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우한 폐렴,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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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초기대응 미흡으로 확진자 확산 비상 / 검역망 뚫린 韓, 민·관 합심해 적극 대응을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화난 해산물 시장 관련 폐렴환자가 27명 발생해 격리치료 및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일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을 구성해 긴급상황실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우한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강화 등 방역 활동 강화를 발표한 바 있다. 19일 인천공항검역소에서 중국 우한 입국자 검역과정에서 발열 등 유증상 소견이 있는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을 바로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격리조치하고 정밀검사를 시행하여 다음 날인 20일 중국 우한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해외 유입 최초 확진환자로 판명했다. 다만 항공기 동승 승객, 승무원, 일행 등 접촉자 대상 4명에 대한 능동감시를 통해 전원 감염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정받았다. 국내에서의 초기 대응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초기 대응 미흡, 광범위한 인구 이동 등으로 인해 23일에는 서울 면적의 14배 정도인 인구 1100만명 규모의 우한시를 전격 봉쇄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28일 전국 30개 성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는 4515명, 사망자는 106명에 달한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보건학
2015년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 당시, 역학조사 과정에서 최초 환자가 입원진료를 받았던 병원의 의료진 대부분이 밀접 접촉자에 해당돼 격리조치됨에 따라 이 병원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된 대다수 입원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 입원하면서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바 있다. 우한 폐렴의 경우도 발생 후 거의 한 달 동안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우한시의 많은 감염자가 중국 전역과 해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전파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 발생 초기 단계에 질병 발생지역을 완전 봉쇄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네번째 확진자는 발열 등 증상이 없는 잠복기 상태로 입국해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 검역망이 뚫린 것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우한 폐렴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모든 방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경험에서 축적한 해결 방안을 총동원해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 메르스 발생 이후 지난 4년 동안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방역당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항 및 항만의 물샐틈없는 철저한 검역 활동,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신속한 정보 공유, 관련되는 모든 정보의 즉각적인 공개, 환자 발생에 대비한 국공립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격리병동 확보와 가용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일제 점검 조치와 해외 여행객 급증에 따른 대국민 홍보활동 강화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달 초 최초 의심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및 신고 사례처럼 의료계의 환자 진료 및 신고체계에 대한 점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고 불필요한 공포감 조성과 유언비어 확산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SNS 활동도 자제해야 한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보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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