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영업 잘하면 마스크 지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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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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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신규 성과의 반전"

코로나19로 긴장하던 이달 중순, LG 유플러스 컨슈머 강남소매영업 담당부서에서 공지가 하나 내려왔습니다. 14일부터 나흘동안 홈(인터넷)·모바일(휴대폰) 신규 가입자 모집을 독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담당부서는 010 신규 가입을 시킬 경우 1.5점, MNP(번호이동)는 1.7점, 2nd Device(회선추가)는 0.2점으로 실적을 산정하고, 가정용 인터넷 가입은 1점을 부여한다는 구체적인 점수표를 제시했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부서 공지 내용

문제는 목표 달성으로 받게 되는 '혜택'이었습니다. 담당부서는 영업팀과 직영점에서 각 조별로 영업 경쟁을 벌여, 그 결과에 따라 판촉물로 사용될 KF-94 마스크를 차등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영업팀에서 목표를 100% 달성하고, 조별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판촉용 마스크 100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조별 경쟁에서도 패배한다면 판촉용 마스크는 1개도 지급 받을수 없는 겁니다.

담당부서는 영업점과 직영점 모두에 이 내용을 공지했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노동조합 측 안내문

■"어떻게 영업실적 경쟁으로 코로나19를 활용하나"

이 내용이 알려진 며칠 뒤,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조합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사측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노동조합은 "전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증폭되고 대구 경북에서는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직원의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마스크를 상품으로 걸고 영업을 채찍질하는 행태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어 "사측에 확인요청을 하면서 즉각적인 중단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회사는 상황 파악 직후 KF-94 마스크 지급 정책이 중단됐다"고 조합원들에게 알렸습니다.

그 직후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LG그룹 직원들은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직원은 "유플로얄(LG유플러스와 영화 '배틀로얄'의 합성어. '배틀로얄'은 한 지역에서 생존을 위해 결국 서로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포영화다.), 코로나가 위험한 자여 마스크를 얻기 위해 밖에 나가 실적을 해라 그럼 마스크를 지급해주마"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진짜 이건 도를 넘은 거 아닙니까. 적당히 하세요. 진심 마스크 지급 정책 치가 떨리네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다른 직원은 "잘못된 건 분명 맞지만, 2주전 주말 정책을 갖고 있다가, 코로나 심각 단계가 이슈화되니 터뜨리는 노조"라고 노조 측의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관련 글에 달린 댓글들

■LG유플러스 "직원용 마스크는 이미 지급, 판촉용 마스크가 오해 불러"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이미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용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지급한 상태"라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을 위한 판촉용 마스크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부서에서 지난해 5G 신규개통 행사 당시 구매했다가 남은 마스크를 고객 판촉용으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또, "판촉용 마스크 제공을 결정했던 시점은 이달 초이고,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는 아니었다"면서 "소량이다보니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다 줄 수는 없어서 이런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LG 유플러스 측 설명대로 해당 공지가 내려온 시점은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이긴 합니다. 하지만 공지가 전달된 시점은 마스크 품귀현상이 이미 진행중이었고, 방역당국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밝힌 상황이었습니다.

한 직원은 "남는 마스크는 추가 예비로 편성해 코로나 확진 동선에 맞추어 배부를 했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고 판단력이라고 생각된다"고 익명게시판에 글을 남겼습니다.

영업 실적을 위한 판촉용 마스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더 받기 위해 실적 경쟁에 내몰리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또, 이미 그 당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시기였다는 점. 모두 회사 측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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