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를 위한 진귀한 기념품

사이클링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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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프로야구 통산 14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두산의 이종욱.
<출처: 스포츠서울>

한 명의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쳐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한 경기에 홈런 서너 방을 때려내는 것보다 더 대단한 업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흔히 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기록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라고 표현하지만 미국에서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올마이트 히트(Almighty Hit)’ ‘해트 트릭(Hat Trick)’이라고도 한다.

1 82년 삼성 라이온즈의 오대석이 처음 기록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6월 12일 삼미 슈퍼스타즈와의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오대석이 처음으로 기록한 이래 2009년 4월 11일 LG전에서 두산의 이종욱이 기록한 것까지 모두 14번 기록되었다.

양준혁은 1996년과 2003년에 두 번 기록하기도 했다. 아깝게 사이클링히트를 놓친 경우로는 3루타가 필요한 상황에서 홈런을 날린 1995년 LG의 조현, 2010년 넥센의 유한준, 혹은 8시즌 통산 3개뿐인 3루타까지 쳐놓고도 2루타 한 개가 부족해 놓친 2010년 두산의 최준석 등이 있다.

1988년 10월 25일에는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강기웅이 제일은행과의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홈런을 때리고도 고의적으로 홈 베이스를 밟지 않는 ‘고의적인 누의공과’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홈런을 치더라도 홈 베이스를 밟지 않으면 아웃이 되며, 그 전에 정상적으로 밟은 마지막 루인 3루까지의 진루만 기록으로 인정된다는 규정의 허점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승부가 기울어 있는 상태에서 상대 간판타자의 괘씸한 기록 만들기까지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한 제일은행 코칭스태프는 누의공과를 항의하지 않았고, 심판 역시 모른 체해버림으로써 강기웅은 원치 않는 홈런기록만 하나 추가한 채 사이클링히트 기록 만들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안치용 사이클링히트. <출처: 연합뉴스>

2 장타력, 정확성, 스피드를 겸비한 타자들이 얻는 ‘기념품’

사이클링 히트는 업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기념품’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장타력과 정확성과 스피드까지 겸비한 타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훈장이긴 하지만, 동시에 실력보다도 더 큰 운이 따라야만 완성될 수 있는 간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클링 히트 기록 만들기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은 종종 팀워크를 해치는 이기적인 행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상 강기웅의 ‘고의 누의공과’ 같은 두드러진 사례들 말고도 지금까지 달성된 사이클링히트 기록 중 몇몇은 ‘3루타 치고 2루에서 멈추기’나 ‘2루타성 타구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3루까지 질주하기’ 같은 소소한 노력의 에피소드들을 품고 있다. 사이클링 히트 기록이 지나치게 강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역대 사이클링 히트 기록. <출처: 2012한국프로야구레코드북>
※ 2013년 7월 5일 LG와 넥센의 경기에서 LG 이병규 선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 발행일201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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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식 스포츠 칼럼니스트

    정치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글을 써왔다. 2006년부터는 각종 지면에 야구에 관한 에세이와 칼럼을 써왔다. [야구의 추억],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등 야구 관련 도서들도 여러 권 집필했다. 테드 윌리엄스가 지은 [타격의 과학]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