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취재 결과 이전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가 발주한 다수의 공사 계약 건은 디브레인(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에 등록했고, 이를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과 연동해서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계약 건이 알려진 게 문제라는 대통령실 해명에 직전 조달청장을 역임한 정치인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다누림건설 계약 건만 시스템 오류로 공개돼…다른 계약 존재 여부는 "보안상 비공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 보도 후 기자와 통화에서 "총무비서관실이 다누림건설과 체결한 공사 외에도 추가 공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다누림건설이 맡은 간유리 공사 외에 △3~8층 가설벽 철거 △유리 칸막이 설치 △천장 화재 감지기·에어컨 공조기 이동 설치 △통신설비 이설 공사 △전등 교체 등을 비서실이 발주했다.
그러면서 "이들 계약 건은 관련법에 따라 조달청 시스템에 별도 등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비공개 근거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92조2항이다. 이 조항은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체결, 계약변경 및 이행에 대한 사항을 전자조달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다만 병력 이동, 국가안보 등에 따른 사유로 체결하는 수의계약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다.
취재진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다누림건설 외에 비서실이 추가로 발주한 공사 계약 고유번호 또는 비실명(업체, 공사명 제외) 증빙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측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 이런 자료를 추가 공개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논리였다.
대통령실은 특히 향후 발주하는 추가 공사 계약을 이 규정에 따라 모두 비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언론에 알려진 다누림건설 계약건은 별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사후 삭제·수정하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설명을 토대로 본지 보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상 비서실과의 수의계약이 공개되지 않은 업체가 더 있는데 다누림건설의 간유리공사만 비서실이 발주했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머니투데이가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비서실 계약은 1995년부터 1084건, 대통령경호처 계약은 2008년부터 1만400건이 검색된다.
사무용품 등 물품 거래를 비롯해 설계, 시공 등 외부 업체와 맺은 각종 계약건이 모두 등재돼 있다. 개별 계약건에는 고유번호(확정계약번호, 계약참조번호)를 부여했고 계약을 체결한 날짜와 금액, 업체명이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12월 대통령경호처는 청와대 내 한 시설물 신축공사 설계변경 계약을 한 대형 건설사와 체결했다. 계약일은 12월 26일이었고 계약금은 2억3760만원이었다. 2009년 4월 또 다른 대형 건설사와 맺은 약 39억원 규모 리모델링 공사 계약도 수록돼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기 청와대 내 약 8억원 규모 장애인 시설 설치 사업, 2017년 문재인 정부 시기 약 5억원 규모의 상춘재 단청 공사 사업 등도 검색된다. 모든 계약 건에는 사후 검증이 가능토록 고유번호가 부여돼 있다.
보안을 요구하거나 기밀이 중요한 경우엔 계약명을 일부 비실명 처리하는 방식을 적용했지만, 이런 경우에도 계약금액과 업체명 등 필수 정보는 대부분 수록됐다.
전임 조달청장을 지낸 김정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약 공개 여부는 수요기관이 판단한다"며 "이번 건이 공개된 것은 결국 대통령실이 공개하겠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게 어떻게 시스템 오류나 조달청 잘못이 되나. (대통령실 해명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을 사용한 공공계약은 공개가 원칙이며, 수의계약이라도 적정성과 타당성은 사후검증 대상"이라며 "이행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가격은 적정했는지 판단을 받기 위해 공개한 게 무슨 잘못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서실이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향후 다른 발주 건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선 "방탄조끼, 총기류 구매 등 보안상 더 민감한 다른 수의계약도 공개한 사례에 비춰 부적절하다"며 "향후 계약내용 및 변경에 대해 재정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해당 국가계약법 조항은 관련 수의계약 공개를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라며 "일부 계약 내용을 비공개하는 것은 재량의 영역이지만 공적 업무에서 발생한 계약건은 가능한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가 외부 업체와 맺은 수의계약은 조달청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장터에서 몇 단계 검색 과정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통합 검색창에 '대통령비서실' 또는 '대통령경호처'로 검색하면 입찰공고 정보가 나온다. 정식 입찰공고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계약한 것이어서 이 화면에선 검색되지 않고, 좌측 하단부의 '계약진행현황-계약현황'을 다시 누르면 그동안의 거래계약 목록이 나온다. 여기서 계약일순을 최근 기준으로 재설정하면 대통령비서실이 6월 7일 발주한 다누림건설과의 계약건(청사내 사무환경 개선사업, 확정계약번호 T2206006025300)을 볼 수 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대통령실 이전이 본격화된 올해 4월 말 이후 비서실이 발주한 계약 건은 11건이고, 이 중 유일한 '공사' 계약 1건이 다누림건설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