늘어나는 동안 가계 빚은 8.3%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분기 말 기준 171.3%까지 높아졌다./한국은행

BIS 최신 통계인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이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체 43개국 중 6개국(스위스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네덜란드) 뿐이다.

기업 빚까지 합친 ‘민간신용’은 GDP의 2배 넘어


기업이 가진 빚의 총량은 가계신용보다 조금 더 커서 GDP 대비 110.1%로 집계됐다. 가계와 기업신용의 합인 ‘민간신용’은 명목GDP 대비 211.2%로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기준으로는 BIS 통계에서 43개국 중 상위 13위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71.3%로 전년동기대비 10.7%포인트 급상승했다. 역시 사상 최대다. 대출이 있는 사람(전체 가계의 64%)만 추려 본 LTI(소득 대비 부채비율)는 평균 225.9%로 역시 지난해 말보다 8.4%포인트 뛰었다.

”저금리, 영원하지 않다”…한은 ‘경고’


한은은 특히 2030 젊은 층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주목했다. 1년 전(작년 3분기)만 해도 30대 이하 LTI는 200.3%로 갓 200%를 돌파했는데 올 3분기엔 221.1%로 치솟아 상승세가 가장 빠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자극받은 영끌 움직임, 뛰어오른 전셋값 대출 수요, 주식 빚투 수요 등이 젊은 층에서 특히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30대 이하 젊은층의 빚 증가 속도가 특히 높다./한국은행

한은은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빚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면서 부실위험이 이연(移延)되고 있는데다, 연체율이 높은 신용대출이 최근 특히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저금리도 그렇고, 만기연장도 그렇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계속될 거라 보기 어렵다”면서 “상황이 변하면 가계의 빚 상환능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미리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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