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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디자인 아이콘 :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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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꿈꾸는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캐릭터

캐릭터는 20세기가 만들어낸 마법사의 모자다. 아니, 그 모자 속에 살고 있는 토끼다. 영화가 시작된 지 100년.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뛰어들기를 원했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과 춤추며 노래하고 모험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영화 속의 이미지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캐릭터 상품이라는 토끼를 마법사의 모자 속에서 꺼내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의미였으며, 사람들은 그렇게 마법에 걸린 스스로의 모습을 즐겼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분명 실재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사람들은 캐릭터를 통해 그들을 직접 만났고, 그들을 통해 스스로의 꿈을, 문화를, 상상을 이루어낸 것이다.

캐릭터가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쁜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장난감이나 흥밋거리가 아닌, 감성의 동반자이며 생명력과 상상력을 가진 친구로서 자리하기 위해서다.

미키마우스, 푸우, 스누피, 헬로키티, 아톰 등 수십 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은 시간과 유행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한 캐릭터들이다.

이렇게 달라지고 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캐릭터를 장난감이나 인형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친구’처럼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각별한 애정 속에 성장하게 된 캐릭터는 단순히 영화 수익의 일부이거나 마케팅 도구로서만 활용되는 것에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나름대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캐릭터들은 차츰 패션과 문구, 인형, 교육자료, 애니메이션 등 무한대의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 하나하나가 올리는 매출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1938년 탄생한 ‘슈퍼맨’ 캐릭터는 지금까지 1,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의 기서 [산해경]을 기반으로 만든 [포켓몬스터]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맞먹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랜드로 상징되는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의 그것은 총 매출을 셈하기조차 힘들다. 캐릭터의 부가가치는 더더욱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본격적인 IT 시대를 맞아 모바일 등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까지 애써 만들어내고 있다.

1900년 초반,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 즉 자신의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화가들의 예술 확장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만화와 회화의 구분이 모호했던 시기였으므로 애니메이션은 그저 그림의 새로운 표현 양식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그런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은 1920년대. 파라마운트사의 [검은 고양이 팰리스]와 1930년 큰 머리에 늘 속옷 차림인 섹시 캐릭터 [베티붑]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전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독특한 개성을 무기로 하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시금치를 먹는 선원 [뽀빠이]가 선을 보인 것도 이즈음.

같은 시기인 1930년대, 캐릭터 업계의 대부격인 디즈니사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는 세계 최초의 발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1928)에서 ‘미키마우스’를 소개한 것을 필두로, 도널드 덕, 구피, 플루토 등의 수많은 창작 캐릭터들을 생산해냈다.

또 [백설공주](1937), [피노키오](1940)와 같은 유럽 전통 민화와 소설을 각색한 애니메이션들을 선보이며 ‘애니메이션계의 대부’로서 손색이 없는 입지를 굳혀 나갔다.

워너브라더스가 [벅스 버니], [대피 덕], [트위티]를, MGM사가 [드루피], [톰과 제리] 등을 내놓으며 인기를 얻었지만 디즈니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금도 디즈니는, 순수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캐릭터, 즉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카], [라따뚜이] 속의 ‘사이버 캐릭터’들을 통해 새로운 인기의 정점을 맞고 있다.

이들 사이버 캐릭터들은 전통적 수작업으로 그려진 그간의 캐릭터들과 달리 복잡한 수식으로 구성된 것들이었지만 그만큼 친밀감도 다양하게 생성되었다.

미국의 뒤를 좇는 캐릭터 강국 일본이, 유럽과 미국으로 문화적 연착을 반복하다가 세계 캐릭터 시장에서 강자로 부각된 것은 컴퓨터 게임이 폭발하던 1980년대였다.

닌텐도의 [수퍼 마리오]와 [동키 콩], 세가의 [소닉],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파이널 판타지] 등의 소프트 게임 속의 캐릭터들은 기존의 캐릭터 판도를 바꾸며 새로운 흐름의 캐릭터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캐릭터 소비 구조의 변화는 20세기 후반 대부분의 문화 인식이 기호화, 도형화되면서 생활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고, 캐릭터는 올림픽 마스코트로, 월드컵 심벌로 각 회사의 상징물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디즈니의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가 얼마나 될까. 토이 스토리의 인형을 산 사람과 사이버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을 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흑백 필름 속의 엉성한 데생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조화로 만들어진 완벽한 가공의 인물까지.

캐릭터는 바로 우리 옆에서 상상력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영화 수익의 일부나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문화요, 상징이요, 독자적인 지위와 계급까지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메이드 인 20세기' 캐릭터의 흐름을 훑어보았다.

  • 발행일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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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혁 영화제작자

    김혁은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 칼럼니스트, 애니메이션 기획자, 장난감 컬렉터 등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시나리오와 연출을 전공했으며, 장편 애니메이션 [아마게돈], [철인사천왕]을 기획, 제작했다. 서울랜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비롯해 국내 수많은 테마파크와 지역문화제의 자문위원으로활동했다. 저서로는 [애니메이션 제작기법],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일본체험사전] 등이 있다. ‘테마파크 파라다이스’라는 블러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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