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유니폼 치장’ KD운송그룹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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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겉으론 복지 자랑…가혹한 노동강도에 기사들 고통

과로탓 사고도 운전자 책임…사표압박에 자살까지

전별금 떼이고 생활 어려움…회사쪽 “사실 아니다”


지난 2008년 11월31일 케이디(KD)운송그룹 소속 좌석버스 운전기사 김아무개(51)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을 마치고 연료를 채우러가다 3중 추돌 사고를 낸 다음날이었다. 김씨는 전에도 2~3차례 접촉사고를 내 사표 압력을 받아오던 차였다. 김씨의 부인 이아무개(44)씨는 “남편이 사고를 낸 뒤 하얗게 질려서 들어오더니 다음날 결국 목을 맸다”며 울먹였다.

같은 회사에서 고속버스를 운전하던 최아무개(62)씨는 지난해 운전하다 기절해 사고를 냈다. 5일째 연속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최씨가 의식을 잃은 뒤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했고 이 사고로 3명이 다쳤다. 20년 무사고 운전자였던 최씨는 “사고 뒤 회사에서 처음 들은 말이 ‘사표 쓰세요’였다”며 “하루에 4~5시간씩 쪽잠을 자고 5일 연속 근무를 해도 정작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운전기사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회사에 사고 당시 버스 안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분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기 이상으로 녹화분이 없다고 답했다.

케이디운송그룹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15개 시내·고속 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는 앙드레 김 디자인 유니폼을 지급하고 구내식당에 한우를 내놓는 등 사원 복지에 공을 들이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회사 안 운전기사들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이 회사 사원 강아무개(42)씨는 “화려해 보이는 사원 복지 뒤에는 회사의 교묘한 쥐어짜기로 인해 고통받는 사원들이 있다”며 “회사가 워낙 크다보니 그만 둬도 (소문 때문에) 다른 버스 회사에 갈 곳이 없어 고통 받는 사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5명 안팎으로 팀들을 구성한 뒤 무사고 운전팀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거나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단 사고를 내면 같은 팀 안에서 동료들이 사표를 종용하는 일이 벌어진다. 일부 직원들은 “일을 가혹하게 시키면서도, 일단 사고가 나면 알아서 사표를 내게 하는 교묘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에만 있는 전별금 제도도 문제로 꼽힌다. ㄱ고속 등 이 회사의 일부 영업소에서는 전별금 명목으로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70만원을 걷는다. 이 전별금은 퇴직할 때 되돌려받지만, 1년 안에 퇴사하면 낸 돈과 상관없이 3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2008년에 회사를 그만 둔 전아무개(45)씨는 “낸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별금으로 월급이 크게 깎이면서 이를 채우기 위해 무리한 추가 근무를 하게 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태규 케이디운송그룹 홍보이사는 “일부 시외버스 노선에서 교대 문제로 5일 이상 연속 근무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경우 근무 뒤에는 이틀 이상 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고 때문에 회사가 사표를 강요한 적은 없으며, 전별금 제도는 노조에서 관리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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